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만의 책 읽기로
독서법에 대한 가이드북이다. 저자의 약력을 살펴보다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영업을 하고 아들이 둘이고, 40이 넘어 책 읽기에 몰입했다는 사실이다. 나는 저자가 책에서 언급한 문해력이 떨어지는 세대이고, 진보적 성향이 바뀌지 않는 세대다. 386세대 모두가 민주화 세력은 아니며 민주화 시대를 살아내는 과정에서 학창 시절 공부 안 하고, 좋은 시절 만나 사회에 진출해서 편하게 살고 있다는 평도 존재한다. 나는 고무신 거꾸로 신고 꼰대화 증후군(모두가 자유롭지 않다)이 심각한 세대라고 생각한다. 나도 해외영업을 20년쯤 하고 있고, 30대 후반부터 나름의 이유로 책도 보고 영화도 보며 살아오고 있다.
저자가 독서를 통해서 체험하며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방식, 책을 읽을 때 느꼈던 독서 자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독서법에 관하여 묵독(눈으로 읽기), 낭독(소리 내어 읽기), 청독(귀로 듣기), 강독(마음으로 읽기), 수독(뇌로 읽기)의 다섯 가지 방법를 제시하고 있다. 첨단시대에 발맞춰 에버노트, 네이버 노트(원노트도 가능)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활용한다. 궁극적으로 독서 생활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처음 듣게 된 수독은 태교와 비슷하다. 인간이 수면상태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읽어낸 책이 소리를 듣는 것은 꽤 신기해 보인다. 자신에게 최적화된 주파수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일리가 있다. 내 경험으로 낭독은 어학분야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공부의 대상을 흐름처럼 외워야 하는 것은 반복적인 묵독이 편한다. 그러나 어떤 책은 읽고 생각하고 다시 돌아가서 확인하고, 스스로 질문하고 타인에게 자신의 이해를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서 지속적인 교정이 필요하다. 가르키는 것이 가장 잘 이해하는 과정이고, 성찰을 통해서 지속적인 교정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질문이 생긴다. 저자를 한 번 볼 수 있다면 한 번 묻고 싶다.
왜 책을 읽는가?
등산하는 방법을 아무리 습득해도 왜 등산을 하는지에 대해서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산에 안 간다. 독서법이란 독서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생기고 실행이 생기는 과정에서 독자가 취사선택하는 일이다. 학교 수업을 제외하면 책을 읽는 이유는 호기심이다. 호기심을 채울 지식과 정보의 습득을 목적으로 읽는다. 인생의 문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의 습득이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게 발전한다. 나의 경우에는 나에게 벌어지는 현상에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독서를 시작했다. 과거의 유사한 사례를 찾아 현재에 적용하기 위해서였다. 지금은 그런 작은 확장 노력이 인간 문명에 대한 작은 이해라는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인문학에 정답이 없음으로 조금 뻥이 좀 섞였다고 볼 수 있다. 그 이해가 지식으로 활용되기도 하고, 삶의 지혜로도 나타나며, 때론 오류로 인한 재앙을 맞기도 한다. 분야가 많지만 결국 인간의 다양한 호기심, 현상에 대한 해결 대책과 노력이다. 그 노력은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인문학도 비슷하다.
오감 독서법의 목적은 무엇인가?
책을 다섯 가지 방법으로 읽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앞에서 언급한처럼 어떤 방식이 효과적인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자의 방법 중 적합한 것을 택해서 자신의 방법을 만들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저자의 의도를 좀 더 생각해봤다. 오감 독서란 다섯 가지 방식 중 어떤 방식으로 읽어야 할가에 관한 문제다. 세상의 방식을 다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독서법을 보며 내가 해오던 방식을 회고하고 조정할 부분을 점검한다.
필요를 인식하고 난뒤, 책 읽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다. 6개월 정도는 틈날 때마다 책을 손에 들고 다니는 습관을 붙이려고 노력했다. 정을 붙이는 기간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처음엔 만화책, 무협지, 판타지등 가리지 않고 내 손에 붙어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 노렸했다. 지금은 항상 손, 가방에 들고 다닌다. 없으면 허전함을 느낄 때까지 들고 다니다보면 정착이 된다.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낭독은 거의 하지 않지만 가끔 입으로 중얼거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내가 '아하' 또는 '이건 알아 둬야겠다'와 같은 감정이 있을 때다. 오디오북과 같은 청독은 잘 맞지 않는다. 오디오 북을 들어야 한다면 차라리 다양한 팟캐스트나 음악을 듣는다. 책 읽기는 생각보다 고되고 힘든 일이다. 재미가 붙을 때엔 이것만큼 중독성 있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모든 책을 강독할 수 없다. 올재 클라식스 강독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독은 지금까지 몰랐지만 선택할지 모르겠다. 사람이 하루 종일 책을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책을 읽는 것도 삶의 한 부분일 뿐이다. 삶을 하나로만 채우고 싶지 않다.
나를 돌아보면 책은 다섯 가지 방법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법을 통해서 읽어야 할 책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과 자문자답을 한다. 동양철학, 서양철학, 역사서를 후딱후딱 키워드 중심으로 읽을 수 없다. 문학을 철학, 심리학의 다양한 해설판이라고 생각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키워드로 볼 것 같지만 문학은 사실 더 철저하게 읽게 된다. 재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안에 맥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영화는 중간부터 봐도 앞부분이 상상이 간다. 그렇게 보면 재미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허영만의 타짜, 열혈강호와 같은 만화책을 낭독, 강독, 수독으로 읽을 수는 없다. 나는 지적 만족과 즐거움을 곁들이며 내 삶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독서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 중에 재미가 빠지면 책 읽기는 노동이다. 주어진 시간에 이해하고 시험을 보거나 논문을 쓰고, 보고서는 쓰는 일 또는 강제 학습이다. 독서는 일이 아니다. 즐겨야 오래 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셰르파에 대한 정의도 생각해보았다. 나는 그것이 나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일관성 없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이 나와 평생을 같이 하길 바라는 그 마음이 곧 셰르파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모든 것을 정겹게 바라보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은 행복이다. 그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호기심, 결핍, 지적 욕구, 즐거움과 같은 다양한 내 마음 상태에 따라서 그 필요를 채우기 위한 행동 중 독서가 가장 저렴하고 효과적이다. 혼자서 활동하지만 가상의 존재들과 함께 하는 복합 활동이며 인간 문명을 간접적으로 잘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그래서 잃는 것이 거의 없다. 세상일을 다 겪어볼 수 없으니 이 보다 좋은 방법도 없다. 무엇보다 그것을 사용하여 세상의 일에 참여하고 참여를 통해서 타인을 도울 수 있기에 독서는 다다익선이다.
책에 언급된 실행법을 일일이 따라 하기는 힘들다. 어려서 절에 다니시던 분이 매일 잠들기 전에 하루의 일과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이런 활동은 많은 도움을 준다. 회고는 성찰의 기본이다. 성찰을 통해 비교, 분류, 분석의 능력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어학 공부할 때에는 짧은 말로 하루의 일과를 간략하게 해당 언어로 정리해보곤 했다. 그리고 잠은 편하게 자는 것이 나는 좋다. 책 속에 괴테의 언급된 어머니의 상상은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 손녀들과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나의 독서법을 돌아보면 정독, 강독에 가깝다. 나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기는 책 보다, 목차의 내용과 구성을 많이 본다. 제목은 인상적이지만 과도한 광고성 요약을 포함한다. 목차가 없는 책은 확인된 고전의 경우를 제외하고 잘 고르지 않는다. 서문이 있으면 읽기 전에 먼저 본다. 띠지의 추천, 광고 문구는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다. 추천과 광고는 정보 요약이 있지만 목적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잡은 책은 웬만하면 끝까지 본다. 읽다가 내려놓은 책은 10 손가락에 한참 모자라다. 어느 한 줄밖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그것이 내게 배움이 된다면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읽는다.
나의 안목이 떨어짐을 탓하며, 다음에 선택할 책에 대한 안목을 키우려고 노력한다. 무조건 책을 잡으면 50~100페이지까지는 정주행이다. 그래야 들이 공인 아까워서 끝까지 본다. 사람은 공들인만큼 애착을 갖는다. 속독의 재주가 없어서 불가하지만 간독을 할 때가 있다. 간독을 할 때에는 목차, 소제목이 도움을 준다. 간독을 하고 정리한 글이 더 관심을 많은 받는 경험 이후로 되도록 정독을 한다.(신기한 일이다). 책은 귀한 것이기에 낙서를 하지 않는다.(요즘은 한다) 괜찮은 구절에 스티커를 붙인다. 읽은 책은 항상 이렇게 정리하되 책이 요약이 아니라 내 머릿속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나의 생각을 적는다. 괜찮은 지식은 꼭 다양한 방법으로 주위에 사용해보고 스스로 바로잡아 본다.(부작용이 존재한다) 과거에는 책의 가격이 집의 가격보다 비쌌다. 성격이 모자라 같은 책을 반복해서 잘 읽지 못한다. 읽은 것이 다시 생각나서 흥미가 떨어진다. 같은 영화도 두 번 보지 않는다. 대신 고전은 다양한 버전을 보는 방식을 취한다. 의외로 다양한 접근법을 보는 기회도 된다. 어차피 글자 한두자로 논쟁을 하는 학자가 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나님이 관리하시어 방안에 책 300권을 넘기지 않기 위해서 책을 쌓는 신기방기한 기술과 걸러내기 기술이 나날이 늘어나는 중이다.
책을 읽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있고, 할 수 없는 것도 있다. 그 선택은 나의 몫이고 동시에 욕망과 갈등 사이에서 균형을 걸어가는 것도 나의 몫이다. 균형을 잃고 방황하고 혼돈에 빠지는 것이 정신적 주화입마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쳐날뛰는 것도 어쩌면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수준을 알고 상황과 함께 슬기롭게 깨우쳐 대체하고 나를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도 독서를 하는 한 가지 이유이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PS : 새봄님 덕에 많은 비문, 오탈자를 수정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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