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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pyo Jan 12. 2022

생각 없는 근면이 아닌 궁리하는 성실

[책] 그냥 하지 말라 / 송길영


스타트업계 미담 중에 빠른 실행력과 재도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그런데 송길영 부사장이 최근출간한  제목이 <그냥 하지 말라>이다. 데이터 분석으로 최신 트렌드를 읽고 “이미 왔으나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미래 소개하기로 유명하신 분이 이런 책을 내다니 의아했다. 끌리면 하고 보는 나에게는 자유분방함이 미덕이 아니라 패악이라고 말하던  어르신들의 그것과 닮아 사회가 구시대로 회귀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들었다.


그러나 막상 책을 펼쳐보니 오해가 있었다. 송 부사장의 ‘그냥 하지 말라’의 핵심은 ‘왜 하는지를 빼먹지 말라’는 의미였다. 정년이 보장된 사회에서는 직업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던 시기였다. 명함에 박힌 회사와 직책은 그의 삶을 대변했다. 하지만, 업보다 수명이 더 길어진 시대에 나와 직업은 일치하지 않는다. 지금 나의 직업은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 그런 시대에 우리가 조직의 일원으로서 정해진 일을 하는 것만으로 이 긴 삶을 꾸려가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가 하는 일에 왜가 없으면 내가 없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두는 작업을 해야 된다. 내가 하는 일에 ‘왜’가 없어지면 ‘내’가 없어진다. 시류에 편승해서 남을 따라가다 보면 나는 대체가능한 인간이 된다. 데이터 분석, 육체적 노동 등은 이제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대체가능할 때 나는 무엇으로 남을 것인가.


송 부사장은 예술가처럼 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찾고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한다. ‘고민의 총량’을 파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끈질기게 파고들어 남들이 넘보지 못할 정도의 전문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왜 하는지’에 대한 가장 강력하고 지속가능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사회 요구가 아닌 내면의 욕구를 따라야 진정한 의미의 진정성이 갖추어지며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송 부사장의 설명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은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 위한 수행 길이었다. 하지만 시대는 새로운 길을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다. 당황스럽다. 송 부사장은 당황하지 말고 10년 동안 계속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해보라고 명쾌하게 대안을 내놓았다. 1만 시간의 법칙 같은 이론을 가져온 것이 아니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고 고민했던 주제를 실생활에 가져와 자신만의 루틴을 만들어라는 것이다. 니체는 자신의 법칙대로 사는 사람이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했다. 자유를 향한 의지가 충만하고 단단한 사람을 초인(위버멘쉬)이라고 불렀다. 남들이 뭐라고 하던 나의 길을 가는 것. 1세기 전 어느 철학자가 말했던 그것이 앞으로 10년 동안 해야 하는 일이라니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이성적 사고와 진정성 그리고 성숙한 공존


이 모든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다. 그리고 몰랐던 바도 아니다. 그렇다면 왜 실행에 옮기기 힘든 것인가. 생업은 대부분 누군가가 만든 시스템 안에 구속돼 시간을 팔면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구조가 깨진다면 어떤가. 이제 나의 노동을 대신할 존재가 나오고 있다. 변화는 빠르고, 이제 내가 내가 되어야 하는 이유가 초월적 존재가 되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필수가 되었다.


송 부사장은 이제 우리는 플랫폼 또는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각자의 삶에 서로 다른 가치를 부과할 때, 세상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종속된 인간은 의지할 곳을 찾아 헤매겠지만, 독립된 인간은 조화를 구한다. 공자가 군자는 무리 속에서 다름을 유지한다고 했던 ‘화이부동’처럼 타인과 구분 지을 수 있는 정체성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송 부사장은 지금부터라도 내가 하는 일에 데이터를 근거로 판단하는 이성적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진정성이 바탕이 된 나의 업으로 서로 성숙한 공존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하며 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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