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학의 유용성

by 김재광


1. "여러분! 통계학을 전공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2016년 카이스트에서 신입생을 대상으로한 학과 소개에서 내가 학생들에게 질문한 내용이였다. 그 당시 카이스트 수리과학과에 막 부임한 신임교수로서 자기소개와 간단한 전공분야 소개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아서였는데 나의 전공이 통계학임을 밝히고나서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2. 학생들로부터 여러가지 대답이 나왔다. "취직이 잘돼요", "진로가 다양해요", 또 "앞으로 점점 더 수요가 많아요." 이런 대답이 나왔다.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것들은 제가 의도한 대답은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는 통계학 전공의 진정한 장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


3. 잠시 적막이 흘렀고 학생들은 내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해했다. 100명이 넘는 대학 1학년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면서 나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여러분, 통계학 전공의 진정한 장점은....학부학점이 3.0이 안되어도 교수가 될수 있다는 것입니다".


4. 그렇게 대답이 나오자 약 3초 정도의 적막이 흐르고나서 학생들은 내 말을 이해하고 크게 웃었다. 나 역시 빙긋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많은 의사결정들이 확률에 기반하여 풀어야 하는데 그 확률과 데이터가 만나는 지점이 통계학이라는 이야기도 했었고, 수많은 현실문제들은 결국 데이터를 통해서 해석되고 분석되어야 하기에 통계학적 지식이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이야기도 했었고, 그런데 통계학이 수요 대비 공급이 모자라서 취직이 잘되는 편이고 그러다보니 대학에서도 통계학 전공 교수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했었던것 같다.


5. 오늘 SNS 에서 어느 분의 포스팅을 보니 딥러닝을 하려면 통계학이 도움이 되지만 그리 중요하지는 않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진술 자체는 맞는 말이지만 통계학은 딥러닝을 위한 학문이 아니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전년동기 대비 얼마나 늘었는지 줄었는지, 우리나라 가구의 차상위 계층의 중위소득이 얼마인지 그 신뢰구간이 얼마인지, 체벌이 학업성적 향상에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복제약이 오리지날 약과 동등한 약효를 갖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등등의 많은 현실 문제들은 통계학적 방법을 통해 답을 얻어왔다.


6. 게다가 앞으로는 딥러닝에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인력들이 몰려들테니 통계학은 여전히 사람이 모자를 것이고 나는 앞으로도 괜찮은 사람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받게될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의 미래를 바꿀지 몰라도 그래도 인공지능이 해결하지 못하는 수많은 현실 문제들을 통계학자가 해결해야 한다. 찬란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겠지만 묵묵히 데이터를 통해 세상을 설명하는 역할을 통계학자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세상은 좀더 복잡해질 것이고, 데이터는 계속 쏟아져나올 것이고, 통계학자는 계속 바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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