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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Dec 13. 2023

2023년 3월 일기모음 3

3월 20일 월요일


일하고 퇴근길에 헬스장가서 운동하고 집에와서 일기를 쓴다. 점심때는 식당에서 비빔밥을, 저녁때는 카페에서 커피와 베이글을 사먹었다. 주말내내 모임활동을 했다. 일단 토요일에는 퇴근후 복현동에 있는 대형베이커리카페 '멜트' 에 가서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직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인의 직업은 무엇인지 만족도는 어떻고 장단점에는 뭐가 있는지 등등. 서로의 첫인상과 활동후 달라진 인상에 대한 롤링페이퍼도 주고 받았다. 서로 잘 알지도 못하는 데면데면한 사이에 누가 과연 나쁜 소리를 쓸까 싶다마는 어쨌든 대부분 좋은 글들이 적혀있었다. 카페에서의 일정이 끝나고 그 다음 모임일정에 따라가서 연애에 관한 밸런스게임과 대담을 나눴다. 저녁식사 때가 돼서 다같이 치킨과 피자를 배달시켜먹고 대화를 약간 더 나눈후 하산했다.


일요일에는 경산에 있는 대형베이커리카페 '월화수' 에서 진행하는 자유독서모임에 참여했다. 원래는 집에 있으려다가 막상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니 어디라도 가고싶어졌다. 같은 동네에 사는 모임원의 차를 타고 함께 움직였다. 모임장이 범죄에 관한 책을 가지고 와서 책얘기를 하면서 사형제도 찬반에 대한 주제를 던졌고, 때마침 모임원 중에 교도관이 있어서 직접 현장에 근무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그와 관련된 진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사형제도를 찬성하는 의견 중에서 사회적 비용 낭비를 꼽는 사람들도 있는데, 사형을 한다고 해서 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됐다. 시신처리, 장례비용 등등.


나는 사형제도를 반대하는 입장인데, 막 그렇게 대단히 논리적인 근거는 없고, 그냥 살인이 합법화되는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고, 범죄자를 죽여야 하는 공무원들의 인권과 사형집행으로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 등을 근거로 들 수 있겠다. 찬성하는 입장도 그 근거를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그래서 논쟁이 될 수 밖에 없고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카페를 나와서 주변을 산책하고 영남대까지 가서 또 산책했다. 사람들이 모두 집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눈치다. 나도 마찬가지다. 고기뷔폐에 가고 오락실 노래방까지 갔다. 진짜 주말내도록 모임활동을 했다. 많이 심심한 것 같다. 주말은 특히 헬스장 문도 안 열고 언제부터인가 혼자서 시간을 잘 못 보내겠다.


3월 21일 화요일


일-카페-헬스-집. 오늘 하룻동안 제일 재밌었던건 퇴근후 베이글 샌드위치를 사먹은 일이다. 요즘은 그냥 먹는게 유일한 낙이다. 빵 사이에 뭘 미친듯이 다 때려넣었다. 샌드위치가 맛있다. 운동도 재밌다. 간만에 운동이 잘 된다. 땅데드는 세팅이 귀찮아서 못 하겠어서 3D스미스머신에서 주로 하는 편이고, 현재 머신에서 70kg을 드는데 이제 슬슬 증량을 시도해봐도 될 것 같다. 이제는 70kg이 조금 가볍게 느껴진다. 땅에서 들면 대략 60kg 정도. 한창 열심히 할 때는 80kg 5X5를 거뜬히 해내다가 안 하니까 또 중량이 확 내려갔다. 다시 열심히 해서 열른 중량을 회복하고 싶다. 집 나갔던 체력이 드디어 돌아왔지만 끈기는 아직 안 돌아왔다. 긴 시간을 지속하는게 아직은 힘들다.


3월 22일 수요일


텃밭분양 추가모집건에 대해서는 결국 연락이 없었다. 이제 인원이 확정돼서 단톡방을 파서 정보를 공유하는 모양이다. 나도 그 단톡방에 들어가고 싶지만 분양대상자가 아니라서 불가능하다. 대신 같이 텃밭농사를 짓기로 한 고마운 모임원분께서 종종 따로 정보를 공유해주시기로 했다. 어제 분양비 절반 (25,000원) 을 입금했다. 땅을 어떻게 나눌지는 일단 직접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주 일요일날 저번 교육 때 뵀던 모임원분과 한번 가보기로 했다.


3월 23일 목요일


그냥 쉬고 싶어서 특별한 이유없이 연차를 냈다. 사유에는 대충 '검진' 이라고 작성해서 제출했다. 연차 당일에 즉석으로 할일을 만들어냈다. 평소에 못한 일이 뭐가 있을까. 사유에 검진이라고 써내기도 했겠다, 이참에 병원이나 가보자 싶어서 미루고 미루던 자궁경부암검사를 받으러 산부인과에 다녀오기로 했다. 일단 아침에 대략 8시쯤 눈을 떴고, 폰이나 만지면서 한시간동안 뒹굴거리다가 9시쯤 일어났다.


세탁기를 돌리고 며칠동안 잔뜩 쌓아둔 설거지를 했다. 밥을 지어서 유부초밥을 만들어먹고,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서 샤워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다이어리를 정리하고, 유튜브로 윤도현밴드 노래를 듣고, 뭐 이것저것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3시가 훌쩍 넘었다. 농협에 가서 체크카드를 하나 새로 만들었다. IC칩이 손상을 입어서 결제하는데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던 중에 아예 분실까지 해버렸다. 대충 현금이나 쓰고 계좌이체나 하면서 지내다가, 오늘 시간난 김에 농협에 방문해서 새로 하나 발급받았다. 그 다음 순서로 산부인과에 갔다.


(접수처에서)

어떻게 오셨어요.

자궁경부암검사 받으러요. 무료맞죠?

네, 국가무료암검진 대상자세요. 근데 자궁경부암검사 받는 김에 검진 겸 초음파도 한번 받지 않으시겠어요?

그건 별도 비용이 들지 않나요?

얼마 안 나와요. 보험적용해서 한 2만원 정도 나올거에요.

네 받을게요.


(진료실에서)

질염증상이 조금 있으신 것 같은데 받는 김에 질염검사도 한번 받아보지 않으시겠어요?

네 받을게요.


(수납대에서)

69,400원입니다.


...맙소사


진료 내용을 정리하자면 일단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이며 난소며 모두 다 깨끗한 상태로 나왔다. 지난번 검사 때 들은 내용으로는 자궁벽 두께도 적당하고 좋다고 했다. 생리주기도 일정한 편이고, 아직까지는 내장기관이 튼튼할 나이구나. 산부인과를 갈 때마다 종종 느끼는건데 아이를 낳지 않기에는 이 몸뚱아리가 너무 아깝게 느껴진다. 앞으로 자궁의 노화가 시작되는 노산 시기까지 대략 2년 정도 남았다. 초음파검사는 바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고, 자궁경부암검사와 질염검사는 검사결과가 나와봐야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드디어 유산소를 1시간 동안 유지했다. 이제 체력도 끈기도 대충 회복한 것 같다. 유산소 1시간 중, 30분은 천국의 계단, 10분은 달리기, 20분은 걷기를 했다.


3월 24일 금요일


안경을 바꿨다. 안경테 상태가 좋지 않아서 수리 받으러 갔다가 그냥 새로 하나 맞추기로 했다. 새로운 안경을 하나 맞추고, 기존 안경알에 맞는 새 안경테를 하나 서비스로 받았으며, 기존 안경테는 일단 수리를 해서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기로 했다.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안경테는 남색뿔테인데, 투명뿔테를 굉장히 오랫동안 착용하다가 색이 들어간 테를 끼니 굉장히 새롭다.


퇴근후 술모임에 갔다. 9시 40분에 집합해서 새벽 2시에 귀가했다. 모임장소가 집에서 자전거로 15분 거리라 늦은 시각에도 부담없이 오고갈 수 있어서 좋았다. 1차로 어둑하고 시끄러운 술집에서 11명 정도가 둘러앉아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12시에 흩어졌다.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2차를 가기로 했다. 먼 길 온 모임원이 있어서 동네 지리를 잘 아는 내가 육교까지 바래다주고 집에 가려는데,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뭔가 허전하고 아쉽다.


자전거를 역전할머니 매장 앞에 묶어뒀는데 역전할머니 매장이 어디쯤이었더라. 길을 못 찾겠는걸 보니 아무래도 술이 덜 깬 것 같다. 2차에 참여하는 모임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잠깐만 앉아있다가 가도 되냐고 하니 그러라고 했다. 그 잠깐이 2시간이 되었다. 새벽 2시가 되어서 가게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집에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콘을 하나 사와서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번 술모임은 경험삼아 한번 참여해봤는데, 역시 시끌벅쩍한 술자리는 내 취향에 안 맞다는걸 다시 한번 느꼈다. 5명 이하의 인원에다가 대화하기 좋은 조용한 이자카야에서의 2차 때는 좋았다. 술자리 자체가 취향에 안 맞는건 또 아닌가보다. 심지어 2차 때는 술도 음식도 전혀 입에 안 대고 얘기만 나눴다. 이미 1차 때 마신 술기운이 조금 남아있어서 굳이 더 먹을 필요가 없었다. 뭔가 특별히 할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사람들하고 계속 같이 앉아서 아무 말이나 하고 싶은 그 심정, 간만에 느껴본다.


3월 25일 토요일


전날 자정까지 술을 마시고, 4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출근해서 일을 하려니 아주 죽을 맛이다. 퇴근길에 레이지모닝에 가서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일기를 쓴다. 집에 가거든 일찍 자야겠다.


3월 26일 일요일


드디어 텃밭 첫방문이다. 같이 농사 짓기로 한 모임원 언니와 함께 왔다. 텃밭, 쉼터, 물 위치 확인하고, 배급받은 비료를 던져놓고 왔다. 언니 아버지께서 주중에 와서 이랑? 고랑? 작업을 해놓으시기로 했다. 총 8개의 이랑이 나오면 4개씩 나누기로 했다. 이번 주말에 가서 본격적으로 씨를 뿌릴 생각이다.


3월 27일 월요일


퇴근 후 곧장 집에 와서 유튜브로 세바시를 시청하다가 잤다.


3월 28일 화요일


퇴근 후 마고플레인에 모임을 하러 갔다. 도대체 뭘 기대한건지, 역시나 재미가 없다.


3월 29일 수요일


집청소를 했다.


3월 30일 목요일


늦게까지 재고고사를 하고 다이소 쇼핑을 하고 귀가했다.


3월 31일 요일


퇴근하고 카페에 가서 빵과 커피로 저녁식사를 했다. '글쓰기 좋은 질문' 이라는 제목의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기대 이하다. 대충 훑어보면서 글감에 대해서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건질게 별로 없다. 사람들이 이 책을 중고로 잔뜩 내놓은 이유를 사기 전에 눈치챘어야 했다. 돈이 아깝다. 넷플릭스로 간만에 맛있는 녀석들을 보니까 힐링된다. 뚱뚱한 사람들이 맛있는거 먹으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니까 뭔가 재밌네. 뚱뚱한 남자들에게는 별 관심이 없지만 뚱뚱한 여자들은 귀여운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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