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은 세계 경제사에서 단순한 경기 순환의 저점이나 고점이 아닌, 글로벌 금융 및 물리적 인프라의 근본적인 아키텍처가 재설계되는 구조적 전환점(Structural Inflection Point)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 해를 관통하는 핵심 테마는 '신뢰의 사유화(Privatization of Trust)'와 '인프라의 주권화(Sovereignization of Infrastructure)'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된 다자간 협력 체제는 미국의 공격적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회귀와 함께 해체 수순을 밟고 있으며, 그 공백을 거대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소수의 '주권적 기업(Sovereign Corporates)'들이 메우고 있다.
본 보고서는 2026년 현재 진행 중인 지정학적, 금융적, 기술적 지각변동을 심층 분석하고,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결제와 정산, 에너지, 그리고 연결성(Connectivity)이라는 세 가지 핵심 인프라를 장악한 기업들을 조명한다. 특히, 금융 시스템의 본질을 꿰뚫는 '뼛속 깊은(Deepest Root)' 통찰을 통해, 자본주의의 핵심인 '신뢰'가 어떻게 변질되고 있으며, 이것이 왜 전통적인 금융 기관과 빅테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위협이 되는지를 규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단행된 66개 국제기구 탈퇴 행정명령은 단순한 외교적 고립주의가 아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공공재(Public Goods) 시스템—예를 들어,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의한 주파수 배분이나 만국우편연합(UPU)에 의한 우편 요금 조정—을 해체하고, 이를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사적 표준과 양자간 거래로 대체하겠다는 선전포고다.
동시에, 금융 시장 내부에서는 '비밀 지표'라 불리는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와 IORB(Interest on Reserve Balances) 간의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은행 간의 무조건적인 신뢰가 붕괴하고 '조건부 신뢰(Conditional Trust)'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리고 있다. 은행들은 서로를 믿지 못해 중앙은행이라는 '최후의 피난처'로 자본을 도피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의 동맥경화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반의 '규제된 책임 네트워크(Regulated Liability Network, RLN)'와 토큰화된 머니마켓펀드(MMF)가 급부상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 혁명은 디지털 공간을 넘어 물리적 에너지 위기를 촉발시켰다.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용인하지 않으며, '24/7 무탄소 기저부하(Baseload)'를 제공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와 천연가스 인프라를 보유한 기업들을 단순 유틸리티가 아닌 'AI 인프라의 중앙은행'으로 격상시켰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거시적 흐름 속에서 2026년 글로벌 인프라 시장을 지배할 핵심 기업과 기술, 그리고 규제 환경을 15,000단어 분량으로 상세히 분석한다.
2026년 1월 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행정명령은 미국이 66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하거나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1 이 목록에는 31개의 유엔(UN) 산하 기구와 35개의 비(非)유엔 기구가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미국 외교 정책의 근본적인 재편을 의미한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들 기구가 "반미국적(anti-American)이거나, 쓸모없거나(useless), 낭비적(wasteful)"이라며, 미국의 국익과 주권, 경제적 번영에 반한다고 규정했다.1
이러한 탈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에 대한 '신뢰 철회'이자, 미국이 더 이상 다자간 합의에 구속받지 않고 양자 관계를 통해 국익을 관철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이다. 특히 기후변화협약(UNFC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세계보건기구(WHO) 등에서의 탈퇴는 전 지구적 이슈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 포기로 해석될 수 있으나, 역설적으로는 미국 내 에너지 및 제약 기업들에게는 규제 완화와 독자 노선의 기회를 제공한다.3
미국은 다자 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는 대신,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 약 29억 달러 규모의 '미국 우선주의 기회 펀드(America First Opportunity Fund, A1OF)'를 신설했다.6 이 펀드는 기존의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적 지원 대신, 미국의 외교 정책과 직접적으로 일치하는 국가나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입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국제 개발 원조를 '거래적(Transactional)' 관계로 전환시키는 것이며, 수혜국들에게 미국 기업(특히 인프라 및 기술 기업)의 활용을 강제하는 레버리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7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의 탈퇴 혹은 영향력 축소는 2026년 기술 인프라 전쟁의 가장 중요한 전선 중 하나다. ITU는 전통적으로 전 세계 주파수 스펙트럼과 위성 궤도를 할당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왔다.7 그러나 '선착순(first-come, first-served)' 방식의 ITU 할당 시스템은 최근 중국이 대규모 위성군(Megaconstellation) 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출하며 궤도를 선점하려는 시도에 취약점을 드러냈다.10
미국의 ITU 체제 이탈 움직임은 스페이스X(SpaceX)의 스타링크(Starlink)나 아마존(Amazon)의 레오(Leo, 구 카이퍼 프로젝트)와 같은 미국 기업들이 국제적 관료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압도적인 발사 역량과 물리적 점유를 통해 저궤도(LEO) 공간을 사실상 영토화(Territorialization)하려는 전략을 뒷받침한다.11 이는 '우주 주권(Space Sovereignty)'을 기업의 인프라 점유율로 치환하는 것이며,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의 궤도 점유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여 보호막을 제공하게 된다.
구체적 영향:
스펙트럼 전쟁: 미국은 ITU의 조정을 거치지 않고, 양자 협정이나 국내법(FCC 규정)을 통해 자국 위성 사업자의 주파수 사용권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Starlink와 같은 선발 주자가 후발 주자(중국, 유럽)의 진입을 물리적으로나 전파적으로 차단하는 '진입 장벽'을 구축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Starshield의 안보화: 스타링크의 군사 버전인 '스타실드(Starshield)'가 국가 안보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민간 위성 네트워크에 대한 공격이나 간섭은 곧 미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될 것이다.12
만국우편연합(UPU) 탈퇴 위협 및 재협상, 그리고 이어진 독자 행보는 글로벌 이커머스 물류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UPU의 터미널 듀(Terminal Dues, 도착국 배달 보상비) 시스템이 중국과 같은 수출국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게 설정되어 있어, 중국산 저가 상품이 미국 내 배송보다 더 저렴하게 미국 가정에 배달되는 불공정을 초래한다고 주장해왔다.13
미국이 UPU 체제에서 이탈하여 '자국 통선료(Self-declared rates)'를 적용하게 되면, 중국발 직구 상품(Temu, Shein 등)의 배송 비용은 급격히 상승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자체적인 글로벌 물류망을 구축한 아마존(Amazon Logistics), 페덱스(FedEx), UPS와 같은 미국 물류 거인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한다.15 이들은 UPU라는 공적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항공/해상/육상 네트워크를 통해 통관과 배송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즉, 공적 우편망의 쇠퇴는 사적 물류망의 지배력 강화로 이어진다.
2026년 금융 인프라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금리나 주가 움직임이 아닌, 시스템의 가장 깊은 뿌리(Deepest Root), 즉 '은행 간 신뢰(Inter-bank Trust)'의 메커니즘을 이해해야 한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은행은 서로를 믿고 자금을 빌려준다. 담보가 충분하고, 상대방의 장부가 깨끗하며, 오늘 거래가 내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때, 시장은 중앙은행의 개입 없이 스스로 굴러간다. 이때의 가격이 바로 **SOFR(Secured Overnight Financing Rate)**다. SOFR는 '민간 신뢰의 가격'으로, 은행이 시장에서 다른 은행을 얼마나 믿는지에 대한 점수표와 같다.17
반면, **IORB(Interest on Reserve Balances)**는 '자본의 최후 피난처'이자 '확실성에 대한 가격'이다. 중앙은행은 시스템이 붕괴하지 않는 한 파산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이 민간 시장의 리스크를 피하고 싶을 때 선택하는 안전한 항구다.17
2026년 현재,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신호는 **SOFR와 IORB 간의 스프레드(격차)**다. 이 두 지표가 벌어진다는 것은 은행들이 더 이상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상대를 '평가(Evaluate)'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신뢰가 '조건부(Conditional)'로 바뀌었음을 뜻하며, 이 순간부터 모든 거래는 느려지고, 담보는 재검토되며, 거래 상대방은 점수화된다.17
은행들이 집단적으로, 그리고 동시다발적으로 민간 거래(SOFR)를 포기하고 중앙은행(IORB)으로 회귀할 때, 금융 시스템은 '자율 시스템(Autonomous System)'에서 '관리 시스템(Managed System)'으로 구조적 전환을 겪게 된다. 이는 겉으로는 유동성이 풍부해 보이고 가격이 유지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내부적으로는 미래의 선택지가 제거되고 시스템의 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된 상태를 의미한다.17
이러한 '신뢰의 공백'은 기존의 낡은 결제 인프라(Legacy Payment Rails)가 더 이상 현대 금융의 속도와 복잡성, 그리고 신뢰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규제된 책임 네트워크(Regulated Liability Network, RLN)'**와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된 결제 인프라다.
RLN은 중앙은행, 상업은행, 그리고 규제된 비은행 금융기관(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의 부채(Liability)를 단일한 공유 원장(Shared Ledger) 위에서 토큰화하여 처리하는 차세대 금융 시장 인프라(FMI)다.18 기존의 파편화된 데이터베이스와 메시징 시스템(SWIFT 등)이 가진 비효율성과 신뢰 비용을 제거하고, 24/7 실시간 결제와 원자적 정산(Atomic Settlement)을 가능하게 한다.
2026년, 뉴욕 연방준비은행(New York Fed)의 혁신 센터(NYIC)와 씨티(Citi), JP모건(JPMorgan), 웰스파고(Wells Fargo), 마스터카드(Mastercard) 등 주요 금융기관이 참여한 미국 RLN 파일럿 프로젝트는 기술적, 법적 타당성을 입증하며 상용화 단계로 진입했다.19
RLN의 핵심 가치:
토큰화된 예금(Tokenized Deposits): RLN 상에서 유통되는 주요 화폐는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가 아니라, 상업은행의 예금을 토큰화한 것이다. 이는 기존 은행 규제와 예금자 보호 제도를 그대로 적용받으면서도 블록체인의 프로그래밍 가능성(Programmability)을 활용할 수 있게 한다.22
통합된 신뢰: SOFR-IORB 스프레드 확대가 보여주는 '파편화된 신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RLN은 중앙은행 화폐(도매용 CBDC)를 통한 최종 결제 완결성을 보장함으로써 시스템 전체의 신뢰 수준을 격상시킨다.
2026년 결제 및 정산 인프라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은 세 가지 진영으로 압축된다.
JP모건은 자사의 블록체인 사업부인 '오닉스(Onyx)'를 **'키넥시스(Kinexys)'**로 리브랜딩하고, 이를 단순한 실험실이 아닌 핵심 수익 사업으로 격상시켰다.23 키넥시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매 결제 네트워크 중 하나로 성장했으며, 하루 평균 20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다.
JPM Coin (JPMD): 예금 토큰(Deposit Token) 형태인 JPM Coin은 이제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와 같은 퍼블릭-프라이빗 하이브리드 블록체인에 네이티브로 발행되어, 은행 내부 원장을 넘어 더 넓은 자본 시장 생태계와 연결되고 있다.24 이는 JP모건 고객 간의 결제뿐만 아니라, 토큰화된 자산(증권, 채권 등)의 결제 수단으로 JPM Coin이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프로그래밍 가능한 결제: 키넥시스는 스마트 계약을 통해 "화물이 도착하면 지불한다" 또는 "담보 비율이 충족되면 대출을 실행한다"와 같은 조건부 결제를 자동화하여 기업 재무 관리(Treasury)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26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은행이 아닌 자산운용사의 관점에서 결제 인프라를 혁신하고 있다. 그 핵심은 **'블랙록 USD 기관용 디지털 유동성 펀드(BUIDL)'**다.
인프라로서의 토큰화: 래리 핑크(Larry Fink) CEO는 토큰화를 단순한 상품이 아닌 인프라의 진화로 규정했다.28 BUIDL은 미국 국채와 현금을 담보로 발행되는 토큰화된 펀드이지만, 사실상 **'수익을 창출하는 결제용 화폐(Yield-bearing Settlement Instrument)'**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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