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 김용옥 선생 주연배우 데뷰작
박학다식하고 다차원적인 지식인이자 학자인 도올 선생의 영화 주연 데뷔작인 셈이다. 고구려의 옛 발자취를 더듬고, 발해의 유적을 돌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원류를 돌아보게 한다. 힘들고 험난한 시절, 초심으로 돌아가듯 우리가 어디서 왔으며, 어떻게 문화와 역사를 이어 왔는지는 분단되고 서구화되며 개인화되는 현재를 되돌아보는 이유가 생긴다.
고구려 오구 산성에서 가식 없이 아픈 허리를 잡고 달궈진 여름날의 산성 돌에 허리를 지지는 노구의 모습이 솔직담백 하다. 수많은 동양고전을 설명하던 철학자의 모습보다 소박한 어른의 모습이 사뭇 재미있기도 하다.
하루를 움직이고, 자리에 앉아서 설명하는 그의 말 한마디가 확 와 닿는다. 중국이 아무리 동북공정을 해도 고구려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설레는 사람은 한국사람이다. 이 말처럼 어떤 것이 우리의 역사인지 참으로 와 닿는 말이다. 오늘같이 역적의 기록인지 새로운 역사의 기록인지 알 수 없는 혼란스러운 날이라 그런지 그의 한마디는 세상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역사란 매일의 현대사가 축적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 서서, 그 시대의 눈으로 돌아볼 수 있는 감각과 안목을 요구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실과 사실을 만들어온 다각적인 주변 환경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동시에 그 시대의 감각과 사고를 발자취를 따라 돌며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고증하는 듯한 지식인의 역사탐방이 세상을 돌아보는 자세를 행위로써 가르쳐주고 있다. 이는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던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가 끝나갈 무렵 사람들이 극장 안으로 들어선다. 그곳에서 베레모와 같은 특유의 모자를 쓴 사나이를 보았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본 적이 없지만 텔레비전과 책으로 듣던 그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다. 사실 강의하던 모습, 거리에 나와 세상에 비판적 언사를 서슴지 않는 지식인의 모습 그대로다.
그가 세상에 말하는 이야기는 시종여일하다. 그래서 뛰어난 지식인을 넘어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