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고단

단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교육의 굴레

by KH

1차 지필평가를 하루 앞두고 자습을 한 시간 줬다. 내내 자던 운동부 학생을 깨워 10분만이라도 공부를 해보자고 독려했으나 눈을 뜨지 못했다. 세 번에 걸쳐 집요하게 깨우니 눈을 뜨고 자려기에 반에 가서 공부할 책을 가져오라고 했으나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는 노선을 취하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수업도 잘 안 듣는 녀석이었으니 내버려 두었을 텐데 오늘은 편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공부 조금이라도 하지. 안 할 거냐?"


"......."


"씹냐?"


"아닌데요. 제가 알아서 할 건데요."


의자 허리에 목이 닿을 정도로 누우다시피 앉아 팔을 꼰 채 비아냥거렸다.


"아무것도 안 할 거면 뭐하러 왔냐. 학년 교무실 가서 잠이라도 자지 그러냐."


"......."


조금만 더 하면 담임선생님께 이야기가 들어갈 거라 짐작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 앞문을 쾅 열고 나가더니 반에서 과학책을 가져와 펼쳤다. 펼쳐놓고 당당히 앉아서 자는 그 녀석을 보고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수업'을 하는 교사는 전국에 몇 명이나 될까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낮은 출생률에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교사 한 명당 담당해야 하는 학생 또한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그만큼 과거와 달리 한 명도 포기하지 않는 책임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모든 학생이 사회의 주요 일원이며 한 명이라도 소외되면 사회에 크나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도 알겠다. 하지만 학생의 자율성 보장과 그들에 대한 통제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책임교육의 의무를 다하라 하는 건 꽤나 힘에 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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