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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나순이 Sep 26. 2023

플레이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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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어플을 통해 알게 된 글쓰기모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다. 소모임어플은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 글쓰기모임에 대한 욕구가 있던 찰나에 원하는 모임이 눈에 들어왔으니 참여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 모임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진행 돼오던 모임이고 매 시즌마다 신규멤버를 모집하는데,  매 시즌마다 신규멤버 충원을 시도해도 중간중간에 인원이 이탈하여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는 최종적으로 남아있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매 시즌마다 신규 인원 충원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하긴 꾸준히 글을 쓰는 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어쨌거나 나는 올해 봄 석 달 동안 진행되는 이번 시즌에 처음 가입하게 됐다. 앞으로 석 달간 편당 최소 1,000자 이상의 에세이를 총 6편 쓰는 것이 이번 시즌의 목표다. 나는 과연 이번 시즌동안 모임에 끝까지 남아서 목표달성을 할 수 있을까. 미래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 마음 같아서는 충분히 가능하리라고 본다. 4월 말에 북성로의 어느 카페에서 첫 모임을 가졌고, 첫 시간에는 각자 종이에 원하는 주제를 써서 제출한 후 제비 뽑기를 해서 나온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는데, 그렇게 당첨된 주제는 '플레이 리스트' 다.


생각해 보니 언제부터인가 음악을 거의 듣지 않게 됐다. 현재 내 휴대폰 속 음악폴더는 텅 비어있다. 무언가를 듣는다면 주로 내용이 있는, 팟캐스트 오디오북이나 유튜브 강의 같은 걸 듣는다. 어쩌다가 가끔 음악을 들을 때는 주로 유튜브로 한 가지 음악 1시간 듣기, 80년대 히트곡 34곡, 펑펑 울고 싶을 때 듣는 슬픈 음악 모음 따위를 간간이 찾아서 듣는다. 잠깐잠깐 듣기에는 좋은데 어느 정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질려서 꺼버린다.


십 대부터 이십 대 초반까지만 해도 음악 듣는 걸 너무 좋아해서 심사숙고하여 엠피쓰리에 내가 들을 음악을 골라 담았다. 목록을 만들어서, 버스 안에서 듣는 음악, 잠들기 전에 듣는 음악, 우울할 때 듣는 음악 등을 나누기도 했다. 즉 그 시절의 내게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었다. 과거에는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어가며 열심히 듣던 음악을 지금은 거의 듣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뭔가 생각해 본 결과 다음과 같은 원인들이 나왔다.


1. 음악을 들을 시간적 여유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


출퇴근 시 소요되는 시간이 짧아진 것도 한몫한다. 1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학교, 직장을 다니던 시절에 특히 음악을 많이 들었다. 지금은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직장에 7년째 근무 중이고, 그전에도 쭉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 가능한 가까운 위치에서 주로 일해서 이동시간에 음악을 들을 일이 없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카페를 이용할 때 음악을 듣는 것도 좋겠지만 요즘은 어딜 가나 음악이 흘러나와서 굳이 내 음악을 따로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그동안 음악은 내게 시간을 내서 듣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서 들어야 하는 것이었나 보다.


2. 음악 외에도 들을 것들이 많다.


한창 음악감상에 빠져지낼 시기에는 유튜브, 팟캐스트, 오디오북 등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음악을 경시하는 태도가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것 같기도 하다. 멍하니 음악을 듣는 게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 굳이 뭔가를 듣는다면 이왕이면 내용이 있는 소리를 듣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3. 음악에 몰입하기에는 감수성이 예전 같지 않다.


이제는 뭘 들어도 몰입이 잘 안 된다. 그나마 어쩌다 가끔씩 옛날에 즐겨 듣던 음악을 들으면 옛 향수에 젖을 뿐이다. 어디서 서른몇 살 이후부터는 뇌가 새로운 음악을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봤다. 그래서 십 대부터 이십 대까지 감수성 풍부하던 시절에 듣던 음악을 평생 듣는다나 뭐라나. 믿을만한 자료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상태를 대입해 보니 상당히 공감이 가는 자료다. 다시 읽어보고 싶지만 출처가 기억이 안 난다.


뭐 이유는 그렇다 치고, 이왕 플레이 리스트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지금부터는 과거의 플레이 리스트를 떠올리며 한때 내 심금을 울렸던 음악들을 몇 곡 적어보고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ㄱ. 김광석 - 사랑했지만

ㄴ. 나미 - 슬픈 인연

ㄷ. 달빛요정역전만루홈 - 요정은 간다

ㄹ. 류이치사카모토 -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로렌스

ㅁ. 못 - Cold Blood

ㅂ. 보드카레인 - 걷고 싶은 거리

ㅅ. 삼호선버터플라이 - 헤어지는 날 바로 오늘

ㅇ. 언니네이발관 - 의외의 사실

ㅈ. 잔나비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ㅊ. 체리필터 - 낭만고양이

ㅋ. 카더가든 - 그대 나를 일으켜주면

ㅌ. 트랜스 바이올렛 - 뉴보헤미안

ㅍ. 피아 - 오아시스

ㅎ. 해령 - 또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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