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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Jul 27. 2019

행복의 기록, 가족사진

가족 이야기 강남 스튜디오

 어려서 온 가족이 곱게 한복을 입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지금도 어머니는 그 사진들을 보면 추억을 회상한다. 오래전이라 당시에는 원본 사진에 연필로 눈썹을 짙게도 해주고 나름의 수작업 보정도 해줬다. 재미있는 이야기로는 친구 돌사진에 점이 없다. 사진사가 뭐가 묻은 줄 알고 손수 수작업 성형을 해줬다고 한다. 


 그리고 스튜디오에서 찍는 사진은 결혼식을 제외하면 많지 않다. 잘해야 증명사진, 여권사진이다. 지금은 보정이 흔하지만 과거는 원본이 경쟁시대였다. 원판을 관리하지 않으면 아날로그 사진은 데칼코마니가 주는 충격을 감수해야 한다.


 지금도 아이들 사진은 컴퓨터 옆 저장장치에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담겨있다. 마나님 핸드폰 사진은 힘들지만, 내 핸드폰에 들어간 사진, 디지털카메라, 캠코더를 사용한 모든 사진이 담겨있다. 그것도 하드 디스크 두 개에 각각 담겨있다. 아이들이 크면 떼어 줄 생각이다. 


 페이스북을 보다 "가족 이야기" 이벤트를 봤다. 가족사진을 찍어준다는 말, 액자 하나를 만들어 준다는 말도 좋았다. 그 보다 가족의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모두에게도 행복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사진은 그 시간을 정지시킨다. 작가의 관점이 남는 예술 사진은 아니지만 사진가와 가족의 합의된 순간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화기로 찍는 순간순간의 자연스러운 사진들도 좋다.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부분이 가미되지만 우리가 남기고 싶은 방향으로 가족들의 사진을 남기는 것 또한 아주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 


 처음엔 너무 자주 연락을 주셔도 조금 귀찮기도 했다. 요즘 문제가 많은 'No Show가 많은가' 상상했다. 약속은 지키려고 하는 것이다. 안타깝게 오늘 우리 어머니가 '덥고, 힘들고, 사진 찍으면 맘에 안 든다'는 핑계로 노쇼에 동참하셔서 아쉽다.


 마나님, 아이들과 어색한 포즈와 표정은 어쩔 수 없다. 사진작가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그래도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사장님이 가족사진의 의미,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참 재미있다. 우리 마나님은 굵어진 팔뚝을 보며 늦게 시작한 다이어트를 안타까워하고, 보정의 기술에 기대를 한다. 아이들은 잘 나온 사진이 맘에 들었나 보다. 


 보정의 인위성보다 나는 원본의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마나님의 마음과 달리 조금 굵어진 마나님의 팔뚝이 왜 그렇겠는다. 즐겁고 또 고단한 삶을 살아온 여자에서 엄마로의 삶이다. 말 안 듣는 사내 녀석들을 보살피느라 생긴 자랑스러운 결과다. 가족으로써 여인으로써, 마나님이 지자 엄마로서 모두의 사랑과 존경을 받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의 결과라고 믿는다.


 그래서 원본을 달라고 했다. 사진관은 원래 원판필름을 예전에도 안 주고, 원본 파일을 잘 안 준다. 왜냐하면 그것이 기록보관소의 역할이자 다시 그들이 사진관을 찾아오는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사장님이 보정 파일을 주신다고 했는데 선뜻 원본도 주시기로 했다. 마나님도 원래 큰 기대가 없었지만, 액자도 하고, 앨범도 만들기로 했다. 사장님이 액자 몇 개를 더 해주시기로 했다. 


 나도 생각한 것보다는 더 지출을 했다. 그러나 지출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가족들의 작은 행복을 즐겼다고 생각하면 그것은 지출이 아니라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식사를 간다고 하니 사장님께서 여기에 부가세를 포함시켜야 하는데 그걸로 맛있게 식사하지라고 하신다. 


 메일로 날아온 원본 파일을 보면 가족들이 또 모여서 내일은 이야기를 할 것이다. 이건 액자, 저건 앨범, 또 다른 사진은 작은 액자로.. 현재가 기록된 사진처럼 시간을 정지할 수 없지만, 이 좋은 기록이 마나님과 내가 살아가는 동안의 좋은 추억으로, 아이들에게는 더 행복하게 살아가는 작은 의미가 되길 바라본다.


 덕택에 점심은 안동국시에 수육까지 맛난 행복이 이어졌다. 사진은 초상권이 있음으로 생략...


#가족이야기 #강남점 #가족사진 #스튜디오 #사장님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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