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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봉길 May 12. 2022

전철 의자에 앉으며

이리 오소마!

여기 앉으소마!

늘그막 아주머니 목소리가 섭섭하다.

알았다마!

여기 앉으소마!

그녀 목소리 따라 앉는다.


신난다.

내 자리다.

내 것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내 것을 지키는 일

내 것을 확인하는 일

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냐.

내 것.


후후, 그러나.

즐겁거나 다투거나 하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내 것.

그래서 그 무게 걸머진 채 쓰러지곤 하는 것.

한때 내 것을 확인하는 때만큼의 즐거움을

살아있음의 확인이라 해서 뉘 엉뚱한 말 하리. 

그것은 본능인 것을.

동물 본능.


후후, 또 그러나.

본능을 채우는 느낌이 즐거움만은 아니어라.

무조건 ‘내 것임’이란 느낌 뿐.

내 것과 네 것의 차이는 구분하는 시간 차이일 뿐.

너와 나 떨어져 있는 공간 차이일 뿐.


아따 얼굴이 뭐 그러다요!

그냥 앉아 있으소마!

늘그막 아주머니 목소리가 계속 섭섭하다.

알았소마!

그저 콧등 위 쳐다보고만 있을꼬마!

그녀 목소리 따라 사라지는

우짤꼬마 아, 저 내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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