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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hori Mar 17. 2017

'우리 팀장님 맨발로 나가셨음'

魂을 너무 실었더니..

 오늘 우리 직원이 업체 친한 사장님 질문에 타이틀과 같은 메세지와 아래의 사진을 보냈음..내가 살 수가 없다. ㅎㅎㅎㅎ  오늘은 오전 고객 미팅과 전시회를 위한 전시업체 두 곳 미팅을 하고, 전시출장을 위해서 짐을 챙겨서 서둘러서 나왔다. 맨발로 나갔다는 멘트가 한편 즐겁기도 하다. 집에 오자마다 대충 여행가방에 짐을 막 떼려넣었다. 뭐가 안들어갔는지 잘 기억이 안나다. 여권과 지갑은 확실하게 챙겼다. 그 와중에 저 메세지 받은 사장님이 동네 이웃이라 잠시 보고, 제사까지 지내고 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일 아침에는 뱅기타러 가긴가나보다. 이 야밤에 고객님 전화까지 온다.


 어제는 일본 고객님이 오셔서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한따까리를 하고, 저녁먹고 술도 한잔했다. 다시 오전에 집에도 안가시고 사무실에 오신다는 일본 고객님의 꼼꼼함에 OTL. 그런데 파트장이 호들갑인게 진짜로 오셨다. 그래도 참 멋진 master engineer다. 함께 온 영업부장님을 일본 젊은 엔지니어들이 "그놈의 빨리빨리"라고 하소연을 하는 것을 보면서 일본의 문화는 달라도 영업의 문화는 비슷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일본 엔지니어의 말에 빵터져서 한참을 웃었는데 그 이후로 우리팀 단톡방에는 "동무...고조 날래날래 하라우!"라는 멘트가 자주 날라다닌다. 우리팀이 재미있는 이유는 이런 생활 유머와 서로를 배려하는 작은 정성들이라고 생각한다. 일신우일신으로 날라오는 경천동지 이벤트에 단련되어 '이젠 놀랍지도 않다'라는 생활신조를 갖고 사는 사람들에겐 이런 웃음이 활력소다. 종종 다른 팀에서 미쳤거나 넋이 나갔거나 스끄럽다는 잔소리가 있긴 하지만 영업팀이 독서실같으면 망한거라고 믿는다.


 작년에 그만둔 직원을 국내 전시회에 다녀온 직원들이 보고 카톡을 보내왔다. 밝은 얼굴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다. 우리랑 거래가 있는 곳이라 전화를 해서 담당자에게 보고를 안한다고 퉁을 주니 쩔쩔맨다. 특별히 더 잘해주라고 말을 전해주고 나니 작년 한해 고생하던 녀석의 얼굴도 생각나고, 그곳에서 잘 성장하길 바래본다.


 우리팀 막둥이는 오늘 급성장염이라고 누웠다. 괜찮다고 메세지를 날리지만 모든 팀원이 "닥치고 누워서 쉬어'라는 멘트를 날리며 얼른 연차를 날려라, 니일은 내가 다 해놨다하는 메세지를 보고 있자면 그렇게 팀원들이 고마울 수가 없다. 요즘 업무가 빡세서 다들 '너 전생에 단군 할아버지 싸대기를 날렸던가, 업어치기를 한게 아녀?"라고 서로 물어보다가도 이렇게 서로를 챙기고 의지하는 것을 보면 전생이 나라를 구했나하는 감상에 젖기도 한다. 아님 혼을 너무 실어서 했더니 혼이 나갔던가...


 마나님보다 무서운 파트장님들이 내일 아침에 비행기시간 몇시냐고, 전화할테니 받으라는 잔소리를 뒷전에 두고 사무실을 나왔는데...다들 목소리는 팔팔하지만 체력이 봄날 쏫아지는 졸음에 늘어질때로 다들 체력부족이다. 부사장님한테 1쿼터가 끝나면 링겔을 꽂고 좀 들어눕겠다고 엄살을 부렸는데, 정말 출장 다녀와서는 우리팀 앵벌이를 해서라도 몸보신을 시켜야하지 않을까하네요. 魂을 너무 실었더니 魂이 나간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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