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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준 Mar 12. 2023

아드벡 찬양

만약 세상을 둘로 나누라고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까? 남자 or 여자 또는 선 or 악. 나에겐 자신 있게 이 세상을 둘로 나눌 수 있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바로 '아드벡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나는 '아드벡'으로 세상을 두 그룹으로 나눌 수 있는 사람이다.



아드벡을 처음 마신 순간을 아직도 기억한다. 20대 중반, 자주 다니던 bar에서 서비스로 준 위스키가 나의 첫 위스키이자 첫 아드벡이었다. 장난감 같은 작은 잔에 나온 한 모금 거리도 안 되어 보이는 위스키를 나는 나누어 마셔야 하는 줄 모르고 원샷을 했다. 원샷과 동시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듯한 뜨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약간의 숨을 내쉬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향들이 내 입안을 가득 채웠다.



병원 냄새, 정로환 냄새, 암모니아, 타이어 냄새. 아드백을 처음 마시는 사람들의 반응. 이 향을 좀 더 전문적으로 표현하면 '피트향'이라고 한다. 아드벡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위스키 중 가장 '피트향'이 강한 위스키이다. 이 호불호가 확실한 향 때문에 아드벡 증류소는 거의 문을 닫을 뻔 했지만, 아드벡의 개성을 사랑하는 두터운 매니아층으로 인해 부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매년 열리는 'Ardbeg Day'에 수많은 팬들이 참석할 정도로 팬들이 많아졌다.



내가 아드벡에 완전히 빠졌던 계기는 구글 검색 중 본 사진 한 장 때문이다. 사진에는 어부가 갯벌에서 방금 딴 굴에 아드벡을 따라서 굴과 함께 마시고 있었다. 노루 바이러스가 걸려 입원을 한 경험에도 아직 겨울이 되면 통영 굴을 한 박스씩 시키는 나에게 충격적인 사진이었다. 바로 다음날 굴을 한 박스 사서 아드벡과 함께 마셔봤다. 굴과 함께 마시는 아드벡. 굴의 향이 백배 천배로 증폭되어 입안을 감싸면서 기분 좋은 바닷 냄새가 느껴지며 혀 끝에 짭조름한 끝 맛이 살짝 느껴졌다. 마치 내가 그 바닷가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이날 이후 난 단순히 마케터들의 카피라고 생각했던 음식과 술의 조화 '페어링'에 대해 믿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아드벡을 좋아하게 된 이후로 항상 내 위스키 보관함인 옷장에는 아드벡이 있었다. 평소보다 조금 더 힘든 날이면 어김없이 아드벡을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한다. 아드벡 증류소가 있는 Islay 섬의 혼자만 있는 해변가에서 바버 자켓과 헌팅 부츠를 입고 한 손에는 아드벡 한 병을 들고 직접 딴 굴과 함께 아드벡을 마시는 기분 좋은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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