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아이에게 아쿠아리움이었다. 아들은 횟집 수족관에 들어 있는 싱싱한 물고기를 보며 즐거워했다. “아빠 물고기가 꼬리를 흔들어요.”라는 감탄은 시장통 안에서 울렸다.
아들이 뿔소라를 가지런히 놓고 계시는 할머니 한 분 앞에 섰다. 그러다 갑자기 할머니 등을 살짝 두드리더니 그 옆에 있는 가리비를 가리키며 이름을 물었다. 할머니께서는 익숙지 않은 손길에 살짝 놀라셨다가 평생을 허리 굽혀 일해 위로 잘 들리지 않는 몸을 아이 방향으로 돌리셨다. 그리고 곧 웃으시며 포근한 목소리로 “가레비”라고 말씀하셨다.
가리비와 가레비. 할머니께서는 평생 가리비를 팔아오셨을 테지만 그 표준 명칭이 가리비인지 가레비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았다. 아무렴 어떨까. 아이는 곧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다치겠다.”라고 답했다. 그 모습이 우습고 기특해 할머니와 그의 딸인지 며느리인지 모를 두 가판 주인은 꺄르륵 웃음이 터졌다.
제주에는 ‘해녀의 부엌’이라는 곳이 있다. 해녀가 직접 출연하는 연극을 보고 그들이 직접 물에서 길어 올린 해산물을 먹는 식당이다. 한예종 연극학과 출신인 김하원 대표가 고향에서 활어 위판장을 리모델링해서 창업했다. 식당은 번창했고, 각종 미디어에서 취재를 했다.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인터넷 판매도 하고 있다. 그렇게 해녀의 물질은 새로운 공간과 콘셉트 그리고 상품으로 변모했다.
거제 고현시장에 놓여있던 뿔소라는 시장 상인들 손에서 빨간 다라이(대야)에 팔리고 있다. “삶으면 살이 튀어나오지요.”라는 간단한 안내와 함께 말이다.
환경에 관심이 쏠리는 요즘, 먹거리에 대한 친환경 관심도 커지고 있다. 내가 사는 바다 앞에서 잡고 다듬어 먹는 해산물. 내 입안에서 씹히는 파란 바다 뿔소라. 우리 주변에 있는 것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공감을 얻으면 그것은 곧 부가가치로 이어진다. 뿔소라를 사 먹는 행위가 단순히 먹고 맛을 느끼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해녀와 어부들의 땀과 역사를 함께 느끼며 위로와 추억을 함께 씹어 삼키는 것이 된다면 어떨까. 시장 상인들의 인심이 더 새롭고 다채로운 기획으로 사랑받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https://youtu.be/ju1UWj0QHo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