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처는 고단합니다. 인터뷰에서 고객이 노쇼를 하기도 하고, 꼼꼼히 스크리닝하고 만났음에도 원하는 고객이 아닌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또, 설문조사를 실시했으나 원하는 응답수를 충족하지 못해 재실시하는 경우도 있고, 고심해서 설계한 워크숍이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서둘러 마치느라 엉망이 될 때도 있습니다.
험난한 조사를 실시한 후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또 어떻습니까? 수많은 인터뷰 데이터를 정리하고, 다듬고, 머리를 짜내어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만들고 배포를 합니다. “000 고객을 조사한 000 인터뷰 결과 리포트를 전달합니다. 모두 읽어주세요! “
하지만 이모지 몇 개만 남길뿐, 문서에 읽은 히스토리도 없고 읽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은 내용을 엉뚱하게 이해하고 있고, 심지어 리서치 결과를 제멋대로 해석해서 이상한 방향의 기획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읽히는’ UX리서치 보고서에는 어떤 것들이 담겨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주의하면 좋을지 다뤄보고자 합니다.
24년 10월 000 서비스 고객 설문 조사 보고서
클릭하지 않을 보고서에 제 아무리 유익한 내용이 들어있든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쇼츠 시대에 3초 안에 눈길을 끌지 않으면 관심 밖으로 사라집니다. 출판물이 범람하던 시대에도 이목을 끌지 않는 콘텐츠는 흥행할 수 없었음을 떠올려보세요.
당신의 보고서를 읽을 사람들 또한 쇼츠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의 주 업무는 당신의 보고서를 읽는 것이 아닙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보고서를 읽는 것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은’ 행위일 뿐이죠. 보고서 제목은 그들이 바쁜 일과를 보내는 중에도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을지 판단하는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보고서의 타이틀에 맥락 없이 ‘어그로’를 끌어야 한다는 말이 아닙니다. 리서치에서 풀고자 했던 질문 혹은 리서치를 통해 풀어낸 해답을 ‘섹시하게’ 작성해서 클릭을 유도합니다. 하나의 리서치 질문에서 하나의 답이 나오는 깔끔한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일관성을 위해 리서치 질문을 제목으로 쓰는 것을 권장합니다.
예시 1 : 하룻밤을 꼬박 새워 만든 콘텐츠를 업로드 주저 하는 이유는? (리서치 질문)
예시 2 :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 UX 라이팅으로 인한 업로드 전환율 저조 (리서치 답)
이 리서치는 설문조사 방법론을 사용했으며, 무지막지하게 많은 응답수를 확보했으며, 다이어리 스터디를 변형해서 어쩌고저쩌고..
리서치를 마치고 나면 자신이 어떻게 이 어렵고 복잡한 리서치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가장 먼저 설명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어렵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그러나 고객(읽는 이해관계자) 입장에서 보고서를 열자마자 파악해야 하는 정보는 ‘이 보고서를 계속 읽어야 할 이유’입니다.
리서치가 왜 수행되었고 어떤 배경에서 진행되었는지를 알아야 스크롤을 계속 내릴지 말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리서치를 통해 얻어내고자 했던 것과 리서치가 출발된 배경을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1) 비즈니스 맥락은 무엇이며 2)이 주제를 주목한 이유 3) 결과적으로 얻어내고자 했던 것 을 분명히 서술해 줍니다.
이 리서치는 25년 1분기 목표인 ‘업로드 전환율 증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크리에이터 증대를 통해 고객에게 유익한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전사 OKR과 정렬됩니다. (비즈니스 맥락)
콘텐츠 작성 시작을 하는 시작하는 고객과, 500자 이상 작성을 하는 고객이 충분히 많음에도 최종적으로 업로드 전환율이 낮다는 사전 분석(업로드 전환에 주목한 이유)에 따라 업로드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불편함을 파악하고 기회영역을 도출하는 것(결과물)이 목표입니다.
이 인터뷰는 무려 100명이나 직접 인터뷰한 완전무결한 보고서입니다.
라고 적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으나 팩트는 팩트고 세상에 완벽한 데이터는 없습니다. 보고서에는 어떤 데이터가 어떠한 방식으로 수집되었는지, 그리고 데이터의 한계를 꼭 수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결론(인사이트)을 수용할 수 있는 이유를 리서치 목표와 연결 지어 작성합니다.
수집한 데이터 :
월 10회 이상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는 고객, 작성 시도는 하지만 업로드는 하지 않은 고객 각 5명씩 총 10명을 관찰 인터뷰
설문이나 간접적으로 관찰하는 방식으로는 고객들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과 의견을 수집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관찰하는 방식을 택함 (방법론을 선택한 이유)
설계 내용 상세 링크
데이터 상세 :
콘텐츠 업로드 동기와 어려운 점에 대한 녹음
업로드 과정에서 작성하는 과정을 관찰한 영상 데이터 수집
영상 링크, 녹음본 링크
데이터 한계 :
일반적으로 콘텐츠 생산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부터 글을 작성하는 과정을 포함하지만 인터뷰에서 이를 자연스럽게 관찰하는 것은 어려웠기 때문에 이미 50% 정도 작성된 콘텐츠를 사전에 준비해서 업로드 과정을 관찰함.
다만 1) 업로드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업로드를 하지 않은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2) 과거의 경험을 인터뷰로부터 수집해 대조함으로써 리서치 데이터를 분석함 (그럼에도 리서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
주의할 현상 중 하나는 수집된 고객의 정보를 단순히 성별, 학력, 결혼여부 등 데모그래픽 정보를 늘어놓는 것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돋보이게 제시하고자 한다면, 그 데이터는 주목받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남/녀 고객의 정보가 골고루 수집되지 않은 것을 데이터 한계로 삼고자 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별에 따라 업로드 전환율이 다르다는 가정을 깔고 있는 것입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수집할 때 중요한 것은 ‘리서치가 가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어떤 점이 업로드 전환율에 영향을 미칠까요? 아마도 학력이나 수입보다는 팔로워 수나 크리에이터로서 평소에 업로드를 얼마나 활발하게 했는지가 주요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데이터를 제시하기 전에 어떤 데이터가 리서치에서 주목할 점인지 파악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유튜브로 비유하면 썸네일, 드라마의 로그라인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앞서 건조한 사실들을 객관적으로 적었다면, 리서치 하이라이트에는 리서처의 관점(Point of View)을 담아 리서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잘 드러나도록 흥미로운 리서치 결과 일부를 공유해서 리서치 전체의 인상을 요약합니다.
리서치에서 들었던 흥미로운 말, 말, 말. png
고객들이 주저했던 순간 모음. mp4
리서치 인사이트를 도표나 그래픽으로 표현할 수 도 있고, 흥미로웠던 고객의 목소리를 편집해서 하이라이트를 만들기도 하고, 관찰 영상 일부 중 핵심적인 장면을 짜깁기해서 쇼츠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정해진 포맷을 반드시 따를 필요 없이, 리서치 성격이나 메시지에 따라 창의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리서치 결과를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리서치 요약은 핵심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중에 다시 보고서를 열었을 때 필요한 인사이트만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에 알아내려고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하다 보면 ‘흥미로운 모든 것’을 인사이트로 모두 적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리서치를 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인사이트가 도출되긴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서는 안됩니다. 놀이동산에 놀러 왔으면 아무리 책이 재밌어도 일단 놀이기구부터 타야 하는 법입니다.
요약
고객들은 왜 업로드를 누르지 않았을까요?
1. 전반적으로 콘텐츠를 자주 업로드하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제작 경험은 다르지 않았습니다.
2. 업로드를 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업로드하면 다신 고칠 수 없을 것 같아서’ 였으며 특히 버튼명이 [제출하기]라고 딱딱하게 적혀있어 망설였다고 응답한 참가자는 10명 중 8명이었습니다.
3. 업로드를 하지 않은 다른 이유는 ‘자신감이 부족해서’, ‘이 정도면 충분한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워서’ 였습니다.
또한 주의할 점은 리서치를 수행한 사람의 관점을 드러내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객관적인 사실도 환상 속의 존재입니다. 우리가 믿는 과학도 아직 반박되지 않은 믿음일 뿐입니다. 객관적인 사실만 나열하면 보고서에 어떤 의미도 담을 수 없습니다. 발견점(사실)과 인사이트(해석)를 분리해서 적되, 인사이트에 리서치로부터 발견된 사실이 갖는 의미를 작성합니다.
훌륭한 인사이트는 정답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이 좋은 질문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발견점 : 10명 중 8명이 업로드 직전에 “제출하기” 버튼을 유심히 쳐다보고, 버튼 누르는 것을 망설였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물으니 딱딱한 버튼명이 뭔가 누르기 어려운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인사이트 : 업로드를 망설이게 하는 UX라이팅
논의사항을 통해 리서치 결과가 팀에 어떤 시사점을 가지게 되었는지, 어떤 합의가 있었는지, 그로부터 어떤 결정이 있었고, 어떤 액션아이템이 실행되었는지 적어줍니다.
제안
제안을 작성할 때는 필요에 따라 장기적 관점(어느 곳에 투자를 해야 하는 가), 단기적 관점(어떤 아이디어를 당장 실행해야 하는 가)을 분리해서 작성합니다.
“제출하기” 버튼명을 “업로드” 로 바꾸고 업로드 화면에서 “언제든 수정할 수 있어요.”라는 문구를 추가합니다. [관련 00팀 아이디어 (링크)]
논의
어젠다가 잘 작성된 논의는 리서치 결과를 두 배, 세 배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리서치 결과로부터 힌트를 받아, 서비스가 더욱 발전하려면 어떤 질문들이 필요할지 고민하고, 어젠다에 추가합니다. 리서치 중간중간에 디브리프를 하면서 얻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첨부해 두면 논의가 더욱 풍성하고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Q 쉽고 간편한 콘텐츠 작성 경험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A님 의견 : 000
B님 의견 : 000
결정
논의를 통한 결정과 향후 액션 플랜을 작성해 둡니다. 명문화된 결정사항과 액션아이템은 소위 말하는 ‘빼박’ 이 되어 실행에 박차를 가하는 재료가 됩니다.
“제출하기” 버튼명을 “업로드” 로 변경
“업로드 퍼널 이후 작가들의 경험 추가 리서치/분석”
마지막으로, 참고자료입니다. 작성할 때는 반짝반짝하던 기억력으로 레퍼런스 위치를 기억해 두지만 나중에는 다 까먹습니다. 센스 있게 간단한 설명과 함께 링크를 첨부해 두면 보고서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1)업로드 전환율 분석 보고서.link
2)25년 상반기 UX 로드맵.link
이해관계자들에게 명징한 인사이트를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든 고행자들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