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1부. 셋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임신을 하면 시시때때로 몸이 변한다. 나타나는 변화는 사람마다 모두 다르고, 개인차도 심하다.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일상생활조차 힘든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다행히 엄청난 변화를 겪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새로 나타난 변화들이 달갑지는 않았다.
맨 처음 나에게 나타난 변화는 가슴이 커지고 유두가 까매지는 것이었다. 가슴이 커지는 것은 미관상으로 볼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남편 쭌이도 가슴 사이즈의 변화를 반겼고, 옷을 입을 때 태가 더 좋아 보이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속은 정말 불편하다. 브래지어가 작아져서 소화가 잘 안되고, 갑자기 부피가 커지는 바람에 살도 엄청 가렵다. 튼살 크림을 발라봤지만 가려움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두는 까매져서 보기 싫어짐과 동시에 어딘가에 살짝 스치거나 닿을 때마다 통증도 있었는데, 앞으로 생길 변화를 경고하는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나빴다.
두 번째 변화는 입덧이다. 임신 후의 변화는 개인차가 크지만, 보통 입덧이나 먹덧으로 오는 듯했다. 어떤 형태로든 입덧에서 자유로운 임산부는 없지 않을까 싶다. 주변의 케이스들을 보면, 속이 비면 입덧이 심해져 계속해서 먹는 먹덧을 경험한 사람도 있고, 반대로 음식만 먹으면 토를 해서 식도에 상처가 나 피를 토하는 사람도 있고, 심한 경우 남편의 살냄새만 맡아도 토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주로 쌀밥을 삼키기 어려워했고,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대중교통을 타면 속이 울렁거렸고, 입맛이 사라져 먹고 싶은 음식이 하나도 없는 입덧이었다. 더 당기는 음식 같은 건 없었고, 빵을 먹었을 때에 속이 편한 정도? 쭌은 임신한 나를 위해 뭔가를 사다주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자 ‘너는 왜 뭘 사다 달라고 안 해?’라는 행복한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입덧의 경우, 요즘에는 산부인과에서 입덧 약을 처방해 주기 때문에 약을 먹으면 입덧 증세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런데 아이한테 해가 될까 봐 먹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한다. 나도 처음에는 임신 중에 약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걱정이 돼서 먹지 않았는데, 담당 의사의 말에 의하면 지금까지 입덧 약으로 인해 잘못된 케이스가 없다고 하고, 밤에 입덧 약을 먹고 자면 다음 날 활동이 너무나 편안했기에 입덧 증세가 있는 동안은 꾸준히 약을 먹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태아에게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신을 위해서든 태아를 위해서든 힘들면 참지 말고 입덧 약을 먹으면 좋겠다.
세 번째 변화는 분비물의 양이 늘어나는 것이다. 찝찝하고 냄새도 나는 데다 자주 씻지 않으면 질염에 걸리기도 쉬워지는데, 제일 큰 문제는 다른 일에 집중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렵다는 점이다. 위생과 청결을 위해 밑면 안감에 수건과 비슷한 테리 소재가 덧대어져 있는 임산부 팬티를 구매하여 입었지만, 하루에 두 번, 많게는 세 번은 갈아입어야 조금이나마 쾌적함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가 팬티를 갈아입는다고 해서 가려움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나는 몇 주 동안 가려움을 참으며 고민하다가 결국 왁싱을 했다. 원래 왁싱을 하던 사람이 아니면 출산하기 전 병원에서 해주는 제모 정도만 받는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나처럼 분비물 때문에 가려움을 참지 못하거나 질염 예방을 위해 출산 몇 달 전부터 꾸준히 관리를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임산부 왁싱은 안정기에 접어든 20주 이후부터 가능하다. 혹시 몰라서 인터넷 후기도 많이 찾아보고, 담당 의사에게도 왁싱을 해도 되는지 한 번 더 확인한 후 병원 근처에 있는 왁싱숍을 예약했다. 산부인과 근처라 나 같은 임산부들이 많이 찾아오는 모양이었다. 몸 상태에 대해 배려를 많이 해주어서 생각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받을 수 있었고, 시술할 때의 통증도 참을 만했다. 며칠 동안 시술 부위에 빨갛게 트러블이 올라오고 화끈거리는 정도의 부작용은 있었는데, 가려움에서 해방되었다는 기쁨이 부작용의 아픔보다 컸다.
그 외의 변화들로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날이 있다거나, 며칠 동안은 잠이 쏟아졌다가 또 오지 않는다거나, 내 몸에서 나만 느낄 수 있는 불쾌한 냄새가 난다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는데, 이러한 변화들은 주수에 상관없이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최대한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면 이런 변화들은 어느 정도 조절이 되는 것 같았다.
임신으로 인한 불편을 겪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워킹 맘의 대단함이었다. 나는 프리랜서라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고, 외부 활동이 있어도 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이불 속에서 편하게 쉴 수도 있고, 바깥 활동이 많지 않으니 코로나의 불안에서도 조금은 자유롭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 동안 회사 생활을 하거나 외부 활동이 많은 임산부의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 최근 임신을 한 친구는 병원에서 근무를 하는데, 몸을 쓰는 일이 많아서 작은 통증에도 걱정을 많이 한다. 친구는 지금 임신 초기로, 자신의 작고 소중한 배 속의 태아를 지키려다 보니 바깥의 모든 활동이 더욱 조심스럽고 걱정되는 것 같았다. 앞으로 9개월 동안 몸과 마음 그리고 주변의 상황들이 시시각각 변해서 많이 혼란스럽고 막막하겠지만, 남편과 가족들, 친구들,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산부인과 담당 의사 등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않고, 함께 의논해서 친구와 아기에게 모두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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