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불편한 편의점
모든 것은 관계 속에서 결정되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칼은 날카로운 날로 베어내는 절대적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죽이고 살리는 것은 어떻게 쓰이는 가의 문제다.
편의점이 하나 있다. 기억 잃은 어느 노숙자 남자가 그곳에서 우연히 일을 하게 된다. 착한 사장님 때문이다. 그가 일하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보통의 사람들이다. 각자의 이유로 상처가 있었다. 그로 인해 모든 관계를 비뚤어지게 바라보고 삶은 꼬여갔다.
회사에서 밀려나버린 중년의 가장이 그랬고, 게임에만 빠져버린 대기업 출신의 아들을 둔 엄마가 그랬다. 자신의 잠재력을 무시한 채 나태했던 편의점 직원이 그랬고, 노후를 준비하지 못했던 비리 경찰 출신의 흥신소 탐정도 그랬다.
답답한 마음들은 우연히 그 기억 잃은 편의점 직원을 만나면서 풀린다. 불편한 친절이 마음을 어루만져주며 다시 앞으로 나갈 길을 열어주었다. 같은 사람, 같은 환경이지만 새로운 관계를 맺는 함수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의 기억도 빙하처럼 차가운 어둠 속에 갇혀 있다가 다시 피어난다.
그는 자신의 잘못으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에 대해 운다. 그는 기억으로부터 도망친 것이었다. 이름도 직업도 모두 지워버리고 그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는 노숙의 삶에 익숙해지면서 무기력함에 빠져들었다. 이제 그만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가 다시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친절과 그의 친절이 부른 또 다른 친절 때문이었다.
그는 다시 살기로 결심한다.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친절을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의 실수로부터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고 더 낮게 더 불편하게 살기로 했다. 자신을 만나고 지나치는 인연에 대해 어두컴컴하고 갖춘 건 별로 없지만 누군가에게는 편의를 제공했던 ‘ALWAYS 편의점’처럼 되고자 한다.
작가는 말한다. 편의점 직원이 손님을 대하듯이 딱 그 정도만이라도 가족과 동료에게 대하라고. 너무나 교훈적이지만 훌륭한 전개로 몰입해서 읽게 된다. 이 책이 베스터셀러가 되어 널리 읽힌다는 의미는 따뜻한 관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불편이 누군가에게 편의가 되고, 나의 친절이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나의 편안이 누군가의 위안이 되는 그런 삶을 그리고 있는 책. 웃음이 터져 나오고, 울컥하면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