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_황금의 고삐
누군가 그랬다. 나이들수록 결혼생활이란 돈과 건강의 파워게임이라고. 오랜만에 집어든 사강의 책 ‘황금의 고삐’는 결혼이라는 포장지를 벗겨내고 부부사이의 돈과 지배관계를 발칙하게 드러낸다.
무명음악가 남편 뱅상을 만난 부유한 상속녀 로랑스는 언제나 그렇듯 사강의 여느 작품 속 여주와 비슷한 결을 가진다. 나르시즘에 매혹적이며 구제불능에다 종종 아니 자주 나타나는 저속함도 디폴트값이다.
늘 이런 사강의 여주를 사랑하기에 그녀의 작품을 읽지만 이번 작품은 로랑스의 개인적 심리와 스토리보다는 그녀의 남편 뱅상이 그녀에게 종속되다가 말년에 성공해 ‘돈’으로 그녀로부터 탈출하는 과정에 눈길이 갔다.
가스라이팅이라는게 이렇게 무섭다. 특히 ‘돈’을 무기로하는 가스라이팅은 사람의 존엄을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더 무서운건 당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엄의 위험성은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된다. 이미 그렇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서서히 늙어가고 더 이상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뱅상의 뒤늦은 음악적 성공과 아내로부터의 탈출은 너무도 다행이고 통쾌했다. 인물의 내면을 파헤치는 사강의 솔직함은 언제나 사랑할 만한 재주다. 여지껏 난 그녀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놀랐고 소름끼쳤다. 근데 이젠 더 이상 놀랍지 않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지는 체면의 족쇄라는 것은 정말 불행한 것.
그녀는 자기 자신이 절대적이고, 비물질적이고, 저속함을 초월하고, 지적이고, 순진하고, 꿈 많은 여자이기를 바랐고, 또 그렇다고 믿고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그녀는 자신과는 정반대의 여성상이 자신이라고 믿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거부, 정성껏 감추어도 항상 되살아나는 자기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에 대한 동경, 바로 이것이 인간이라는 종족 사이에 번져 있는 가장 큰 불행 중 하나였다.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어떻게 해서 나는 생활과 시간을 내버릴 수 있었고 이처럼 반항도 갈등도 하지 못하게 완전히 통제되게 되었을까? <황금의 고삐> 프랑수아즈 사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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