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내가 이렇게 신이 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꽃시장에 진즉 라넌쿨러스가 색색이 가득한 탓이고,
이제 파장한다고 꽃집 아주머니가 떨이로 한단 더 얹어준 탓이고,
이쁘게 꽃병에 꽂아 잠풍 바람 부는 부엌 창가에 놓아둘 수 있는 탓이고,
한 다발 말아서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탓이다.
내가 이렇게 신이 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마침 친구와 커피 한잔하는 카페에서도 발그레한 라넌쿨러스를 만난 탓이고,
내 가방에 수 놓인 정원이 퍽 마음에 든 탓이고,
오랜만에 들른 카사블랑카 샌드위치가 역시나 무척 맛있을뿐더러 이제 새 메뉴를 선보일 탓이며,
그날 쓰고 나간 내 모자와 샌드위치 집 사장님 모자가 (세상에나) 똑같은 탓도 있다.
그런데 정말 내가 이렇게 신이 나고 거리를 걷는 것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시집이 너무나 사랑스러운 탓이고,
오랜만에 실컷 친구와 깔깔거리며 이야기를 나눈 탓이고,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내 동생이랑 나눠먹을 딸기 한다라를 한봉다리 들고 가는 탓이다.
백석 시인의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를 읽고서 흉내냄.
오마주로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