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여행기 1

by 신하연

교토에는 사아아,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가 났다. 잎맥이 굵고 뚜렷한 나뭇잎 하나를 들여다봤다. 빛을 받으려고 아우성을 쳤다. 그러다가 온 몸을 활짝 열었다. 빛이 그 안으로 뛰어들어 산산이 부서졌다. 나뭇잎은 부서져가는 빛을 끌어안고 온 힘을 다해 춤을 췄다. 그토록 여름을 견디지 못했다.



2023년 7월 27일 목요일 첫째날


세원이는 하루 뒤에 일본으로 오기로 했다. 어둠 알갱이들이 아직 활기를 치는 새벽에 엄마와 나는 공항으로 갔다. 비행기를 타고 간사이 공항에 도착했다. 서울보다 작은 회색분자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건조하고 여유가 없는 틈 사이로 관광객 둘이 발을 내딛었다. 샌드위치 하나를 먹고 하루카 열차를 탔다. 사람 대신 의자에 그려진 키티가 반겨주는 열차 안에서 꽤 오랜시간 있었다. 열차 사고 인지 모른다. 선로에 누가 들어왔나 싶었지만 안내 방송은 구체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토역에 도착했다. 세원이가 예약한 호텔로 걸어갔다. 길을 닦은 사람도 한국 사람이 아니고, 다리를 놓고 기찻길을 정리한 사람도 일본 사람이다. 모든 길이 길이라는 이름 하에 들어와 놓고, 달라 보인다. 모든 것의 규격이 다른 만큼 새롭고 낯설다. 어느 작은 것 하나도 한국에서 본 것과 비슷하지 않다. 회색으로 길을 놓을 때 쓰이는 시멘트 색깔마저 미묘하게 다르다. 돌부리, 좁은 골목, 사람마저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려운 게 아니다. 큰 틀은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모습이 달라서, 사람 사는 곳인데도 다른 나라라는 게 느껴진다. 이 익숙함을 비틀어낸 차이가 벌써부터 여행길의 즐거움을 부풀린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어놓았다. 휴식을 잠시 취했다. 교토역으로 돌아가 산넨자카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버스 안에서 거리 구경을 하다가, 눈에 띄게 번화한 거리가 보였다. 엄마도 여기서 내리고 싶으셨나보다. 나는 원래 목적지인 산넨자카를 생각하다가 적절한 때를 놓쳤다. 번화한 거리도 아니고 산넨자카도 아닌 중간 지점인 기온에서 내렸다. 저녁 무렵에 해가 선선하게 내려왔다. 목재로 지어진 일본식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섰다. 검붉은 벽과 걸려있는 등 마저 일본을 드러냈다.

배가 고파서 서양인들이 보이는 우동 가게로 들어갔다. 통로가 좁은 가게에서 두건을 쓴 여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혼자 식사하는 외국인들을 지나 엄마와 마주 보고 앉아서 고기 우동과 카레 우동을 주문했다. 삿포로 맥주를 마시며 한참을 기다렸다. 음식이 나왔다. 뽀얗고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고기우동의 국물 맛은 따뜻하면서 청량하게 들어오는 깔끔한 맛이 있었다. 넓게 썬 고기와 불고기처럼 말려 있는 고기 두 종류가 올라가 있었다. 고기는 부드럽게 씹혔다. 오랜 시간 끓여내 만들어진 육수가 몸을 데웠다. 면발이 통통하고 쫄깃해서 먹는 맛이 있었다. 엄마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드디어 여행 온 것 같고 마음이 열린다고 하셨다. 엄마의 카레 우동은 진한 맛이 일품이었다. 황토색으로 짙은 카레 우동이 짭쪼름하고 감칠맛이 있어 먹기 좋았다. 고기 우동이 느끼한 맛도 잡아주는 것처럼 알싸하니 적당히 매콤하기까지 했다. 속이 편안해서 국물을 떠 마셨다.

식사를 끝내고 산넨자카 거리를 올라갔다. 사람들이 내려오는 가운데 노을이 붉고 긴 숨을 내뿜었다. 구름 바깥쪽부터 색칠을 시작했고, 거대한 나리꽃이 피어난 것처럼 온 세상을 주홍으로 물들였다. 집 멀리 산이 보였다. 해가 완전히 지자 청색이 된 하늘은 핏기가 빠져나가 파리한 얼굴처럼 되었다. 어두운 거리 위로 가로등이 빛을 쏘아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