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적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께 맡겨져 자랐다. 일하느라 바빴던 엄마는 주말이 되면 나를 보러 왔는데, 그런 날이면 꼭 외출을 했다.
큰 시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면 나오는 상점들. 투박한 느낌이 드는 다른 가게들과는 달리 따뜻한 컬러의 나무 인테리어로 입구에 반달 모양으로 ‘코끼리 양분식’이라는 입간판이 있던 작은 가게. 나무 특유의 삐걱대는 소리가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쪽으로 테이블이 줄지어 있고, 이동하기에 좋게 터놓은 복도에 서 있으면 넓은 주방이 바로 보였다. 나는 꼭 그렇게 가운데에 서서 그 주방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하곤 했었다. 맛있는 것이 만들어지는 그 안의 세계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이리 온나. 여기 앉자.”
찰나의 정적을 깨는 목소리를 따라 앉을자리를 찾아 엄마와 마주 보고 앉으면 푸근한 인상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으러 오셨고 언제나 나는 돈가스, 엄마는 쫄면을 주문했다. 돈가스를 주문하면 먼저 넓은 접시에 수프를 가득 주셨는데, 나는 그때 수프라는 것을 처음 먹어봤다. 정말, 너무 맛있었다. 큰 숟가락으로 접시를 뚫을 듯 박박 긁어먹고 있으면 인상 좋은 아저씨가 메인 요리인 돈가스를 가져다주셨다. 배불리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두툼한 돈가스에 잘 튀겨진 색의 그것보다 더 진한 색의 소스가 얹어져 김이 나고 있었다. 따뜻할 때 얼른 먹어야 한다고 엄마는 돈가스를 재빨리 썰어 접시를 내 앞에 밀어주고, 엄마 앞에 놓인 그릇에 젓가락을 쏙 넣고 쫄면을 비볐다. 나는 보기만 했고, 먹기만 했다. 자주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아니니까 천천히 눈에 담으며, 열심히 혼자 다 먹었다. 내가 만족스러운 포만감을 처음 알았던 건 아마 그때일지도 모른다. 만족의 배부름, 정점을 찍는 후식 아이스크림이 나오는 순간! 작고 차가운 볼에 담긴 딸기 맛 아이스크림을 설거지하듯이 야무지게 쓸어 먹었다.
먹성도 참 좋았지.
내 기억 속에는 그 시절, 주말에만 볼 수 있던 엄마와 양분식 집의 돈가스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무엇보다 그날의 행복감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런 옛날 돈가스가 먹고 싶어 진다. 그럴 때마다 찾아서 어떻게든 먹지만 한 번도 그때 그 맛을 내는 곳을 보진 못했다. 그건 아마 자주 보지 못했던 엄마와, 자주 먹지 못했던 메뉴를 마주 보고 앉아 먹었던 추억이 ‘함께’의 맛이 되어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매일 엄마와 엄마 손맛이 담긴 밥을 먹는다. 당연한 게 아닌 ‘함께’의 시간. 많은 이들이 그 행복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날의 행복감이 그리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그런 옛날 돈가스가 먹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