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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Sep 26.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15 | 미국 방문

미국 방문

미국에 잠시 들어왔다. 첫번째 이유는 딸이 이번에 대학을 가게되었는데, 기숙사 입소를 주말에 해야 했고,아빠로서 짐을 함께 나르고 싶었다. 두번째 이유는 딸을 보내고 난 뒤 empty nest syndrome을 격을 아내를 위해 잠시 보탬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 이유는 항암 치료를 미국에서 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서 였다.

처음부터 미국에 들어올 생각은 없었다. 수술한지 열흘쯤 지났을까, 생각보다 걸을만 했고, 비행기만 탈 수 있으면 가족이 있는 미국을 한번 들렸다 오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의사 선생님과 상의하여 비행기를 탈 수 있는 날짜를 수술 후 3주 뒤로 정하고,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 기압이 낮은 기내에서 생길 여러가지 돌발상황을 대비해 여러가지 준비했다. 가장 큰 걱정은 수술 부위가 덧 날 가능성이였는데, 압박붕대로 잘 여미면 괜찮을 거라는 의견을 받았다. 두번째로는 혹시 항공사에서 수술환자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고 해서, 미리 의사 소견서를 받아두었다. (결국,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마지막으로는 휠체어 서비스를 떠나는 공항과 도착하는 공항 모두 신청해 두어, 보안검색대를 큰 대기 없이 빠르고 편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미국 공항에 도착하니 아내가 나와 있었다. 몇주만에 다시 보는 거지만, 몇달 간 못 본듯하다. 항상느끼지만 아내의 존재와 지원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하다. 3개월 가까이 떠 나 있었던 미국은 매우 낮설었다. 그 동안 한국생활이 익숙해 졌었나보다. 우리 차, 공항 주차장, 고속도로, 동네, 우리집 진입로 등 집으로 가까워 올 수록 익숙했던 것들과의 하나씩 조우하는 느낌이 마취에서 풀려나 신체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과 비슷하다.

Home sweet home! 드디어 도착했다. 비행중에 혹시나 아프지 않을까 했던 긴장들 또는 시큐리티에서 이유없이 붙잡을까봐 했던 걱정들이 모두 사라졌고, 내 얼굴을 까먹었지 않았을까 걱정되었던 우리집 댕댕이는 날 보고 엄청 꼬리를 흔들었다. 여독을 샤워로 풀어내고, 1.5주 동안 할일들을 아내와 나열해 보았다.


미국에서 항암 의사 만나기

도착 후 바로 다음날 family doctor를 만나 그간 한국에서 치료했던 내용을 모두 업데이트 해 주었다. 더불어 정형외과, 혈종, 방종 의사들을 만날 수 있도록 referral을 요청했다. 총 두 개의 큰 병원에 요청해 두었는데, 짧은 기간안에 의사들을 만나기에는 쉽지 않았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이미 수술을 한국에서 마쳤기에 굳이 만날 필요가 있겠냐는 피드백을 받았고, 혈종, 방종 의사들은 가장 빠른 예약이 1달 뒤였다. 특히나 미국 암센터에서 꼭 요청하는 자료가 병리슬라이드 (Pathology slides) 였는데, 한국에서 모든 자료를 다 준비해 갔음에도 해당 자료는 빠져있었다. 알아보니, 한국 병원에서는 병리슬라이드를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기에 외래 시 특별히 요청하지 않으면 받기 어려웠다.

결국, 미국에서 항암이 가능한지 알아보기에 일정도 빠듯했고, 병리 자료도 부족해서 포기했다. 대신, 항암이 끝난 뒤 미국에서 계속 follow up을 하기 위해 병원들과 연결해 두었다. 미국에서 항암을 할 경우, 가족과 떨어지지 않아도 되고, 나도 업무의 연속성을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병원비도 비싸고 부수적인 치료들을 보수적으로 하는 단점들이 (예를 들면 구토억제제를 제공 안한다고 한다는 등의 일련의 치료들) 존재한다. 어쨌거나 한국에서 하기로 했으니, 한국에서 할 장점을 잘 살려 보리라 다짐한다.

의사를 알아보는 일 외에 아내와 아아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냈고, 집에서 남편이 해야 할일들을 여러개 마쳤으며, 은행 및 관공서 업무도 한동안 문제없게 처리해 두었다. 차로 왕복 20시간 넘게 운전해서 딸을 대학교 기숙사에 안전히 넣고 돌아왔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일로 항암을 위해 머리를 짧게 깎았다. 아내에게 부탁했는데 처음에는 난색을 표하더니, 기꺼이 짤라 주었다. 짦은 머리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앞으로도 계속 짧게 할까 생각중이다.

비행기를 잘 타고 돌아왔고, 이제 몇시간 뒤 첫번재 항암을 위한 입원이다.


* 이미지 출처: 딸이 그려준 우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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