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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혜 Aug 19. 2020

기본요금 거리가 어때서

택시 기사님 툴툴대지 마세요

2종 자동이지만 나는 엄연한 운전면허증이 있는 평범한 시민이거니와 조그마한 나의 애마 경차도 있다. 다만 김여사 기질이 다분해서 택시를 피하려다 정차해 있는 버스를 들이박는다든지, 가만히 주차되어 있는 차를 내가 가서 긁어먹는다든지, 쿠구쿵! 아파트 화단을 타고 들어가 1층 멍멍이와 눈이 마주쳐 개가 놀라 미친 듯 짖게 만들어 동네를 시끄럽게 만든다든지, 길치 방향치가 워낙 심해 네비를 보고도 헛길로 들어 이상한 촌길을 뱅글뱅글 도는 경우도 많아 운전을 안 하려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주로 버스를 이용하거나 뚜벅이 생활을 영위하는데, 내가 택시를 탈 때는 정신과 외래를 갈 때가 대부분이다.


그날도 외래가 있어 택시를 타고 경대병원에 들렀다가 병원 근처 약국에서 약을 타고 약속이 있어 이동하려던 찰나에 시간이 촉박해서 택시를 탔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동성상가로 가주세요."

택시 기사님은 뭔가 언짢은 듯 행동을 툭툭 거리기 시작하더니 운전이 다소 거칠어지셨다. 그래도 뭔가 성에 안찬지 "이리가나 저리가나 기본요금 거리인데 뭐 에잇" 하시며 애꿎은 방향지시등에 화풀이를 하다가 급기야 옆에 선 차량에 까지 궁시렁거리시다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길치 방향치가 심해서 매일 가는 길도 순서가 달라지면 감각을 잃는다. 기사님이 요래조래 돌아나가자 아놔 나도 살짝 기분이 상하기 시작했다. (진주는 기본요금이 3,300원이다)


보험 영업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씩 택시 조합 회사에 영업차 들어간 적이 있다. 그러면서 택시 기사님들과 운영 관계자분들과 친해져서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그때 내가 궁금해서 물었던 적이 있다. 택시 기본요금 거리를 타면 민폐냐고. 그에 대한 답변은 개인택시의 경우 하루 한탕 뛰고 쉴 수 있는 장거리를 선호할 수도 있지만, 택시 회사에 소속된 일반택시의 경우 회사에 내어야 할 사납금이 있기 때문에 (특히나 손님 대비 택시가 넘치는 진주는) 손님 회전율이 중요하지 단거리, 장거리는 상관없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에 나도 택시를 탈 때 회사에 소속된 일반택시를 골라서 탔다.


아니, 코딱지만한 진주에서 끝에서 끝까지 가봤자 요금이 얼마나 나온다고 그 기사님은 그렇게 나에게 기본요금 거리를 간다고 사람 무안하게 계속 툴툴대는 것인지 나도 성깔 있는 년이라 스멀스멀 화가 꼼지락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음 같아서는 백지 수표를 던지고 욕을 싸대기로 날리싶었으나 친절히 화내기로 했다. 그래서 만 원과 오천 원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나 나는 현재 놀고먹는 백수 그지깽깽이라 오천 원을 던지기로 마음먹고 택시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기사님께 오천 원을 공손히 내밀며 말했다.


"기사님! 오늘 언짢은 일이 많으셨나 봐요. 기분 좋은 하루 되시라고 제가 행운의 오천 원권 드릴게요. 기본요금 거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속마음은 이랬다.

"야이 씨부랄! 심보 그렇게 써라! 이 돈 먹고 너 오늘 영업 쫑이다! 인마!"


그러자 기사님은 언제 툴툴거렸냐는 듯 "아이고 이리 고마버서 우짜노"하시며 떠나셨다. 끝까지 눈인사를 지으며 택시 뒤태를 바라보던 나는 택시 회사에 민원을 넣고 혼자 시팍 조팍 개팍 씩씩거리며 길을 건넜다. 택시 기사님이 날도 더운데 상가 앞도 아닌 길 건너 저 편에 나를 내려주며 가까우니 걸어가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걸을 거면 시간도 없는데 택시를 등에 메고 뛰었지 내가 왜 택시를 탔겠습니까 기사니임?!




(2020년 5월 31일 기준) 택시대수 및 운전자 현황

□ 전체 면허대수/운전자수 : 251,822대/255,494명
□ 일반택시  
* 업 체 수 : 1,699개  
* 면허대수 : 86,936대  
* 운전자수 : 90,608명  
* 등록현황 : 76,973대

(중형76,771대/고급59대/대형37대/승합106대)
□ 개인택시   
* 면허대수 : 164,886대
* 등록현황 : 164,629대

(중형161,498대/모범1,629대/대형401대/고급839대/승합 262대)


출처 http://www.taxi.or.kr/index.php


전국에 택시가 이렇게나 많다니! 분명 좋은 기사님이 훨씬 더 많을 테니 나는 앞으로도 착한 승객이 될 거다.

김보혜 소속 직업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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