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나순이 Sep 30. 2023

공백포함 글자수 1,650 (2,798 byte)

공백제외 글자수 1,240 (2,388 byte)


금요일 퇴근 후 번화가의 모 카페에서 열리는 무료행사에 참여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카페를 대관해서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지원하는 행사였고,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정을 접하며 그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됐다. 지금이야 뭐 다문화가정이니 뭐니 이런 명칭이 존재하지, 앞으로 몇십 년 후에는 굳이 이런 명칭을 쓸 것 같지가 않다. 지금 사용되는 이 다문화가정이라는 명칭은 결국 흔히들 말하는 '보통의 한국인가정' 과 차별화된 명칭으로서 사용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자라서 성인이 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릴 때쯤이면 이미 다문화 자체가 보편적인 사회가 되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나는 다문화가정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대표적인 국가가 베트남이다. 직장에서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만나는 게 외국인, 특히 개중에서도 베트남 사람들이다. 병원에서는 아예 베트남사람이 통역사로 일하고 있다. 그들은 한국에 해외취업을 왔거나 아니면 한국남자와 국제결혼을 한 여자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남자와 결혼한 여성들의 경우 일단 내가 봤을 때, 남자와 적게는 열 살에서 많게는 서른 살까지의 나이차이가 난다. (60대 한국남자, 30대 베트남여자)


요즘은 아이를 낳지 않고 딩크로 사는 부부들도 많지만 그건 한국인들끼리 결혼했을 경우이고, 국제결혼을 한 이상 기본적으로 아이를 최소 한 명 이상은 무조건 낳는 것 같다. 일단 내가 본 경우는 대부분 그랬다. 하긴 뭐 누군가에게는 애초에 결혼의 목적이 자손번식, 노후보장, 효도 등 일 테니까. 일하다 보면 외국인 기초수급자도 종종 보이던데, 잘은 몰라도 기초수습자였던 남편과 혼인해서 덩달아 기초수급자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베트남 국민으로 사는 것보다, 한국의 기초수급자로 사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삶이려나. 한국의 경제 수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2021년도 기준 베트남 GDP 3,626.4억 달러, 한국 GDP 18,102억 달러. 수치를 비교해 보니 차이가 많이 나긴 한다.


예전에 필리핀 은퇴이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그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필리핀에서는 한국돈으로 월 200만 원이면 신선처럼 살 수 있다고 했다. 신선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겠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월 200만 원이면 한국에서도 꽤나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회의 최저임금이 월 200만 원 정도지만, 거주비용이며 보험료며 이것저것 다 떼고 나면 저 금액을 고스란히 다 쓰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돈을 벌기 위해서 돈 - 경제력을 얻기 위한 비용지불, 스펙 쌓기 등 - 을 쓰며, 돈을 받기 위해서 또 돈 - 소득세 - 을 내야 하는 사회시스템 속에서, 일을 하지 않고 그냥 쓰기만 하라고 한다면, 200만 원 그 이하로도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돈 이외의 생존수단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예를 들어 지속적인 병원치료를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열악한 신체를 가졌거나, 경제력이 없는 가족구성원을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거나, 스스로 생각하기에 행복의 기준이 일정 수준의 돈을 들여야만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다. 아무튼 뭐 행사 참여를 계기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특히 돈에 관한 생각을 해봤다.

매거진의 이전글 플레이 리스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