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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보통 Jan 18. 2024

영원한 초록 아라시야마 치쿠린

일본 여행기

'아라시야마' 하면 제일 많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대나무숲일 거다. 아라시야마로 검색하면 길쭉한 대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있는 숲을 따라 걷는 사진이 제일 먼저, 많이 보인다. 그 대나무숲의 정확한 명칭은 '아라시야마 치쿠린'이다. 본래 아라시야마는 교토부 교토시에 위치한 아라시야마 산 이름이었고, 우리가 아는 아라시야마 관광지 일대는 그 산으로부터 이름을 따와 만들어진 구역이다. 아라시야마에는 덴류지, 도게츠교, 노노미야신사, 아타고 염불사, 아다시노 염불사, 치쿠린 등 유명한 관광 명소가 많이 있는데 그중 나는 대나무숲 치쿠린을 보기 위해서 아라시야마로 갔다.


1월 3일, 12시부터 3시 즈음까지 후시미이나리를 둘러보고 아라시야마로 향했다. 후시미이나리에서 아라시야마까지 이동하는 데 걸린 시간이 1시간 20분 정도 된다. 교토가와라마치 역에서 한큐패스 이용권 교환도 하고, 배고파서 빵도 사 먹느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아라시야마 치쿠린 가는 길에 있는 상점들


아라시야마에 오후 4시 넘어 도착했기에 겨울 해가 저물기 시작한 터라 푸른 하늘의 대나무숲은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초저녁의 어스푸름한 대나무숲도 운치 있었다.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높게 자란 대나무의 키를 올려다보며 그저 감탄만 뱉을 뿐이었다. 대나무숲 산책로의 길이는 기대했던 것보단 짧은 편이라 아쉬웠지만 그래도 얼마만큼의 세월이 쌓인 곳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길쭉한 대나무들이 빼곡하게 서있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시원해졌다.


아라시야마 치쿠린 입구로 들어가며
아라시야마 치쿠린 산책길 중간마다 열차가 지나다닌다.


겨울 해는 왜 이리 빨리 지는 걸까. 치쿠린 산책로를 지나자마자 완전히 해가 자취를 감추고 사방이 거뭇해졌다. 노란 가로등 빛만 주변을 밝히고, 인적도 끊긴 아라시야마 마을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았다.


이 한적함을 즐기느라 사진을 많이 못 찍었다…!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누르던 R은 돈을 많이 벌고, 나이가 들면 아라시야마 마을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이 고즈넉함과 여유로움이 참 좋다고. 그러게. 이런 곳에서 산다면 정말 좋겠네. 나는 작은 정원이 있는 목조 주택에서 살고 싶어. 정원에 튤립도 토마토도 바질도 심을 거야. 현관 밖에는 노랗고 귀여운 등 하나 걸어두고. 일본에서 살려면 자전거는 필수겠지. 나는 자전거 탈 줄은 모르지만 자전거를 갖게 된다면 빨간색 자전거가 어떨까. 장필순 노래 중에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도 있잖아. 그래 갑자기 장필순 음악이 듣고 싶어지네. 어쩐지 이 동네 푸른곰팡이 뮤지션들 음악이 잘 어울려.


어느새 완전히 해가 떨어져 이젠 사진을 찍어도 풍경이 잘 담기지 않았다. 여기저기를 말없이 둘러보던 J는 주변이 컴컴해지니 살짝 으스스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는 캄캄한 아라시야마도 좋았다. 후시미이나리도 아라시야마 치쿠린도 멋진 풍경이지만 항상 인파 속에 묻혀 풍경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는 것 같았는데 우리 일행만 남아 느긋하게 걷던 아라시야마 마을은 잠깐이나마 다른 세상에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이 동네에서 사는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다음에는 꼭 아라시야마의 아침도 보고 싶어졌다.


이번 여행의 동반자 J와 R
어느새 어두워진 길목에 서서
인력거 끄는 사람들
기차가 오고 있다는 소리, 이상하게 정겨운 느낌이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아라시아먀 역으로.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소포 한 뭉치 한 손엔 편지
몇 통 몇 반 작은 글씨는 돋보기 넘어 희뿌연 풍경
한참 후 난 대문 앞에 놓여있던

아저씨 모자 눌러쓰고서
이 골목 저 골목 누비며 빨간 자전거 타는 아저씨
지나가는 동네 아줌마

숨바꼭질하러 나온 동네 아이들
이젠 눈에 띄는 우체통만 보이면 속을 들여다보네
혹시 그 속에 숨어 계실까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아저씨
난 기절할 것 같아요.

장필순 -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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