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의 성폭행 사건은 누구의 잘못일까?

아내를 태우고 소년분류심사원에 가던 중

by 윤반장

내비게이션에 여러 번 입력했지만 검색이 되지 않았다. 평일에 몸을 한껏 태우고 겨울 맞은 황금 같은 주말에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차를 끌고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지친 상태였는데, 목적지를 찾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고 있으니 차츰 화가 났다. 그리고 깨달았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지도에서 검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주말에 굳이 차를 몰고 소년원을 찾은 이유는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는 중학교 교사다. 아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남학생은 지적 장애가 있는 여학생을 성폭행했고, 그 이유로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되었다. 그러한 이유로 아내는 주말에 남학생을 면회하기 위하여 남학생의 어머니와 소년분류심사원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당시 아내는 운전이 능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아내를 차로 태워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소년분류심사원으로 향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소년분류심사원은 재판 결과 '보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이 갇히게 되는 '소년원'과는 다르다. 소년분류심사원은 소년범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중 소년범에 대하여 조사 및 관찰, 심리검사를 하여 소년범의 문제점과 개선 가능성을 검토한 후 그 결과를 법원에 제출하는 기관이다. 즉, '소년원'이 형사 확정 판결에 따라 피고인이 구금되는 '교도소'라고 한다면, '소년분류심사원'은 형사 재판 진행 중 피고인이 구금되는 '구치소'에 가깝다. 다만, 소년분류심사원은 소년범을 구금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교육과 심리치료, 예절교육 등을 수행하고, 소년범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있는 기간은 학교 출석 일수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소년분류심사원은 구금기관 및 교육기관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어찌되었든, 나는 아내를 소년분류심사원에 데려다주는 과정에서 남학생의 사정에 대하여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남학생은 당시 중학생이었는데 또래에 비하여 우리말이 어눌하고 지적 수준이 다소 떨어져 있었고, 그 때문인지 평소에도 '성'에 약간의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남학생의 낮은 지적 수준과 성에 대한 집착이 지적 장애를 가진 여학생에 대한 성폭행으로 이어진 듯했다. 나는 남학생의 성 도착 성향에 다소 적개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내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내는 그러한 성향의 남학생을 지도하기 위하여 몇 차례 남학생의 부모님에게 연락을 취하여 만나고자 했다. 그러나 남학생의 어머니는 동남아시아 계열의 외국인이었고, 한국 남자와의 결혼을 통해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한국어 소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소통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남학생은 어머니의 모국어를 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한국어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모자간 소통도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 때문에 남학생은 한국어를 어눌하게 구사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의 무관심 속에서 또래에 비하여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했다. 나는 한국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어를 배우지 않은 남학생 어머니의 무책임한 모습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남학생의 어머니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과 사별하였고, 그때 이후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다. 남학생의 어머니는 생계를 꾸리기 위하여 하루 11시간 넘게 공장에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있었고, 그 때문에 한국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였다. 심지어, 그 때문에 학교 행사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것은 물론이고, 남학생의 교육에도 충분한 시간을 내기 어려웠으며, 교사와 연락을 취하기도 어려웠다. 나는 낮은 임금으로 외국인을 고용한 후 하루 11시간 이상 노동을 시키는 중소기업 사장을 욕하기 시작했다.


그 후 곰곰이 생각해 봤다. 과연 중소기업 사장은 악인일까? 중소기업 사장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낮은 임금을 주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가혹한 노동을 시켰던 것일까? 변호사로서 중소기업 자문과 소송을 해 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중소기업 사장은 대기업의 과도한 단가 후려치기로 인하여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을 수 있고, 대기업의 무모하게 짧은 납기 요구로 인하여 직원들에게 연장근로 및 야간근로를 요구할 수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 사장은 임직원의 고용 유지를 위하여 발주처인 대기업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의 발주처인 대기업이 문제일까? 대기업은 중국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저가 제품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하청업체에게 단가 인하 및 납기 준수를 요청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기업은 경쟁에서 도태되어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고, 그 경우 임직원들은 직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기업 역시 자신의 임직원들에게 좋은 근로조건과 고용보장을 제공하기 위하여 필사적일 수 있다.


그럼 충분한 최저임금과 적절한 근로시간을 준수하지 못하는 정부와 국회가 문제일까? 최저임금을 무작정 올리면 국내 기업은 국제 무역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국내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 공장으로 이전할 수 있다. 이는 국내 경제와 근로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한편, 근로시간을 무작정 제한하면 근로자는 생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임금을 받지 못하여 퇴근 후 투잡, 쓰리잡을 하여야 할 수도 있다.


그럼 자유 무역이 문제일까? 자본주의가 문제일까? 궁극적인 책임자를 색출하기 위하여 나의 사고는 끊임없이 발산하였다. 그러던 중 나는 목적지인 '소년분류심사원'에 도착하였고, 차에서 내린 아내는 남학생의 어머니를 만나 함께 '소년분류심사원'에 들어갔다. 시간이 지난 후 아내와 남학생의 어머니는 면회를 마치고 건물에서 나왔다. 남학생의 어머니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아내를 향해 연신 감사하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이 불행한 사건이 발생한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남학생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분명하고, 남학생은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만 남학생은 소년원을 나온 뒤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요즘 뉴스에는 아동 학대, 성착취, 음주운전, 마약 등 천인공노할 범죄들이 도배되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범죄자의 신상을 밝히고 이들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는지 강조한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법원의 형량이 너무 낮다면서 이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실제로, 그로 인하여 상당수 범죄의 법정형이 상향되는 법 개정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과연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면 범죄는 없어질까? 마녀는 누구인가? 과연 우리는 누구를 사냥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