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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살해됐다. 여러 용의자가 거론됐고, 개중 유력한 용의자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는 바로 한만우. 주인공은 복수심을 불태우며 한만우를 찾아갔다가 그의 불행한 인생을 목도하게 되며 마음을 고쳐먹는다. 한만우는 한평생을 불행하게 살다가 죽는다. 그래서 누가 진짜 언니를 죽인 범인인지는 끝까지 밝히지 않고 독자들이 알아서 상상하도록 과제를 던져준다. 아무래도 작가가 ‘상상’ 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상상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되는데, 책에 남겨진 싸인에서도 작가의 말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독자들을 상상한다고 했다.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읽는 것인지 상상하는 것일까. 그래서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
"한만우의 죽음을 경유함으로써 나는 비로소 언니의 죽음을 애도할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타인의 불행을 통해서 마음의 안도를 얻는 존재인가 보다. 진짜 복수는 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사실 속내는 내게 고통을 준 사람이 망했으면 좋겠다 싶겠지. 지금껏 살아보면서, 나보다 잘 사는 사람을 보면서 나도 노력해서 저렇게 되어야지 하는 것보다, 나보다 못 사는 사람을 보면서 저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으니까 나 정도는 행복한 거지 그러니까 힘내야지 하고 위안 삼는 경우를 더 많이 본 것 같다.
"상상도 실제만큼이나 고통스럽다. 아니 실제보다 더 고통스럽기도 하다. 그것에는 한계도 기한도 없다."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지는 가정 (사실이 아니거나 또는 사실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은 것을 임시로 인정함) 들이 있다. 사람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것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한다. 그 왜 영화에도 이런 대사가 나온다. 상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무서울 일이 없다고. 대충 저런 뉘앙스인데 정확하게 뭐라고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약간 조폭 나오는 한국영화였는데 영화 제목도 기억이 안 나네.
아무튼, 제목이 왜 레몬인 걸까 계속 생각하면서 읽었다. 레몬 하면 떠오르는 것은 짙은 향기와 노란색. 짙은 향기는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고 노란색 또한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것은 추모와 그리움 등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노란 리본처럼 말이다. 물론 노란 리본의 진짜 의미는 기다림이지만, 이미 이 사회에서는 오래도록 추모의 의미로 더 많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상 권여선의 레몬 독후감상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