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8시에 일어나서 바로 식당 가서 밥 먹었다. 명엽채조림이 특히 맛있네. 다른 메뉴는 그냥 무난. 오늘은 어쩐지 미역국이 간이 약간 짜고 그저 그렇게 느껴진다. 하긴 이제 슬슬 질릴 때도 됐다. 모닝빵이랑 딸기쨈 한팩이랑 바나나 세조각은 방에 챙겨가서 남편 줬다. 사과즙은 나중에 먹으려고 냉장고에 넣어놨다.
식사 후 혈압이랑 체중 재봤는데 혈압은 다시 120 이하로 떨어지고 체중은 79kg이 됐다. 방금 밥을 잔뜩 먹고 쟀는데도 체중이 줄어들었다. 확실히 어제 마사지를 받고 따뜻한 물을 수시로 마시고 수분 배출을 많이 한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방으로 돌아와서 씻고 일정 확인을 했다. 상담실 앞에 붙어있는 안내문을 읽어보다가 산후조리원에 골반교정기와 유산소반신욕기가 있다는걸, 조리원 입소 5일차인 오늘 처음 알게 됐다. 잠깐 가서 보고 왔는데 당장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조리원 퇴실도 이제 며칠 안 남았는데 나가기 전에 한번은 해봐야겠다. 일단 오늘은 스케쥴이 빠듯해서 못 할 것 같다.
그냥 필라테스 안 가고 점심 먹기 전까지 방에서 드라마나 봐야겠다. 남편이 어제 갑자기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했고, 어젯밤부터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 를 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다 돈이라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사실 방에서 편안하게 묵는 것도 다 돈이다.
~ 11시 소아과 방문
11시 필라테스
12시 30분 점심식사
2시 이유식특강
4시 30분 퇴실교육
5시 30분 저녁식사
아침 식사를 하고 빨래 하고 씻고 좀 쉬다가 아기 데리고 소아과에 잠시 다녀왔다. 며칠 전부터 황달끼가 있었는데 소아과에 데려갈지 말지 내게 의사를 묻기에, 내가 일단 놔둬보자고 했다. 조리원측에서 그럼 며칠 경과를 지켜보고 나아지지 않으면 소아과에 가서 검사를 받자고 했고 나는 알겠다고 했다. 오늘 아침에 다시 전화가 걸려와서, 결국 간호사 남편 아기 나 이렇게 넷이서 같이 소아과에 다녀왔다. 오늘 다시 보니 좀 누렇게 보이기는 한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눈치다. 아주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문제가 없는 수준이며, 잘 먹고 잘 자는게 황달의 치료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모유를 끊지 말고 계속 주라나 뭐라나. 내가 대충 알아본 바로는 신생아 황달은 원래 자연스러운 반응인데, 황달 수치 검사 한답시고 괜히 갓난아기 피까지 뽑고, 어쩐지 과하게 느껴진다. 시간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것 같은데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다. 진료비는 3,700원이 나왔다.
테이블에 앉아서 밥을 먹는데 맞은 편에 앉은 산모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제 바로 옆 방인 것 같네요. 남편이랑 같이 묵고 계시죠?" 라는 것이다. 나는 저 사람을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날 언제 봤대. 나는 그냥 아 예 하고 웃으며 인사를 했다. 나는 접시를 싹 다 비우고 잠시 앉아 있는 중이었다. 밥이랑 미역국이랑 집게맛살을 조금 더 가져다 먹을까 고민을 했지만, 말을 더 걸기 전에 일어나야겠다 싶어서 서둘러서 자리를 떴다. 나는 잘 모르는 낯선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가 싫은 모양이다.
식사 후 좌욕을 하고 방에 돌아와서 또 샤워를 했다. 좌욕을 하고 나니 몸에서 땀이 났는데 또 씻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민들레뿌리차를 마시고 앉아서 일기를 쓴다. 벌써 시간이 오후 2시가 다 되어간다. 그럼 이만 이유식 특강이나 들으러 간다. 조리원 입소 후 첫 수업이다. 수업을 듣고 돌아오면 간식을 먹고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4시 0분에 퇴실 교육을 듣고, 교육 끝나면 또 저녁식사 시간이겠다. 오늘 수유콜이 있을 것 같은데 언제 연락이 올 지 모르겠다. 밥 먹고 돌아와서는 유축을 해야겠다. 직수는 내게 아직 너무 어려운 것 같다.
2시 ~ 2시 50분 : 이유식 특강듣고 왔다. 메모해가면서 잘 듣고 왔다. 좋은 강의였다.
3시 : 샤워하고 모유 유축을 했다.유축을 하고 있으니 마침 수유콜이 와서 유축한 모유를 챙겨들고 수유실에 가서 아기한테 먹이고 왔다. 25분 유축하고 20cc가나왔다.젖병으로 주니까 잘 먹는다. 다 먹이고 왔다.
4시 30분 : 퇴실교육. 신생아 목욕법이랑 기타 등등. 퇴실 선물로 아기 욕조랑 분유랑 초점책을 받았다.초점책은 스티커를 붙여서 직접 완성하는 방식의 책인데 내가 잠시 나가있는동안 (좌욕하러 갔을 때인가?) 남편이 뚝딱 완성해놨다.
5시 30분 : 저녁식사,좌욕.
오후 내내 일정이 꽉 찼다. 그동안 묵었던 5일 중에 오늘이 제일 바쁜 것 같다.
5일차 야식
스위트 고구마
죽이나 스프 안 줘서 너무 좋다. 남편이랑 한참 드라마 카지노를 보고 있었는데 8시쯤에 수유콜이 또 와서 수유실에 갔다왔다. 직수가 잘 안 된다. 유축해둔 모유는 없고 일단 분유를 먹이고 왔다. 품에 안았다 하면 잠들어버려서 먹이기가 힘들다. 방에 돌아오니 갑자기 오른쪽 가슴에서 젖이 나오기 시작한다. 옷이 눅눅해졌다. 이 시간에 유축을 해도 될까 모르겠다. 지금 짜놓으면 새벽에 먹이려나. 그냥 내일 아침에 하던가 해야겠다. 남편은 산책하러 나간다더니 돌아와보니 아직 안 왔다. 고구마는 오면 같이 먹어야겠다. 계란이랑 두유도 아직 안 먹고 그대로 있다. 먹을게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