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승자인가?
크리스마스부터 시작했다. 86편이 길게 느껴지지 않는 몰입도를 끌어내는 드라마다. 조비가 사마의에게 공무도하가를 읊던 뱃놀이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어떤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삶에 있어 중요하고, 또 어떤 선을 넘어서는 것이 삶에 있어 결정적인 계기다.
2부에서는 공명과의 전투 장면들이 추가되어 1부의 머리 싸움과는 다른 절묘한 긴장감이 있다. 드라마를 잘 각색했다고 생각하지만 한 편의 동양고전을 보는 듯한 구성과 스토리가 재미있다. 제목은 대군사 사마의인데 번역된 제목은 왜 미완의 책사, 최후의 승자라고 기록했을까? 미완의 책사편은 공감이 가고, 최후의 승자는 여러모로 의구심이 든다.
오장원에 지는 공명까지만 해도 사마의는 뛰어난 재주가 주군에 위협이 되는 삶을 살아왔다. 낭중지추와 같은 재능을 숨기며 가문의 평온과 삶을 추구하는 고단한 삶이기 때문이다. 제갈량이 조금 야비하게 그려지는 모습이 현실적이라고 생각된다. 전쟁은 상대방을 잘 속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치마를 입고 굴욕을 참으며 때를 기다리는 사마의와는 대조적이다. 공명의 백익선을 손에 쥐고 주지 않는 모습이 공명과 중달의 관계를 잘 보여주었다.
그러면 책사로 공명과 중달중 누가 충신이고 누가 양신인가? 누가 성공한 삶인가? 이런 질문이 생겼다. 공명은 충신이다. 워낙 뛰어나다. 왕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충신이 아니라 누구나 인정하도록 그려져있다. 군주도 뜻을 펼치고, 신하도 성공하는 양신이 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사마의는 어떠한가?
조조에게 6번, 그 이후 조비, 조예가 황제가 되어서도 족벌체제의 황권에 의해서 항상 견제당하는 불우한 삶이다. 항상 생존에 시달리며 남의 칼이되어 휘둘림을 당한다. 실수에도 목숨을 내 놓아야하고, 잘 해서 공을 세우면 견제로 인해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다. 한 마디로 안해도 지랄,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인 삶이다. 그 뛰어나고 총명한 재기가 하늘이 준 은총인지 저주인지 사실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전반적인 모습은 충신이라기 보단 생존을 위해서 충신의 옷을 입고 위나라를 섬겨왔다고 생각된다. 욕망을 누르며 산다는 것이 가능한 것도 본인과 사마씨의 생존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역망을 누르고 산다는 것이 대단하다.
삶으로 본 다면 제갈량도 못생긴 처에 대한 이야기외에 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지 못했다. 고향을 떠나 동가숙서가숙하며 목숨을 건 전쟁을 한다는 것이 순탄한 삶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야기가 적은 만큼 논하기 어렵다. 그래도 자신이 약속하고 걸어가기로 한 길에 근접하게 살아갔다. 선택을 따라 일관성 있게 살아간다는 것만으로 후회는 적운 삶이라고 믿는다. 그 점이 또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사마의는 측은한 마음이 든다. 승상의 지위까지 마다하며 자신의 본분과 생존을 지키려했지만 조씨가문의 위나라에서 끊임없는 경계인이자 주변인이다. 선을 넘으면 목숨이 위태하다.
평범한 삶의 동반자로 그려진 장춘화의 죽음도 순탄지 못한 중달을 지켜보는 삶의 과정에서 얻은 병이 원인이다. 현명한 백령균도 자신의 길을 벗어난 사마의와 엇갈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사마사와 사마소의 아들은 엉망진창이 되버린 삶에 발을 디뎠다. 처제 곽조는 황후가 되어서 비참한 삶을 마감했다. 자신을 출사시킨 조비는 일찍 삶을 마감하고, 조예는 더 일찍 아비를 따랐다. 참으로 그렇게 살기도 힘들다. 자신의 욕망을 짖누르며 외형적인 높은 자리가 부럽지않다. 세상에서 쓰임을 기대하는 사람과는 다른 고난이다. 그의 곁을 항상 지키던 몸종 후길의 마지막 항명이 어쩌면 사마의에겐 더 인간적인 호소이자 꾸짖음이다. 사마의가 조비에게 인의라고 했던 길을 걸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를 통해서 보는 모습은 권모술수에 가깝게 변해가지만 생존이란 환경을 보면 측은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왜 최후의 승자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최고의 지위에 올라서도 겉으로 황제에게도 추앙을 받지만 뒤돌아서 외면받는 삶이 승자라고 해야할까? 손자 사마염이 황제의 지위를 계승했으니 가문의 영광을 이룬 승자로 보아야할까? 나는 동의하기 어렵다.
책사는 책사의 길을 통해서 책임과 역할의 범위가 결정된다. 그것을 넘어서지 않는 욕망이 제왕의 시대에서는 생명을 보존하는 법이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선택한 길은 범위가 있다. 그 선을 넘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마의의 아버지가 써준 忍의 선을 넘을까말까 끊임없이 목숨과 저울질하며 살아갔다고 생각된다. 그가 만약 선을 넘어 다른 선택을 했다면 또 평가가 달라졌을지 모른다. 자신의 분수를 잘 알았기도 하고 또 잘 몰랐다고도 생각된다. 이런 불확실성이 항상 인생의 선택에 고민을 준다. 잘 만든 드라마지만 마지막 3-4편은 또 여러가지 생각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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