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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문장들
유월을 끓이다
by
김호섭
Jun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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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을 끓이다> - 문학소년
평안한 저녁입니다
비 온 뒤 햇살은 어김없이 다정합니다
다정도 병인양하여
옆으로 길게 누워
앓아 누우려 하다가
화들짝 놀랍니다.
어느새
오늘은 한해의 절반이 꺾이는 날
유월 삼십일입니다
내일부터는 칠월 이라니
청포도 익어 간다니
하반기의 시작이라니
상반기 결산을 서두르려다
말았습니다.
좀 더 유월의 햇살을 즐기려 합니다
지중해 오렌지 빛 햇살입니다
그러니 아직 여기
달동네가 유럽이고
산동네가 유월입니다.
동생네
김장 김치 떨어져 가는 이 시절
옆집 어머니네는
돼지고기 송송 썰어
김치찌개 끓이시나 봅니다
넉넉한 저녁입니다
노을은 아직 꺾이지 않았고
굴절되거나 지지 않습니다
깊은 향기는 서둘러 퇴장하지
않습니다
아스라히 사라지고
저멀리 가는 걸 아쉬워 하기보다
맛있게 끓이면 됩니다
유월을
남아있는 양념 한 꼬집
한 방울 땀방울 마저
팍팍 넣고 휘휘 저으면 됩니다
시간을
눈물 따위는 걷어내야죠
절절 끓어도
애쓴
유월이 가도
#인천 #방구석 #유월가고 #칠월온다 #문학소년 #노을 #걷기 #쓰기 #그리기 #넉넉
keyword
햇살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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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작가입니다. 새벽을 거닐고 문장을 노니는 풋풋한 문학소년입니다. 길에서 글을 찾고, 책에서 길을 찾아 마음에 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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