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담긴 디자인

이야기 담아내기

by 나늬

Story

어떤 주제로 무엇을 디자인할 것인가? 는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처음하는 고민이다. 디자인이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하더라도 어린이의 디자인 결과물에는 스토리가 담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만들어내지만, 그 무언가에 스토리를 담아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자신의 디자인에 이야기를 입혀보는 어린이 디자인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다.


Toy

그럼, 스토리의 출발은 어디에서부터 해야 할까? 어린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장난감을 가지고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다. 장난감에는 이미 저마다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잊고 있던 추억을 꺼내올려주기도 하고,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어렸을 때 직접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을 가져와도 좋고, 누군가에게 버려진 다양한 장난감을 활용해도 좋다.

자신의 마음에 와닿은 장난감을 선택하라고 하니, 역시 어린이들은 긴 고민없이 바로바로 원하는 장난감을 선택하였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소소한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Connect

장난감을 무엇과 연결하여 스토리를 담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 장난감의 형태를 잘 활용하여 가치있는 디자인 결과물로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디자인해야 할까? 이 고민은 처음 스토리에 집중해서 장난감이라는 요소를 연관지었던 것과는 다르게 많은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오랜 고민 끝에 <지구를 빛내는 전등>을 디자인하기로 하였다. <지구를 빛내는 전등>으로 정한 이유는 <빛>이라는 테마가 다양한 스토리로 엮어내기에 풍부하다고 생각하였고, 자신만의 디자인 결과물인 전등은 매일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제 어린이들에게 장난감과 전등을 쥐어주고 스토리가 담긴 디자인을 결과물로 도출해야 한다.

틀5-1.jpg 장난감과 전등을 더해? 디자인 결과물로?

Process

어린이를 대상으로 디자인교육 수업을 할 때 가장 효과적이고 안정적이었던 단계로 정리하였던 아래의 6단계를 기초로 하여 각 단계에서 어떻게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 기획하였다.

1단계 <발견>은 주제가 무엇인지 관찰을 통해 알 수 있도록 주제와 연계된 디자인 사례를 살펴보는 것.

2단계 <정의>는 디자인하고자 하는 주제에서 디자인적 요소로 명확히 가져가야 할 것을 짚어보는 것.

3단계 <발달>은 디자인 툴킷 도구를 활용해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이끌고 컨셉을 구성하는 것.

4단계 <전달>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스케치하여 디자인을 구체화하는 것.

5단계 <창작>은 스케치를 기반으로 실제 디자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

6단계 <공유>는 나와 다른 사람의 디자인을 서로 살펴보며 의견을 나누는 것.


<지구를 빛내는 전등> 프로그램 개요

1단계 <발견> : 다양한 전등 디자인 사례를 보여주기

2단계 <정의> : 전등 재료를 관찰하며 전등의 실용적 구조 살펴보기

(스위치를 켜고 끄는 방식, 벽에 거는 방식 등)

3단계 <발달> : <빛>을 테마로 하는 비쥬얼카드를 보며 비쥬얼스토밍하기

4단계 <전달> : 디자인스케치 워크시트에 아이디어 구체화하기

5단계 <창작> : 자신만의 <지구를 빛내는 전등> 만들기

6단계 <공유> : 서로의 결과물을 감상하며 이야기 나누기

이렇게 6단계에 걸친 프로그램 개요를 명확히 정하고 어린이들과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지구를 빛내는 전등>을 디자인해보기로 했다.


Visual card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선택한 장난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스토리를 끌어가기 위한 배경과 상황을 설정함에 있어서는 비쥬얼카드는 많은 도움이 된다. <빛>을 테마로 하는 비쥬얼카드를 준비한 만큼 지구, 우주, 달에 관련된 카드가 많이 배치되어 있었고, 실제로 어린이들이 지구와 우주를 모티브로 많이 설정하였다.

IMG_9574.JPG 비쥬얼카드와 장난감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모습

Visual storming

비쥬얼카드를 구성할 때는 최대한 다양한 시각적 자극을 주고자 한다. 형태, 표현기법, 색감 등 어린이들이 더 넓은 시야를 경험하게 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북돋아주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번 비쥬얼카드를 구성하면서 다채로운 빛의 표현방식을 보여주고자 싶었다. 전구에서 네온사인까지, 불꽃놀이에서 달까지, 그리고 우리가 있는 지구와 우주까지 빛이 담겨있는 것들은 곳곳에 너무 많이 있었다. 그렇게 풍부한 비쥬얼카드를 구성하고 어린이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어린이들은 다채로운 빛의 표현방식과 종류 등을 경험할 수 있었고, 그 중 자신의 마음에 모티브가 될 만한 비쥬얼카드를 신중하게 선택하였다.

틀7.jpg <빛> 테마에 연상되는 비쥬얼카드

장난감을 선택하고, 또 비쥬얼카드를 선택하며 이미 어린이들의 마음속에는 한 편의 이야기가 지어진 것 같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지구와 스파이더맨 비쥬얼카드를 선택한 후, 스케치를 통해 깜깜한 우주 속 푸른별의 지구를 표현했다. 그리고는 스파이더맨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우주선을 타고 있는 장난감을 선택하였다.

또 다른 친구는 달을 바라보는 고양이와 손에 들고 있는 지구 비쥬얼카드를 선택한 후, 스케치를 통해 불빛이 강렬하게 뿜어져 나오는 지구와 초록잎의 풀을 표현했다. 그리고는 영웅같은 모습으로 우뚝서있는 개구리 장난감을 선택하였다. 디자인에 이야기를 담아내며 비쥬얼카드는 배경으로 장난감은 주인공으로 그들만의 이야기가 꾸려지고 있었다.

-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빙빙 돌며 수호할 거예요.

- 지구에서는 파란색 불빛이 반짝여요. 이 불빛을 보고 우주선이 올 수 있어요.

- 지구 주변의 노란색은 코로나예요.

- 지구의 나무를 지켜주는 개구리예요.

14.jpg 비쥬얼카드와 디자인스케치의 연관성, 그리고 장난감 주인공

디자인교육에 환경적 가치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까?

사용하지 않은 장난감을 스토리의 핵심이자 디자인 요소로 사용한 이유는 환경적 메시지를 담고 싶어서였다. 새로운 가치가 담겨 재탄생되는 <새활용>의 개념을 어린이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었고, 버려지는 것들을 다시 되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Upcycling

재활용과 새활용은 다른 의미이다. 새활용의 개념에는 디자인이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사전적 의미가 재활용할 수 있는 옷이나 의류 소재 따위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하여 가치를 높이는 일로 정의되듯이, 디자인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매우 많은 양의 장난감이 버려지고 있으며 이는 또다른 환경오염의 주범이 된다. 어린이들이 디자인한 작품에 사용하지 않은 장난감을 한두개 사용한다고 버려지는 장난감의 수를 따라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새활용의 가치를 경험하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면, 디자인을 함에 있어 환경적 시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이 마련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라고 판단한다.




디자인은 분명 심미적 기능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예쁘고 멋스럽다고만 해서 좋은 디자인일까? 디자인의 바탕에는 실용성이 받침되어야 하고, 세상 모든 것들에 긍정적 영향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린이 디자인교육에서 역시 버려지는 것들의 가치를 한번쯤 되짚어보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작품기록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