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란 어떤 사람들일까?

변호사가 본 변호사 1편

by 루비콘의 변호사

시작하자마자 직업병적인 멘트를 하나 쓰고 나아가자면 이하의 글은 (대다수의 글이 그러하듯) 결국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이야기이다. 누가 알겠는가, 사실 내가 경험한 소수의 변호사들은 매우 편향적이고 극단적으로 치우친 아웃라이어들 뿐이었고 대다수의 변호사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과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변호사 찌끄레기 정도 되는 사람 입장에서 다른 변호사들을 좀 봐 왔고 그에 따른 인상들을 가만히 떠올리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공통점이 떠오르게 마련이다. 그런 지극히 주관적이고 별 근거나 객관성은 없는 글을 가볍게 써보자 한다.


변호사는 재미없다.


변호사들은 태반이, 아니 솔직하게 말해 9할은 재미없다.


이 재미라는 건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웃기는 유머감각,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총무적 재능, 혹은 이야기를 나눌수록 스며드는 그런 깊은 통찰력과 그에 따른 매력, 순간순간 번개같은 대응과 개드립, 또는 뭔가 잘 설명할 수 없지만 이야기하면 할수록 재밌어지는 그런 맛.


유감스럽게도 이 뻘글을 작성하는 본인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변호사들은 재미가 없다. 그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적이고 인텔리하고 그런 면이 있다고 우겨볼 수야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냥 젊고 팔팔할 때는 공부한다고 맨날 처박혀 있으면서 온몸이 삭고 좀 나이들고 사시나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후에는 일에 치여만 살고 그것도 모자라 상당수는 대학원까지 다시 들어가니 가뜩이나 없던 유머감각이나 개드립 실력도 퇴화해서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고 설령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삶에 찌들어 있어서 재미를 찾거나 내진 향유할 기력도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


드물게 명석한 두뇌와 냉철한 멘탈로 20대 중반에 풀악셀 밟아서 변호사 되는 양반들도 있지만 그들도 어차피 결과물은 매일반이랄까, 더하면 더하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 보라.


10대때부터 부모랑 같이 계획 쫙 세워놔서 유학-조기졸업-변호사 코스건 중퇴-검정고시-변호사 코스건 그냥 공부만 죽어라 해 온데다가 20대에 변호사 되고 나면 매우 우수한, 이 업계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기 때문에 유명한 쿠앤크, 율우, 지중해 같은 데에서 순식간에 뽑아간다. 그러고 나면? 그러고나면 이제 그 젊음과 팔팔함으로 매일매일 계속 일하는거지 별 거 있나.


그러니 점심시간에 -별로 원하지 않지만- 같이 식사를 하게 되어도 사실 따분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 동네도 여느 동네나 마찬가지로 짬 높고 직급 높은 사람만 뭐라뭐라 말하지 나 같은 말단은 그냥 예예 하거나 묵묵히 밥 먹는 게 전부다.


변호사들은 많은 수가 변호사들끼리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고 하는데 거창한 부의 세습, 대물림이나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변호사라는 족속의 따분함과 재미없음을 그나마 받아줄만한 게 같은 변호사여서 그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참고로, 이 글을 쓰는 본인은 그런 변호사조차 학을 뗄 정도로 무미건조한지라 애인 없은지 십수년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없던 친구들조차 줄어가고 있는 데에서 진심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