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데리고 다른 나라에 오니 당장 며칠은 아기를 키울 생활공간을 조성하는 게 제일 큰 일이었다.여행 가서 그 나라 대형마트를 방문했을 땐 비슷한 듯 다른 물건들 구경에 신나서 혼이 빠졌었는데, 당장 아기 먹이고 재우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러 방문한 호주의 대형마트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내 혼을 앗아갔다. 애 보는 것도 서툰 초보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생전 처음 보는 것들 속에서 당장 내 아기를 위해 쓸 물건을 산다는 것은 정말 보통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었다.
안 그래도 아기 물건 하나 사는데 엄청난 정보검색 손품이 필요한데 차도 없이 아기 데리고 발품까지 팔아야 하던 참이었다. 이때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곳이 '미씨호주'라는 네이버 카페였다. 호주에 사는 한국 여자들의 커뮤니티인데 정말 그곳은 그 어떤 호주인보다 더 능숙하게(호주에서도 한국인스럽게 하는 말이 어울리겠다) 호주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기저귀나 이유식 용품 추천부터, 데리고 갈만한 곳, 할인정보, 아기 건강 정보 등등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가 다 있었고, 초보 엄마이자 이제 막 호주에 입성한 나로선 하늘에서 내려온 금동아줄이었다.
어느 정도 호주 생활에 익숙해진 후에도 이 카페에서 얻은 할인 정보나 맛집, 여행 정보로 호주 N연차 주부 내공의 소유자 마냥 뽐내고 다닐 수 있었다. 세계 여성의 날에 콜스라는 대형 할인마트에서 생리대를 공짜로 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받으러 갔더니 호주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이벤트였다. 동생에게도 알려주고, 호주 생활 10년 넘는 지인 분께도 알려주고, 이런 걸 어떻게 알았냐며 으쓱. 한국 여자들의 정보력 최고다!
호주나라에 올라온 구디백 정보
네이버 '호주 벼룩시장' 이라는 카페도 자주 이용했다. 음식과 관련되지 않은 아기용품들은 거의 이곳에서 구입한 것 같다. 장난감부터 유모차, 바운서, 보행기 같은 거의 대부분의 육아용품을 이 사이트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중고거래 사이트는 검트리란 곳인데 몇 번 거래해보니 너무 불편했다. 물건들을 하나하나씩 파는데 판매자들이 워낙 시드니 전역에 흩어져있다 보니 차가 없는 우리는 하나 가지러 가는 것도 너무 큰 일이었다. 반면 시드니에 한인들이 모여 사는 큰 곳이 몇몇 군데 있었고, 판매자들이 한번 글을 올릴 때 비슷한 것들을 여러 개 올리다 보니 우리로선 훨씬 편리하게 이용했다. 물론 우리도 한국 오기전에 이곳을 통해 한 묶음씩 판매했다.
우리집에서 제일 열일한 케이마트 에어프라이어
그 외에 식료품이나 생활용품은 '울월스'와 '콜스'에서, 아기 옷이나 주방용품, 생활가전 같은 건 '케이마트'와 '이케아', 화장품은 '프라이스라인'에서 구입했다. 특히 울월스는 포인트를 차곡차곡 모아서 200불이나 쓰고 왔다. 처음에 적응할 땐 하루에도 몇 번이나 필요한 게 생겨서 이삼일에 한 번씩 울월스를 들락거렸는데 나중엔 요령이 생겨 주 1회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시드니에서 가장 큰 할인마트로 울월스와 콜스가 있는데 매주 할인 품목이 바뀐다. 엄청 다양한 제품들이 반값 할인을 하니까 매주 챙겨놓으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