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생' 뒤에 숨은 완벽주의의 함정
평화로운 어느 날, 아내의 한마디가 날아와 꽂혔습니다. "왜 이렇게 게으르냐"는 말이었죠. 억울했습니다. 머릿속은 항상 할 일로 가득 차서 풀가동 중이었거든요. 하지만 아내의 눈에 비친 저는 '해야 할 일을 한참 뒤에야 뭉개고 앉아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게 게으름의 정의였으니까요.
왜 바로 시작하지 못했을까 곰곰이 따져봤습니다. 원인은 뜻밖에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작은 일 하나도 대충 하기 싫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최고의 결과물을 내려고 고민하다 보니 시작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리는 거죠.
"완벽하게 못 할 바엔 차라리 지금 안 하고 말지!"
이런 무의식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포기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지도 완벽주의의 부작용이었죠.
우리는 흔히 완벽주의를 '꼼꼼하고 철저한 미덕'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피곤한 양면성이 없습니다.
완벽주의: 고민만 하느라 시작이 늦고, 스트레스는 폭발하며, 결국 마감 직전에 허덕임.
대충주의: 고민 없이 일단 뛰어들어 속도감이 있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수정할 여유가 있음.
제가 믿어왔던 완벽주의의 면모가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히려 '대충주의'가 정신 건강과 속도 면에서 훨씬 우월한 '갓생'의 비결이었던 셈이죠.
완벽주의라는 감옥에 갇히면 결국 게을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고의 결과물을 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일단 엉망으로라도 끝내보자'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100점짜리 기획안을 고민하며 빈 화면을 보는 것보다, 50점짜리 낙서라도 화면에 채우는 것이 게으름 탈출의 첫걸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