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나>
1부. 셋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임신을 하면 뭘 하든, 뭘 먹든 ‘아기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솟아난다. 하지만 아는 것은 없어서 뭔가를 할 때마다 ‘임신부’, ‘임산부’를 붙여서 검색하는 것이 습관이 된다. 그런데 같은 주제라도 포스팅마다, 그리고 밑에 달린 댓글마다 의견이 너무나도 다르다. 밥 꼬박꼬박 챙겨 먹어라, 푹 자라, 너무 많이 자지 마라, 긁지 마라, 엽산 먹어라, 철분제 먹어라, 운동해라, 그런 거 먹지 마라, 그 정도는 먹어도 된다….
어른들은 조언을 해주시면서도 아기를 낳은 지 너무 오래돼서 모르겠다고 하셔서 검색을 주로 했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들은 검증이 안 된 것들이 많았다. 너무 헷갈려서 혼자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들은 검진일에 물어보려고 따로 메모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들어보니 의사들도 다 답변해 주는 것이 다르단다. 나는 28주 차의 입체초음파 검사 날에도 이래도 스트레스, 저래도 스트레스를 받다가 입체초음파 검사 선생님한테도 이런저런 고민들을 털어놓았는데,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엄마들이 물어보면 다 하라고 합니다. 염색도 하고, 매운 것도 먹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요. 엄마가 즐거워야 애기도 건강해요.”
이 말도 맞다. 임신부의 스트레스가 태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런데도 막상 뭔가를 먹거나 하려고 하면 또 검색을 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혹시나 모르니까.
아기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매 순간 검색은 계속되고, 수많은 정답들 속에서 나는 이러나저러나 어쨌든 불량 엄마가 된다. 누군진 기억이 안 나는데, 누가 그랬다. 엄마가 되면 다 알게 된다고. 그런데 나는 엄마가 되어서도 아무것도 몰랐다. 임신을 하게 되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태아에게는 무엇을 해주어야 하는가, 임신을 하면 무엇이 달라지는가, 아기를 낳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고, 낳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도. 또 아기를 낳고 나면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도 몰랐다. 내가 지금까지 본 임신과 육아의 모습은 거의 다 드라마나 영화 같은 매체를 통해 본 것들이었는데, 거기서는 임신이 이렇게나 힘들다는 걸, 육아가 얼마나 어렵다는 걸 자세하게 보여주지 않았다. 드라마 속에서는 임신을 하면 테스트기의 선명한 두 줄을 보며 기뻐하고, 배 속의 아기를 부르며 예쁘게 말을 건네고, 갓 태어난 아기를 보며 기뻐하고, 어딘가 나들이를 가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 혹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낙태를 하거나 화장실 같은 곳에서 아기를 낳아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것뿐이었으니까. 그래도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며 겪은 일들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및 검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임신과 육아를 주제로 한 웹툰 등을 통해서 조금씩 현실을 마주하고 배워나가는 중이다. 지금은 가끔 후배 엄마들에게 조언을 해 주기도 할 정도는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마음을 놓을 때쯤, 아이는 어느새 또 성장해서 나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겨준다. 요즘은 잘 가던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떼를 부려서 검색창이 불이 난다. 부모가 되는 순간, 우리는 평생 검색을 해야 할 팔자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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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는 만화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37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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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앤닥터 육아일기 https://comic.naver.com/webtoon/list?titleId=732955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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