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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와 제조의 커플링

Apple in China (1)

by khori

최근 구매한 책들이 물리적으로 두껍다. 물리적 두께는 읽기 전부터 압박감을 준다. 어떤 책은 몇 장만 읽어도 두통(모름에 대한 압박)이 떠오른다. '금융의 연금술', '방법서설', '자유론'과 같은 책은 아주 빠르게 '접어'라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쉬운 책이다. 하나는 실존이 주는 압박, 후자는 지식, 정신, 정보의 수준에 관한 압박이다. 이 경험을 통해 사람은 아는 범위에서만 무엇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다시 한번 느낀다. 지금은 컴퓨터 외장하드처럼 인간이 확장을 도전하는 시대가 되어가지만 결국 앎의 세계만큼 실존적 세상, 확장적 상상의 범위는 결정된다.


세계화를 통해 다국적기업 활동이 비용절감과 수익을 위해서 물리적인 이동이 확산되었다.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지식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보안, 정보보호를 강조한다. 이젠 클라우딩을 통해서 집중화 후 재확산이라는 점도 산업의 물리적 이동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정치 경제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블록화 되고 제재를 가하는 시대로 회귀 중이다. 정치와 경제는 긴밀하다. 하나는 범위를 한정하고, 주어진 범위에 따라 자유롭고 합적으로 경쟁하기 때문이다. 경기의 룰이 바뀌면 영향은 불가피하다. 룰에 맞춰 기업의 활동과 변화는 발생하고 이는 새로운 변화를 또 이끌 것이다. 최근 애플의 미국 내 투자가 이를 반영하는 것 아닌가? 다들 비전, 꿈, 전략, 계획이 있다. 케인즈의 말처럼 '경은 어떠한가?'라고 해야 할까?


비슷한 시기에 전자업종에 종사하며 느낀 과거의 기억과 책의 정보를 비교하며 쉽고 재미있게 보고 있다. 동시에 내가 느꼈던 점과 현재의 생각에 대해서 반성도 하고 점검도 하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애플에 대한 생각보다 이런 유사한 일이 더 오래전 섬유산업에서 존재했고, 애플이 언급되는 시기와 비슷하게 한국에서도 동일한 사례가 존재하며, 현재 대한민국의 주력 산업이라고 하는 반도체, 자동차에도 존재한다. 그전 일정 산업이 일본에서 전수되고, 일본을 따라잡는 사례가 다르지 않다. 이 반복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가가 중요하다.


2015년 발표된 중국의 제조 2025를 보며 감탄한 적이 있다. 미래에 대한 비전,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미국에 뒤진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의 정책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했다는 점이 우려스러운 점이었다. 현실의 격차는 당연히 존재하지만 앎이 크게 확장된다고 느꼈다. 후발기업과 국가의 각성은 아주 위협적이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이를 입증하고 있지 않은가? 그 보다 오래전 본 미국의 Innovate America를 보고도 느낀 것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10년 전만 해도 현장에서 보는 중국은 우리 기준에서 혼돈이라고 할 부분도 있고, 또 일부 부분은 상상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서 그 보다 10년은 전부터 일정한 과정이 있고, 국가 전략으로 구체화한 부분은 상당한 기간 심도 있게 준비를 했다는 부분이다. 현재는 그 준비의 결과가 압도적인 힘을 발휘하고, 정치와 연결되며 다양한 일들을 만들고 있다.


12장까지 읽으며 흥미진진함보다 기억을 더듬게 된다. 애플이란 컴퓨터 제조 기업이 아이팟을 통한 MP3기계로, 아이팟을 통한 새로운 흥미를 그리고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장르로 변화하는 이면에 어떤 전략을 갖고 SCM체계를 구축했는가 볼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으며 애플의 전략이 존재하는가? 전략 이전에 애플의 높은 목표에 대한 도전과 구현 과정을 통해 필요가 창출된다. 필요가 곧 애플의 전략에 가깝다. 그들의 필요, 사실 wants의 목표는 경영, 마케팅, 기획, 시장분석과 미래 동향에 대한 상상을 포괄하지만 철학적으로 美(아름다움)을 추구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수준은 교과서로 배운 수준을 한참 넘어서고 동시에 그것을 수행하려고 도전한다.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협조자가 나오는 것이다. 미친 자만큼 미친 자들이 나오게 되는 것이 마치 도제제도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국내 대기업에 일본 엔지니어와 개발자들이 다수 존재하는 것과 다른가? 산수문제 답 나올 때 고통의 계산 증명 과정이 필요하듯, 머릿속 고통과 스트레스의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나온다. 머릿속의 해결책이 간단하게 나올 때까지 당연한 결과가 나에게도 협력자, 조력자에게도 발생할 뿐이다.


대한민국 땅에 살고 있는 입장에서 언급된 LG전자의 사례와 홍하이 정밀공업(Foxconn)의 사례를 통해 이들의 전략적 접근과 차이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24년 기준 LG는 87조 매출의 국내 굴지의 기업이고, Foxconn은 6조 8600억(대만환율 47원, 현재 240조가 넘는다)이 되었다. 책이 언급되던 시절인 1999년 LG는 17조의 매출이고, 홍하이는 18억 달러 (2천 원으로 반영해도 3.6조) 수준이었다. 중요한 순간 한 번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돌아볼 부분이다. 지나간 과거는 지나갔을 뿐이다. 무엇을 배웠고, 무엇을 채우고 구현하여 지금 무엇이 되었는지를 돌아보면 당연히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은 변한다. 1월 CES에서 Foxconn부스를 들렀었는데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관점에서는 전체 사업구조에 대한 이해와 태도, 역할의 이해, 고객의 정의에 대한 차이가 존재한다. 어쩌면 비전의 크기가 달랐을 수도 있다.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는 중요하다. 또 다른 점은 지속적인 새로움과 혁신에 대한 학습이 다르다. 돈을 버는 것과 위대한 기업이 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그 내용과 태도의 차이가 크고, 이것은 요즘 기업들이 말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포괄하는 많은 부분에 영향을 준다. Endless improvement & cost down은 말할 것도 없다. 어쩌면 오래전 이병철이 말한 돈 버는 3가지 방법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면 애플, 폭스콘에 대한 이야기는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인간을 이해한 설계역량의 축적이 아쉽다. 일본이 소재 부분의 강점을 유지하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고, 미국이 인공지능 핵심기술, 반도체 설계역량에서도 강점을 유지하는 요인도 이것이다. 설계역량의 빛나는 지적활동의 결과도 현실에 존재하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과거 기업에서 장인정신, 명장의 개념이 유행했었다. 이 탁월함은 AI에 기반한 자동화로 대체되는 중이다. 뉴스에서 보듯 ASML, Nvidia, Samsung/Hynix 메모리는 인간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는데 필요하다. 쉽게 첨단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 장비가 필요하고, 첨단장비를 운영할 탁월한 인재가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이런 구조의 Grand Master Plan을 그릴 사람이 국가산업정책을 그리는 것도 필요하다. 당연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탁월한 인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탁월한 시스템을 통해서 인간의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통해서 협력하는 시스템은 이상적이지만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다. 미국이 이것을 20년쯤 방치하다 깨닫게 되고, 백성들은 제조가 금융보다 낮은 일이 아니라 높은 고용창출, 지역/국가 경제의 파급력을 각인시키고 있다. 사실 제조 공동화와 여파는 남의 나라 걱정할 일이 아니다.


내일은 새벽부터 짐 싸들고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하고 있는 일이 책과 연관이 있다면 있고 그렇다. 동시에 다른 산업에서 비슷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당장 도움 될 부분도 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갖고 있는 잘못된 생각이 없는지 돌아보고, 내 삶의 현장에서 또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준비하고 그 그림에 색을 조금씩 칠해보는 수밖에 없다. 망작이 안 나오려면 스케치부터 잘 생각해야지 칠해놓고 생각하면 두통만 생기니. 아이팟 터치부터 애플 제품을 사용했는데 13장부터는 UX란 관점에서도 볼 부분이 있을까 기대된다. 17일엔 망작인지 평작인지 대작인지 뭐가 나오긴 하겠지. 한국에서 중국까지 나머지를 읽으며 날아가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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