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봉길 May 12. 2022

전철 의자에 앉으며

이리 오소마!

여기 앉으소마!

늘그막 아주머니 목소리가 섭섭하다.

알았다마!

여기 앉으소마!

그녀 목소리 따라 앉는다.


신난다.

내 자리다.

내 것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내 것을 지키는 일

내 것을 확인하는 일

이 얼마나 큰 즐거움이냐.

내 것.


후후, 그러나.

즐겁거나 다투거나 하는 것들이 잔뜩 들어있는 내 것.

그래서 그 무게 걸머진 채 쓰러지곤 하는 것.

한때 내 것을 확인하는 때만큼의 즐거움을

살아있음의 확인이라 해서 뉘 엉뚱한 말 하리. 

그것은 본능인 것을.

동물 본능.


후후, 또 그러나.

본능을 채우는 느낌이 즐거움만은 아니어라.

무조건 ‘내 것임’이란 느낌 뿐.

내 것과 네 것의 차이는 구분하는 시간 차이일 뿐.

너와 나 떨어져 있는 공간 차이일 뿐.


아따 얼굴이 뭐 그러다요!

그냥 앉아 있으소마!

늘그막 아주머니 목소리가 계속 섭섭하다.

알았소마!

그저 콧등 위 쳐다보고만 있을꼬마!

그녀 목소리 따라 사라지는

우짤꼬마 아, 저 내 것들을.

매거진의 이전글 한계상황 더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