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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선 Oct 20. 2024

1부-8화. 돈돈돈 하게 된다

<엄마와 나>

1셋이 되면 달라지는 것들 


8화. 돈돈돈 하게 된다

 

이상을 침범한 현실의 무게     


    임신초기, 아직 세포분열도 덜 돼서 젤리곰 같이 생긴, 고작 몇 밀리미터밖에 안 되는 이 녀석은 크기는 작았지만 존재감 만큼은 엄청났다. 원룸으로 충분했던 우리 둘의 공간은 이 녀석으로 인해 한순간 좁은 곳이 되어버렸고, 통장의 잔고도 빠르게 줄어갔다. 영양제, 진료비, 입덧약, 태아보험, 산모용품, 아기용품, 출산에 드는 비용, 산후도우미, 막달 즈음에는 이사비용까지 쥐똥만큼 모아뒀던 금액을 탈탈 털고 버는 족족 돈이 나갔다. 그나마 산후 마사지도 안 받고, 친정엄마네서 산후조리를 했기에 망정이지, 조리원에 들어갔다면 몇 백은 더 들었을거다. 바우처로 제공되는 금액은 임신 초기에 진료비와 영양제, 입덧약을 결제하는데 금방 다 써버렸고, 2022년도 출생아부터 제공된다던 첫만남지원금은 탄탄이가 2021년 12월 31일에 태어나는 바람에 구경도 못했다.

    “첫째 낳으면 모아둔 돈을 다 쓰고, 둘째 낳으면 마이너스 통장 써야 돼요.”

    정수기 필터를 갈아주러 오신 코디네이터가 이런 말을 했다. 실제로 첫째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돈을 엄청나게 쓰고 있던 터라 그 말이 피부에 퍽 와 닿았다. 딱히 유별나게 하는 것도 없는데 돈이 물 새듯이 새어 나가는데, 막상 또 보면 줄일 것도 없다. 우리 부모님은 부자도 아닌데 어떻게 넷을 낳아 길렀으며, 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어떻게 9남매를 낳아 기르셨을까?

    “요즘에는 어린이집 보내면 얼마나 내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옆집 할아버지가 나에게 물었다.

    “8~9만원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우리 손주 보낼 때는 8천원인가 들었던 것 같은데.”

    몇 년 전인지 모를 그 시절에는 물가가 저렴했겠지 하고 생각하려고 해도, 10배가 넘게 물가가 치솟는 동안 급여는 같은 비율로 늘어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가 힘듦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 아기 낳을 준비가 안 됐어요.’ 라며 아기를 낳지 않고 있는 부부들의 말은 ‘양육에 필요한 돈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이미 많은 돈을 지불하며 탄탄이를 낳았고, 탄탄이를 기르면서 앞으로 많은 돈을 쓰게 될텐데, 나와 쭌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탄탄이가 배우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충분히 제공해줄 수 있을까? 혹시 둘째가 생기게 된다면? 그때도 계속해서 내 이상을 좇을 여유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을까?          

평소에는 이상주의자라는 말을 듣는 나인데, 이상하게 아이와 관련된 일에는 현실적이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가지고 나서는 일을 할 때에도 페이나 작업에 드는 비용에 대해 좀 더 따져보면서 일을 하는 습관도 생겼다. 이 또한 성장이라면 성장이겠지만, 돈이나 회계 쪽으로는 워낙에 재능이 없어서 머리가 아프다. 보면 똑똑하게 제테크 하고 가계를 굴려가는 사람들도 많던데, 나는 책을 보고 따라해 보려고 해도 영 발전이 안 됐다. 그래서 가계부 관리도 하다가 남편에게 넘겨버리고, 나는 내 수입만 대충 관리하고 있다.

    돈은 꿈과는 성질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파악을 하려고 해도 어느정도 쓰이고 있는지와 어느정도 쓸 것 같다 정도이지, 어떻게 해야 불려나갈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남편과 아이와 함께 살다보니 집이나 차에 대한 것을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는데, 차를 바꾸고 집을 장만하기 위한 저축 계획을 세우는 것이 너무 어렵다. 이건 정말 육아보다 어렵다. 그래서 내 수준으로 세울 수 있는 계획은... 돈을 지금보다 많이 벌자 정도? 사실 이 부분은 답이 없다. 꿈 찾아 꿈 먹고 살던 사람이 현실에서 돈을 벌고 살려고 하니 참으로 무력하기 짝이 없다. 




글. 김현미

교정. 교열. 윤문. 김지현 rlawlgus272@naver.com


본 콘텐츠는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4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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