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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한 이유, 떠난 이유

Prologue.

by 김커피

운영했던 카페 폐업을 했다. 정확하게는 폐업당했다.

자영업 2년 차 단골손님도 많았고 장사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만 건물주의 빚 때문에 상가가 경매 물건으로 넘어갔다. 건물주를 통해서 전해 들은 소식도 아니고 갑자기 찾아온 법원 사람들에게 받은 통보였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았다. 그제야 연락을 취한 건물주는 잘 해결될 거라고 경매까지 넘어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고 나는 바보같이 그 말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경매는 진행되었고 제일 먼저 낙찰된 내 자리는 낙찰받은 새 주인이 다른 용도로 쓸 계획이니 나가라고 해서 그 말 그대로 나오게 되었다. 내 의지라고는 하나도 더해지지 않은 폐업이었다.


뭣 같은 나라 뭣 같은 법 때문에 보증금도 권리금도 보호받지 못한 채로 마무리했고 진짜 죽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나 생각이 드는 심각한 시기도 넘겼다. 우울감과 공황증상까지 겪으며 1년 넘게 나를 괴롭히던 현실에 어디 눈돌릴 틈 없었고 내 동선 안에서는 인을 의식하고 눈치 보며 힘들게 지냈다. 자꾸 사람을 피하게 됐다. 그러다 일순간 화가 났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힘들어도 내가 힘든데 왜 남의 눈치를 보는 건지. 이 상황이 그만큼 나를 주눅 들게 만들었구나 하고.


내 권리를 단 1퍼센트도 주장하지도, 보호받지도 못한 채 일어난 일로 나는 크게 넘어졌다. 손 쓸 수 없는 현실이라는 돌부리에 걸려 엎어졌지만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났다. 후쿠오카로.

죽을 이유보다 살아야 할 이유에 더 집중하기 위해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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