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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DEN Jun 07. 2017

무뎌지기 싫어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

새벽의 공기도 바람도 모두 멈춰 버린 듯 고요하지.

오고 가는 사람도 없는 새벽의 카페에 앉아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이 넓은 공간을 나혼자 쓰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


어느 배려심 가득한 연주가 들려오는 카페에서

녹아내린 얼음조각이 섞인 커피를 먹는 일은
적절하게 고독하고, 적절하게 익숙한 기분이야.


한곡의 연주가 끝날 무렵에는 잠시 외로워졌다가

그 여운을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연주가 시작되지.

간신히 붙들어 놓은 내 감성이 깨지는 게 아쉽지만 
카페의 플레이리스트는 내것이 아니니
그저 내가 음악에 기분을 맞추는 수 밖에..

삶을 채웠던 내 시간들도 늘 그랬던 것 같아.

설렘과 아쉬움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더 이상 호들갑스럽게 설렘을 맞이하지도

무너질 듯한 헤어짐의 슬픔을 더 이상 느껴내지도 못하고

그때그때 맞춰가며 무뎌지는 것 같아. 


그래서 머리로는 더 호들갑 떨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어.

무뎌지는 마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더 기뻐하고 더 슬퍼하려고 일부러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


더 나이 들어 그 감정들을 기억하지 못할까 봐

일부러 부여잡고 조금이라도 더 느껴보려고..

아직 나는 파릇한 젊은 시절이라고 믿으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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