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이죠. 제 삶이 언제부터 망가졌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젠 제 의지로 해결되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어릴적에 따돌림 당하고 사람들과 멀어질 때만 해도 평범하게 사는 것 자체만이 꿈이었어요. 그저 내 편 하나만 있어주면 좋겠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친구를 만들어서 사는 삶 말이죠. 누군가가 나를 매도하지 않고 무시하지 않고 역겨워하지 않는 평범한 삶이요.
그 평범을 좇아서 아등바등 살아오니, 직장인이 되고 또래들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벌이를 벌고, 사회적 지위로는 그 친구들과 동등한 위치에 있게 되었어요. 아니, 된 것 같다고 착각했죠.
하지만 말예요. 지금 돌아보면 그게 참 우스워요. 저는 그냥 돈만 조금 벌었고요. 친구들은 그 사이에 청춘을 즐겼어요. 저는 청춘을 거세당한만큼의 에너지를 그저 따라잡는데 썼을 뿐이고요. 그래서 지금의 저는 청춘도 빼앗기고, 그저 굶어죽지 않을만큼만 산 것에 감사해야하는 입장이에요.
근데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요? 우물 속 개구리마냥 닫힌 세계에서 살고있었을 때는 제가 보고 있는 천장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세상이 너무 넓대요? 그래서 정말 제가 꿈꿔왔던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다’라는 게 뭔지 알기 힘들어졌어요. 그저 우물 속에서 보이던 동그란 하늘만큼의 영역이 아니라, 그 동그라미 밖의 영역이 훨씬 더 넓다는 걸 알아버렸으니 말이에요.
20대까지의 저는 말이죠. 썸도 타보고, 연애도 해보고, 놀러도 다녀보고, 그저 사람이 사람으로서 즐길 수 있는 삶의 다양한 영역들을 저는 모르고 살았어요. 그래도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아무것도 못하는게 너무 아까워서 그저 남들 하는거 어설프게 따라해보려고 여행도 다녀보고, 캠핑도 해보고 모임도 나가봤죠.
하지만, 결국은 전부 다 혼자 해요. 친구들과 여행을 함께 하려니 그들은 이미 결혼을 약속한 애인과 여행을 떠나기 바쁘고요. 술도 못마시는 저와 함께 음주가무 없는 캠핑을 떠나려는 친구는 없고요. 사회성을 잃지 않으려고 꾸역꾸역 나가는 모임에서도 저는 군중 속의 고독을 느껴요. 저는 이제 친구를 만드는 법도 까먹어버린 30대 중반이니까요. 나 같은 아저씨가 말을 걸면 징그러울 까봐. 부담스러울 까봐. 그저 조심 조심 멀리서 깔짝 거리는 신세죠. 그나마 다행이에요. 운동 모임이니까 운동에만 집중하면 누가 뭐라고는 안해요.
아무튼 이젠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정말 어디서부터 인생이 꼬여 이렇게 흘러왔는지. 사실 정말 근원부터 파고 들어가자면 당연히 따돌림을 당했을 때가 시작이긴 했겠지만, 그건 너무 옛날 일이니까 잠시 미뤄둘게요. 그저 내가 청춘까지 버려가면서 열심히 일했고, 시간이 없어 사람을 못사귀는 건가 싶어 일을 쉬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은 도전을 해봤지만, 결국 내겐 요령이 없다는 사실만 깨달았다는 사실이 제가 아는 전부에요.
어느덧 2024년이 끝나가고 난 이제 36살이 되어가요. 그리고 또 다시 일을 바쁘게 하고 있죠. 어차피 사람들과 섞이지 못하는 이 고리타분한 성격 때문에 저는 그저 점점 더 일에만 빠져들어요. 그나마 내가 가치가 있는 공간이 여기니까….
학교 다닐 때도 그랬어요. 막상 또래 친구들은 저를 싫어하지만, 성적이 준수했던 저를 선생들은 조금이나마 이뻐했거든요. 당시의 저는 그저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였고, 덕분에 지금은 일 빼고는 아무 것도 모르는 정박아로 훌륭하게 자라났죠.
제 삶이 어디서부터 이렇게 꼬인 것인지 정말 모르겠어요. 아직도 난 사람들과 섞이기 위해 멍청하고 우직하게 노력하는 사람인지라, 고작 어릴적 따돌림 하나 때문에 내 인생 전체가 망했다고 규정짓고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그러면 진짜로 내 인생 끝나는 거니까. 항상 내 잘못을 분석하고 고쳐서 결국은 더 나은 삶을 살아낸 나니까, 포기하고 싶진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아프고 힘드네요.
누가 알아주기나 할지는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