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hori Feb 15. 2019

못된 상사(上司)를 갈구는 발칙한 상상 6

신이 내린 부하의 권리, 연습을 시작해 보자

 언제가 우리 마나님이 '늙어서 보자'라는 말을 했을 때 섬뜩했다.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시간이 지나면 몇 살이라도 더 어린 마나님을 당할 재간이 있겠는가? 착실하게 말 잘 듣고 사는 것이 편안한 길이다. 그러고 보면 '이쁜 년 < 돈 많은 년 < 젊은 년'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은 여자 강사가 똑똑해 보인다. 남자들도 삶의 지혜와 통찰력이 있다면 유사한 말이 있을 텐데 아쉽다. 


 지금부터 상사들을 대한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고의 변화가 필요하다. 사고의 변화에 따른 행동에는 용기도 필요하다. 회사에 가면 직원 정신과 부하 정신이 필요하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당신에게 안전이란 반대급부를 제공한다. 무엇인가 얻어 낸다는 것은 지위, 경험, 지식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다. 사람은 허점이 있고, 목표를 달성하려는 노력과 시간을 단축하는 몰입을 통해서 이를 구현할 수 있다.


 적극적인 반목과 대립보다 평화로운 대화를 통해서 필요한 것을 얻어 낼 줄 알아야 한다. 서희가 입으로 강동 6주를 얻었다면 이순신은 죽을 경을 치며 왜적을 물리쳤다. 무엇이 효과적인지 생각해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자. 대부분 감정이 차오르면 상황을 보고 싶은 대로 해석해서 오류를 범한다. 감정이 차오르면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말을 천천히 하며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그때가 머리를 굴리는 시간이고, 급박한 시간에 자신의 머리가 굴러가는 역량을 보며 감탄하게 되어있다. 모자만 쓸려고 달려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슬기로운 직장생활과 자신을 보호하며 함께 하는 사람들의 발전을 도모해 보는 것이 보람 있지 않은가?


 업무의 스트레스는 불명확성에 있다. 혼자서 감당이 안되기 때문에 상사도 질문을 하고, 부하도 질문을 한다. 이럴 때 회의를 하는 이유는 시킬 사람을 찾는 것이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좋은 생각도 고양이 목에 방울이 달려야 좋은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면 사람은 감정적인 대응을 하기도 한다.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하고자 하는 목표의 망각 때문이다. 기준이 되는 목표라는 큰 계획을 항상 기억하면서 세부적인 실행 방법(전략이라고도 함), 실행의 난이도와 소요되는 시간을 점검한다면 보다 능률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무슨 말인 줄 알겠는데 계획 수치를 조금 올리고, 지역별 판매 전략을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다듬어서 내일 아침에 본부장 보고할 수 있게 만들어놔'라고 상사가 말했다. 상사는 자신이 생각한 부분이 존재하지만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 부하직원은 대부분 '네'라는 짧은 대답을 한다. 너무 시시콜콜 이야기하는 관리 방식(micro management)은 부하직원과 트러블만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한 지시는 많은 에피소드를 양산하는 원인이다. 본인들도 부하직원일 때 이런 일로 분기탱천했을 텐데 상사가 되어 왕년에 하던 사람들을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복고풍이 항상 있는 이유가 있다. 국어를 잘 못하는 상사와 이를 알아듣고 실행해야 하는 부하직원은 말이 서로 사맞디아니하니 의도와는 달리 익사이팅한 하루를 만들어 간다. 


 내 경험에서 친절한 사전보고는 본인 맘에 들 때까지 다시 해오라는 이유가 된다. 한두 번 하다 보면 이성은 안드로메다로 접근하고, 충돌이 예상되는 감정의 혜성이 느닷없이 나타나 나를 타격할 사정권으로 다가온다. 상사도 사태의 시급성에 따라 불안한 긴장의 끈을 쥐고 있다. 저 녀석이 사고 치면 내가 해야 한다는 것을 노련하게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잘 완료된 보고서는 본인이 본부장 앞에 가서 광을 판다. 다녀와서 칭찬이라도 하면 다행인데 대부분 얼른 실행 계획을 실행하라는 독촉이 먼저 떨어진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이런 립서비스도 못하는 배려심은 기분 나쁘다. 내가 품격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많은 부하직원은 학습(lessons learned) 교재로 활용해야 한다. 나쁜 것은 빨리 몸에 달라붙는다. 나는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다짐의 계기로 새겨야 한다. 어차피 회사는 젊은 것이 늙은 것보다 오래 다니게 되어 있다. 젊은 청춘들이 삶을 좀 더 긴 안목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판 깨지고 나면 부하직원에게 와서 이런 일 하나 똑바로 못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화풀이도 한다. 부하직원이 작성했지만 부족한 것을 분별하지 못한 책임은 본인 탓인데 사라져 있다. 원래 하는 사람보다 시킨 사람의 죄다 더 큰 법이다. 재판을 보면 대개 그렇다. 원래 세상에 억울한 일이 많지만 그래도 상사의 상사가 지적한 통찰력을 통해서, 상사가 어떻게 대판 깨졌는지를 알 수 있다. 동시에 우리 상사의 판단력을 판단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상사의 판단력은 내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좋으면 따라서 배워야 하고, 부족하면 나를 위해서라도 더 챙겨주고 기여해야 한다. 업무적으로는 정말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된다. 이렇게 내가 하는 일의 안목을 넓혀갈 수 있다. 이 또한 좋은 지식의 습득이다. 내가 실패를 통해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확실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막무가내로 '당신이 시킨 거잖아요'라고 하며 멱살잡이를 할 무모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식한테도 그래요'라고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아무리 친해도 가족은 아니니 참는 것으로 하자. 나도 상사가 곤란한 일이 발생하고 내게 지시가 떨어질 때 하는 말이 있다.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하면 더 지랄일텐데' 사실 나도 그럴 때가 있는 것 같다.


 상사와 대면할 때에는 반드시 노트, 연필, 필기가 가능한 태블릿을 항상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 나라님도 감옥에 보낸 21세기 사초 사태에서 배워야 한다. 떠드는 사람은 기록하는 사람을 넘어설 수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부하직원에게 질문은 항상 허용되어 있다. 아니 이것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권리다. 어떤 경우에는 지시하는 상사도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잘 모를 때가 있다. 창피해서 말을 안 할 뿐이다. 길고 장황하면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럴 때 경쾌한 질문을 통해 서로가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질문은 시간, 숫자와 같은 계량화 수치로 답변을 유도하거나, 세부적인 지침을 알기 위한 목적이다.


 '수치는 3%를 더 올릴까요 5%를 더 올릴까요?'라고 질문하면 '좀 더'라고 말하는 바보는 없다. 대부분 선택을 한다. '판매전략 중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수정할까요? 해당 지역 중 특별히 역점을 두시는 고객이나 제품이 있는지요?'라고 질문하면 간단하게 특정 지역, 고객, 제품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가끔 '알아서 해'라는 말이 떨어지면 알아서 하면 된다. '본부장 보고 몇 분 전에 사전 브리핑을 하면 좋겠습니까?'와 같은 질문은 아주 중요하다. 이 말속에는 상사를 배려하는 마음이 포함되어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나도 함께 살겠다는 의지가 들어있다. 사람의 말은 상대가 있고, 항상 두 가지 이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대기만성이란 말도 많은 잠재력을 말해주는 것인 동시에 당장은 손이 느려서 손이 많이 간다는 말처럼.


 이 정도만 질문해도 보고서 수정 범위, 수정할 내용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상사는 부하직원의 업무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이걸 큰 소리로 질문한다면 더욱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큰 소리로 질문하는 것이 고함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정도로 눈치껏 하면 된다.


 상사가 질문에 답해야 하는 이유는 리더로서 '그 일하라고 그 자리에 있는' 존재의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사에게 '그 일하라고 거기 계신 거잖아요?"와 같은 말은 TPO에 맞더라도 사용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해본 적이 있다. 별일 없었지만 사실 권장할 일이 아니다.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지는 것이다. 아니면 술을 왕창 먹고 하던가. 나한테도 우리 회사 애들이 이런 말로 도발과 자극을 할 때가 있다. 괘씸한 녀석들...


 이런 질문은 팀장과 같은 조직장에겐 쉽지만 선배라고 불리는 상사가 더 어렵다. 너나 나나 아는 것이 도긴개긴이기 때문이다. 선배라는 이유로 일을 전가하고, 몇 번 해주다 보면 자신의 권리인 줄 아는 선배들의 나쁜 행동이 더 화나게 한다. 일이 틀어져 추궁이라고 받게 되면, 이런 선배는 실제 작성자는 나라고 나블나블 떠들 가능성도 높다. 물론 직원 정신으로 무장한 동료로서 소주 한 잔 같이 하고, 서로 힘들 때 도와주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 과정에 진심이 없고, 자신의 이익만을 바라는 행동이 나쁜 것이다. 


 이럴 땐 조금 짖꿎어질 필요가 있다. 위에서 말한 질문을 100배쯤 늘여서 만든다. 불러주는 답을 쓰면 보고서가 나올 정도로 만들어 보자. 보통 지쳐서 '관둬라, 내가 할게"라는 말이 나오고, 팀장은 "왜 재는 하루 종일 너를 졸졸 쫒아다니냐?"라고 묻게 되어 있다. 혹시라도 나를 버리고 칼퇴를 했다고 질문을 안 하는 것은 아니겠지? '이건 정말 잘 모르겠어요 ㅠㅠ', '엄마가 오셔서 오늘 안될 거 같아요 미안해요!'와 같은 msg도 착실하게 쳐주면서 해야 한다. 그렇다고 선배와 회사에서 안 볼 것도 아니다. 사람의 관계는 다시 살펴보고 내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것들, 내가 혹시 듣지 못한 상대방의 사정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개차반이라면 질문은 1000배쯤 만드는 걸로.. 학을 떼주게.


 상사들도 알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근로계약서, 업무규정에도 꼭 해야 할 것만 기재하지 세부적인 사항을 일일이 통제하지 않는다. 상사의 지시를 따르며, 규칙의 범위에서 내 맘대로 일을 해야 한다. 군대에서 삽질을 할 때 삽을 땅에 몇 센티미터가 들어갈 때까지 밟아서 지렛대의 원리처럼 2kg의 흙을 뜬다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곳에 자율성과 자신의 잠재력이 성장할 부분이 존재한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규칙이 우선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지시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질문을 자주하면 어떤 것을 물어봐야 하는지 잘 파악하게 된다. 가끔 고객이나 협력사 미팅보다 스릴있는 상사에 대한 질문은 요점을 간파하는 능력, 내가 필요한 것이 타인의 입에서 나오도록 하는 질문 능력을 갖게 할 수 있다. 뭐든 회사에서 배우고 사용하면 한 곳에서만 사용하지 말고 그 본질을 활용해서 다른 곳에서도 활용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시간을 단축해서 한 단계씩 상사 레벨 1으로 전진을 하는 것이다. 


#직장생활 #직장상사 #실전연습 #khor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