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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과사람 Jul 13. 2019

돈이 많으면 여행을 가고 돈이 더 많다면 상담을 받아라

심리서비스의 문턱 낮추기 2



문턱을 낮추는 상담소의 두 번째 의미, 오늘은 심리상담의 비용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심리상담, 심리치료의 경우 보통 50분 1회기로 8-15만원 선에 맞추어져 있다. 상담자가 갖춘 자격증의 종류, 경험, 지역 등에 따라 심리상담의 가격은 다르지만 대체로 임상심리전문가 자격을 갖춘 곳이라면 50분에 10만원 정도가 보통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상담회기 50분은 10만원의 값어치를 당연 넘어서는 일이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런 말이 있겠는가. 돈이 많으면 여행을 가라. 그러나 돈이 매우 많으면 반드시 상담을 받아라!



정신건강 영역에서 일하면서 정신과나 상담기관을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럴 때면 늘 고민스러웠다. 50분에 10만원, 15만원 하는 상담기관을 추천해주었을 때 그들이 어떻게 느낄지 가늠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 솔직하게는, 회기당 10만원 이상 하는 곳에서 상담을 받기엔 나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다보니 무료 혹은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곳(회기 수 제한이 있고, 상담자가 복불복인 경우가 많음)을 추천해주거나, 혹은 정신과 진료를 권하기도 했다. 단지 비용 때문이었다.



정신과 진료의 경우 급여 처리가 되기 때문에 대학병원에서조차 2-3만원 선에서 진료가 가능하지만, 진료가 아닌 상담의 영역은 여전히 비급여다. 즉 모든 비용을 개인이 온전히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부르는 게 값인 그런 구조. 아무리 가치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심리상담의 문턱이 낮아질래야 낮아질 수가 없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상담 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비용을 반으로 줄였다. 대신 차를 마시며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30분 포함시켰다. 이는 마음챙김(mindfulness)의 흐름을 가져온 것이기도 하며, 차를 마시는 시간을 통해 상담 시간에 마음을 더 빨리 열 수 있도록 해준다고 믿는다. 사실 30분으로 회기를 진행하는 곳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상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아마도 30분이라는 시간이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기에 너무나도 짧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며 30분을 상담하나 50분을 상담하나 들이는 노력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지 않으면 심리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개선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새로운 시도는 언제나 리스크를 동반하지만(막상 해보니 정말 돈을 벌기가 어렵다), 지금의 시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의미있는 일이라 믿고 이 체계를 유지해보려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으로 나는 심리상담 영역에서 의료보험처리가 되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 사람들이 더욱 쉽게 이 곳에 오게 될 날을 꿈꾼다. 콧물 훌쩍일 땐 이비인후과에 가고 손목이 욱신거릴 땐 정형외과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힘들 땐 쉽게 심리상담소를 찾아 비교적 저렴하게 상담받는 그런 날. 심리상담이라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후려쳐짐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자격을 갖추지 못한 값싼 상담기관에 가 치료인지 무엇인지 모를 상담을 받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상담의 질을 유지하는 심리전문가들에게 좋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날. 그렇게 심리전문가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이 되고, 전문가들 또한 정신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구조와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날.



마음과사람이라는 상담소가 걸어가는 걸음이, 그렇게 심리 서비스의 또 다른 문턱을 낮추는 작은 한 걸음이 되길 꿈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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