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권기복의 작은 공부
by 권기복의 작은 공부 Apr 09. 2018

우리가 '루머'를 믿게 되는 이유는?

인간은 기본적으로 궁금한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루머가
뭐길래


'루머rumor'란 '어떤 사회의 구성원들이 비非제도적 채널을 통해 임시변통으로 생성한 미未입증 뉴스'다. 쉽게 말해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것. 루머는 두 명만 모이면 유통의 구조가 갖춰진다. 루머의 유통 장소는 식당, 커피 자판기 앞, 사이버 공간 등 실로 다양하다. 사람들은 자신이 들은 것, 본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 루머라면 이런 말로 시작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강한 동기가 있다. 그러나 한 사람의 능력만으로 세상을 온전히 이해하기쉽지 않다. 고로 타인은 나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손쉽고도 고마운 정보원이다. 심지어 철학자 토머스 리드T. Reid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특정 보고가 그르다는 것을 의심할 좋은 이유를 갖지 않는 한 그 증언을 한 사람의 말을 언제나 승인해야 한다"라고.




루머의 종류에는
무엇이 있는가



루머는 크게 세 종류로 나눌 수 있다.

또 루머는 '내부의 루머'와 '외부의 루머'로도 나눌 수 있다.




사람들은 왜 
루머에 의존할까?


인간은 기본적으로 궁금한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특히 그것이 안전을 비롯한 돈, 명예 등과 직결된 것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불명확한 상태를 명확한 상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루머에 의존하는 것이다. 루머를 믿는 인간이 비합리적 존재인 것 같지만, 불안을 해소하고 상황을 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도로 본다면 심리적 영역에서만큼은 합리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최악의 상황에서는 통제감을 얻기 위해 긍정적인 루머보다는 부정적인 루머를 더욱 수집하는 것이다. 이를 '부정성 경향'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왜 
루머를 퍼뜨릴까?


루머가 루머이기 위해서는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남에게 전달해야 한다. 왜 사람들은 루머의 매개체를 자처하는 걸까?


인간은 이타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즉, 나만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나만 혜택을 보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과 혜택 및 위험회피를 나누고 싶어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친사회적 동기'라고 말한다. 이러한 동기는 루머의 질을 높일 확률이 높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사실과 맥락을 확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 이 친사회적 동기는 이타심인지 이기심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루머를 퍼뜨리면서 남을 위해서라고 속이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이 '자신의 이익'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가장 저차원이 본인 자존감을 드높이기 위함이다. 즉, 누군가에게 루머를 전달하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을 더 좋아하거나 존중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착)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루머를 전달하는 사람은 잠시나마 루머 수용자보다 '무엇을 조금 더 아는 사람'으로서 권위를 갖는다. 물론 이러한 동기에서 유통되는 루머는 질이 낮을 수밖에 없다.


또 사람들이 루머를 퍼뜨리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속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일정한 가치, 유사한 관점을 공유한 집단에서 코드가 맞는 루머는 빠르게 확산된다. 이는 전달자와 수용자 모두에게 흥미 있는 주제만이 루머로서 힘을 갖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확인'이 목표가 아니라 집단 이기심에 기인한 루머는 저질 루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누군가 특정 입장에만 몰입해 한 쪽 세계관을 강하게 고집할 때 정보를 선별 노출하려는 '확증 편파'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개인 차원보다 집단 차원에서 더욱 극단화되는 경향이 있다. 

단일 관점이나 단일 가치가 사회를 지배하게 되면 루머의 질은 그만큼 낮아진다. 그러나 구획화 정도가 높은 사회 네트워크에서는 더 다양한 루머가 존재한다. 이러한 구획화는 하나의 루머가 모든 걸 지배하는 것을 견제하며, 소수의 의견이 살아남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믿고 싶지 않아도 
믿을 수밖에 없는


루머가 속수무책으로 퍼지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동조' 때문이다. 사회적 동조란 사회적 규범이나 대다수의 의견에 개인의 의견이나 행동을 동화시키는 경향을 말한다. '사회적 동조'는 개인이 어떤 정보를 판단하고 태도를 결정하는 데 합리성을 부여해주며, 동시에 집단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소속감을 부여한다. 


이 경향은 집단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는 사회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하는데, 심지어 이러한 문화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사실 확인 동기가 강한 사람조차도 루머를 믿게 만드는 힘이 있다. 아니 믿는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르게 보이고 싶지 않아 실제로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르더라도 믿는척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다수의 의견을 거스르는 모험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다.





부당한 루머의 피해에 놓여있다면
이렇게 대응하자



때로는 '노코멘트'가 나을 수 있다!


만약 루머가 얼마 안 가 사그라들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이 방법을 추천한다. 꾸며낸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면 시선이 몰리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특히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야기에 흥미를 보인다는 연구에 따르면, 공개적인 자리에서 루머를 밝히는 것은 되려 관심 없던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반박은 최대한 빨리, 최대한 정확하게!


이 대응은 앞의 것과 반대의 대처다. 놔두면 일파만파 퍼질 것 같은 루머라 판단된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반박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해로운 루머는 무섭도록 빠르게 퍼진다. 심지어 일단 '사회적 동조'가 형성되면 사람들의 태도를 바꾸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이루어지기 전에 정확한 사실에 기반한 반박의 성명서를 언론에 알리는 등의 조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비공식적 루트로 사실을 유포하라!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또한 정보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확보해 정확한 사실을 비공식적 루트로 퍼뜨리자. 루머 수용자는 루머 당사자의 이야기보다 주변 인물의 말을 더 신뢰한다. 또한 공식적인 루트 보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같은 친근한 공간에서 획득한 정보에 생각을 바꿀 확률이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반박 내용이 사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진실은 밝혀지게 될 것이며, 그것이 반박 내용과 다를 경우 사람들은 루머 당사자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방관자들에게 감정적 호소를 하라!


기존 연구에 따르면 루머를 방관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며, 루머 피해자에게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에게 상황을 자세하게 묘사하며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구체적 사례를 들 때 설득의 효과는 높아진다. 정확한 사실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받은 사람들은 이전에 가졌던 느슨한 태도를 바꿀 수 있다. 덧붙여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사람에게 법적 처벌을 불사하겠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루머를 없앨 수 없다면
긍정적으로 활용하자


인간 사회에서 특정 루머가 사라지는 경우는 있어도 루머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루머의 순기능 즉 '정확한 맥락에 따른 가설 수립'의 역할과 '집단 지성의 사실 확인' 기능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말했듯 구획이 많은 사회가 되어야 한다. 또 그 구획 안 집단의 순응 요구가 낮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순응을 요구하지 않는 집단은 루머의 진위 여부를 더 성공적으로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측면의 검토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중이 루머의 의존하는 이유는 공식적인 소통 경로가 망가졌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이 무책임하고, 권력과 유착되었으며, 대중의 입장보다 특정 이익을 대변하는 보도 태도를 가졌을 때 비공식적 소통 창구인 루머가 활성화된다. 


루머는 결국 필요악이며 양날의 검이다. 준비된 이들이 이것을 다룰 때는 진실을 밝히는 하나의 방식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무책임한 추측과 거짓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참고 문헌

니콜라스 디폰조 , 『루머사회』, 흐름출판, 2012

차유리, 나은영, 「국내 인터넷 루머커뮤니케이션 유력자 현황에 대한 탐색 - 동기적 접근을 중심으로」,『한국언론학보』, 2014

안지수, 이원지, 「사회적 동조와 개인의 정보처리 성향이 루머 메시지의 신뢰에 미치는 영향」,『언론과학연구』, 2011

keyword
magazine 권기복의 작은 공부
공부한 내용을 글과 만화로 나눕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