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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현 May 08. 2019

여행 예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때 TV만 틀면 그렇게 연예인들이 여행을 갔다.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 시리즈를 기점으로 여행 소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결과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여행 예능의 영역이지만,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한 용감한 후발 주자들이 있다. 이들은 어떤 자신감으로 이토록 무모한 선택을 했을까. 질문을 바꿔서. 이 살벌한 여행 예능의 세계에서 그들은 어떤 강력한 무기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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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ㅣ비긴 어게인 (JTBC)

▶ Keyword

- 음악 


▶ 방영 정보

- 연출 : 오윤환 / 출연 :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 노홍철 / 첫 방송 : 2017.6.25

- 메인 콘셉트 : 음악 예능과 여행 예능의 만남. 국내 최고 뮤지션들의 해외 버스킹 도전기를 통해 음악에 대한 진솔한 태도를 전달한다.


▶ ‘경쟁’을 빼고 ‘여행’을 더한 음악 예능. 궁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음악에 대한 진솔한 태도와 이를 통한 소통이다.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작진은 ‘낯선 이국땅에서의 버스킹 여정’이라는 설정을 부여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여행자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뮤지션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따스한 에너지를 프로그램 전반에 불어넣었던 셈. 기존의 여행 예능이 여행지의 아름다움에만 주목하거나 음악 예능이 뮤지션들끼리 벌이는 수준 높은 경쟁만 강조했다면, [비긴 어게인]은 그것들을 완전히 버리지 않으면서도 ‘음악 자체가 곧 삶인 이들의 여정’에 방점을 찍었다. 바로 앞 시간대에 방영했던 [효리네 민박]과 함께 이른바 힐링 예능으로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02ㅣ선을 넘는 녀석들 (MBC)

▶ Keyword

- 역사, 국경 


▶ 방영 정보

- 연출 : 정윤정, 오미경 / 출연 : 김구라, 설민석, 유병재 등 / 첫 방송 : 2018.3.30

- 메인 콘셉트 : ‘탐사 예능’을 표방하며 여행 예능과 시사교양을 접목시켰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그와 관련된 역사 이야기를 전달한다.  


▶ 여행 예능에서 역사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카테고리다. 그러나 역사에만 집중했을 때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역사, 그 중에서도 ‘국경’이라는 키워드를 주목함으로써 여행 예능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영역 중 하나를 개척해냈다. (잡학박사들의 다채로운 수다 여행을 지향하는 [알쓸신잡]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와 지역의 문화, 그 기원이 되는 역사의 흔적들을 유명 강사인 설민석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이 핵심. 폭발적인 시청률은 기록하지 못했으나 연이은 호평 속에 현재 시즌 2도 방영 중이다. 참고로 시즌 2는 한반도를 배경으로 국내의 다양한 ‘선’에 얽힌 역사를 탐구한다고. 






03ㅣ스트리트 푸드파이터 (tvN)

▶ Keyword

- 음식 


▶ 방영 정보

- 연출 : 박희연 / 출연 : 백종원 / 첫 방송 : 2018.4.23 

- 메인 콘셉트 : 단독 출연자인 백종원이 세계 각지의 스트리트 푸드를 소개하고 이에 관한 다양한 식(食)스토리를 전달한다. 


▶ 백종원과 다큐멘터리. 여행도 포화, 먹방도 포화, 여행 가서 먹방 찍는 것까지 포화 상태였던 2018년, [스.푸.파] 제작진이 꺼내든 비장의 무기다. 먼저 요리 연구가 백종원의 매력이 여느 때보다 빛을 발한다. 다양한 해외 음식에 관한 해박한 지식은 프로그램의 전문성을 구축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이며, 특유의 푸근함은 시청자들로부터 호감과 신뢰를 끌어낸다. 다큐멘터리를 연상시키는 연출의 핵심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편집. 전반적인 요리 과정과 음식 이야기 외에는 철저히 배제하여 60분가량의 방송이 매우 알차게 구성돼 있다. 다큐멘터리 같다고 해서 지루하고 딱딱하기만 할 것이라는 생각은 말자. 감각적인 촬영과 음악에 가장 열광적으로 반응한 건, 유튜브 등을 통해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들을 익숙하게 접했던 2030세대니까 말이다. 






04ㅣ트래블러 (JTBC)

▶ Keyword

- 배낭여행 


▶ 방영 정보

- 연출 : 최창수 / 출연 : 류준열, 이제훈 / 첫 방송 : 2019.2.21

- 메인 콘셉트 : 류준열과 이제훈이 쿠바로 함께 배낭여행을 떠난다. 2주 간 걷고, 먹고, 보고, 기다리고, 잘 곳을 찾아 헤매는 이들의 여정을 날 것 그대로 담아낸다. 


▶ 무엇보다 ‘배낭여행’이라는 정체성에 집중한 프로그램. 일찍이 여행 예능의 흐름을 주도했던 나영석 PD의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 비해 제작진의 개입과 관련 자막을 최소화했다. 대신 내레이션을 삽입함으로써 여행자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여지를 한층 끌어올린 것이 돋보이는 지점. 여기에 담백한 톤을 지향하는 촬영과 편집이 더해지니 흡사 [걸어서 세계 속으로]를 시청하는 것만 같다. 쿠바라는 다소 낯선 여행지와 필연적으로 헤매고 실수할 수밖에 없는 배낭여행자의 상황, 그리고 이를 담담하게 전해주는 호감형 배우들까지. 배낭여행의 매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영리한 전략들이다. JTBC의 대표적인 힐링 예능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의 장점을 잘 이해하고 응용한 결과라고 봐도 좋겠다. 




                                                                                                                     * The ICONtv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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