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전기계장 (16)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풍선총을 쏘던 기억이 있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푹’ 하고 바람이 나가면서 풍선이 멀리 날아가죠. 그 풍선총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주 중요한 통로, 즉 ‘공기 길’이 있습니다. 이 공기의 통로가 없으면 아무리 방아쇠를 눌러도 바람은 나가지 않죠. 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집니다. 계기류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선을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공기 압력 신호, 즉 에어(Air)도 함께 공급되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공기를 보내주는 얇고 긴 길이 바로 (Tubing)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에어 작동식 밸브(Positioner가 달린 Control Valve)나 에어 릴레이, 공압식 액추에이터 같은 계장 기기들은 전기 신호만으로는 동작하지 않고 반드시 공기 압력이 함께 공급되어야 합니다. 이 공기 신호는 압축 공기(보통 3~5kg/cm²)를 기준으로 하며, 전기 신호(4~20mA)와 함께 계기 작동의 ‘양대 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Air Tubing은 계장 시스템의 혈관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전선이 신경이라면, 튜빙은 피가 흐르는 혈관이라 볼 수 있죠.
튜빙을 연결하려면 단순히 관만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튜브를 연결해주는 피팅(Fitting), 방향을 바꾸는 엘보(Elbow), 기기나 배관에 체결하는 어댑터(Adapter) 같은 부자재들도 함께 준비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튜브는 나일론(Nylon) 또는 폴리우레탄(Polyurethane) 재질을 많이 사용하며, 내열성이나 외부 환경을 고려해 스테인리스 튜브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매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이즈 호환성입니다. 예를 들어, 튜브는 보통 외경(OD) 기준으로 6mm, 8mm 등이 사용되며, 이에 맞는 피팅을 사용하지 않으면 에어 누설이 발생하거나 결속이 헐거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공압 누설은 계기 오작동의 원인이 되므로 처음부터 정확한 규격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피팅류의 재질 또한 중요합니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는 황동(brass)보다 스테인리스(SS316) 재질이 더 안정적입니다.
설치 작업 시에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첫째, 튜빙은 가능한 직선으로 배치하되, 필요한 경우에만 곡선을 줘야 합니다. 급격한 굴곡은 내부 압력 손실이나 파손의 원인이 됩니다. 둘째, 튜브는 절단 시 수직으로 깨끗하게 잘라야 합니다. 비스듬히 잘린 단면은 피팅과의 결속이 불안정해지며 누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고정 클립이나 밴드를 사용하여 진동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계장기기는 미세한 압력 차이에도 민감하기 때문에 튜브가 덜렁거리거나 움직이면 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튜브 라벨링도 중요합니다. 여러 개의 튜브가 한 기기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튜브마다 어디에서 어디로 연결되는지 명확히 표시해두면 유지보수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정리하자면, 계장에서 말하는 튜빙은 단순한 ‘관’이 아니라 계기 시스템이 제대로 동작하기 위한 공기 신호의 통로, 즉 생명줄입니다. 컨트롤 밸브, 액추에이터, 포지셔너 등 다양한 계기들이 튜빙을 통해 에어 신호를 받고 동작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재료 선택과 꼼꼼한 설치가 필수입니다. 전선만큼이나 중요한 튜빙, 이제는 단순히 부자재로만 보이지 않으시죠? 계장을 이해하는 첫걸음은 전기와 공기를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에서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