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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nny Aug 16. 2019

새벽

짧은 글 #다섯

  낮의 시간들은 어지럽다. 환한 빛은 세상을 비추고 우리를 움직이게 하지만 너무 많은 빛은 때론 세상을 헝클어뜨리곤 하는 것이다. 아침의 도로에는 차들로 가득 차서 꽉 막혀버린 채 옴짝달싹 하지 않고, 건물들은 사람들로 가득 차서 서로를 숨 막히게 한다. 각자의 일상에서는 또 어떤가.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로 어지럽다.
  

  나는 깊은 밤을 좋아한다. 고요한 새벽의 시간을 좋아한다. 이 시간은 온통 검은색인 세상 속에서 보석처럼 빛나는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다. 그래서 하루의 끝자락과 막 시작한 또 다른 하루를 잠으로 보내기 아깝게 하는 시간들이다.
  이를테면 불 꺼진 방에서 맞은편의 어두운 아파트를 바라보다 아직 불이 켜진 집을 발견하는 일.
이따금씩 텅 빈 도로를 달리는 차를 발견하는 일.
건물들과 광고판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는 일 같은 것들이다. 어둠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시간을 그저 어둡기만 하지 않게 밝게 빛내는 사람들과 풍경들은 그 자체로 참으로 아름답다.
  어지러움으로 얼룩진 낮시간과 달리 차분하고 고요한 시간 속에서 이러한 단정한 세상의 꿈틀거림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늦은 시간의 피곤함마저 잊게 하며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준다. 그래서 나는 깊은 밤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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