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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 중에 얻은 책

환빠는 아니다

by khori

 11일정도 지구를 삼각형으로 돌고왔다. 10시간, 6시간, 8시간, 8시간, 10시간이란 비행기 시간은 지루함이다. 기내식을 대체 몇끼를 먹고 돌아온 것인지 모르겠다. 항상 들고다니는 책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정신차리고 일하기도 벅찬 시간이다.


러시아에서 처음 사촌 형 집에 놀러갔다. 역사전공 박사님답게 고대부터 지금까지의 역사, 철학에 대한 책들이 쌓여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금 지나치긴 해도 정말 그럴싸한데하는 생각이 드는 환단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저자에게 직접받았다는 환단고기를 받았다. 포장도 뜯지않은 책을 보면서 전에 도서관에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둘러본 기억이 났다. 환빠는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내용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우리가 팔 수 없는 만주벌판을 삽질해야 조금 더 진실에 가까워질 일이다. 서구역사는 일단 머리가 아프다고 하니, 로마인 이야기를 꼭 읽어 보라고 한다. 그 아주머니 책도 머리가 딱딱 아픈데 말이다. ㅎㅎ


어째던 졸지에 남아공에서 이 책때문에 75불을 낼뻔했다. Over weight charge에 용서가 없다. 책을 빼니 딱 맞는데, 들고오느라 애를 많이 썼다. 그래도 비행기에 놓고 내린 여러권의 책을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


정작 읽으려고 들고다니던 신동준의 '상대에게 이익을 얻게하라'는 책은 손을 떠났다. 한참 역사이야기를 하다가 사촌형에게 한 번 읽어보라고 전해줬다. 책에 왠 스티커를 이렇게 붙여놨냐는 잔소리도 들었다. 책에 낙서대신에 괜찮은 구절에 스티커를 붙이는 습관이 있다. 동시대를 반영한 책에는 낙서를 하기도 한다. 다 읽지 못한 것은 좀 아쉽지만 대략 그 의미는 이해한다. 노자계열은 얻기 위해서 먼서 베푸는 활동을 한다. 더 크게 벌기 위함이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본인의 안목과 실력에 따라 달라질 뿐이다.


뛰어난 자는 책을 보관하지 않는다라는 옛 명언을 마구 갖다붙이며 책을 넘기게 되었다. 사실 출장중엔 책을 읽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미팅과 저녁 식사를 겸함 마무리, 술자리를 통한 서로의 격려를 하다보면 손에 들고 있을 수가 없다. 비행기에서 조금 보기는 하지만 복잡한 일이 생기면 또 어렵게 된다. 6년간 대략 600권이 조금 넘는 책과 영화 300편정도를 본듯 한데 갈수록 읽는 양보다는 내가 취하는 것들에 더 몰두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접해야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점점 더 읽기 편한 것들에 심취한다.


다만 한가지 좋은 점은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좀더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괄적으로 관련된 업무 관련 지식을 접하고, 인문학적 책을 통해서 사람을 이해하는 개념이 아주 조금 생기다보니 이를 연결하는 것을 생활속에서 실험해본다. 그 결과가 나의 앎과 깨달음의 수준을 반영하는 바로미터다. 내 의도를 좀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조금씩 늘어간다. 이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가능성과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세상과 조금식 연결된다.


이 번 출장에서도 그런 감사함을 많이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무슨 말인가 다시 물어보니, 내가 한 프리젠테이션을 스크립트를 써 달라는 말이다. 할때마다 다른 이야기를 어떻게 스크립트로 만들어야 하나. 즐거운 요청이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출장 전 올재클래식스를 좀 샀는데 이젠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생각해봐야겠다. 어차피 관자는 다시 한 권 사야겠다. 갑자기 역사책이 살짝 구미가 땡긴다. 다음주에는 사업계획을 마무리해야하는데...'조선상고사'를 봐야 하나 '밖에서 본 한국사'를 봐야하나 갈등이다. 잠시 경영/경제 책은 좀 쉬어야 겠다. 역사나 문학책을 좀 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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