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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석 Nov 19. 2024

차가운 겨울 우리를 품는 보헤미안 선율(드보르작 편)

근대 최고의 협주곡인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

11월 16일. 삼성필하모닉 공연을 다녀왔다. 삼성필하모닉 단원도 아닌 내가 회사 게시판에서 본 삼성필하모닉 공연 포스팅에 감동을 받아서 그간 게을렀던 공연예습 포스팅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했다.


같은 그룹의 임직원들이 소아암 환우들을 위한 무료 자선음악회를 여는 것을 보고 나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었다. 후일담이지만 단원들이 내 포스팅을 보고 더 열심히 준비했다는 썰과 회사게시판에 프리뷰로 내 글이 올라왔다는 사실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그냥 봉사하는 마음으로 쓴 것인데 쓰고 나니 뿌듯했던

어쨌든 이호찬 첼리스트와 삼성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이 곡은 겨울에 잘 어울리고, 아름다운 보헤미안 선율의 집합체라고 느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구슬픈 선율이 마치 우리나라의 민요의 애절한 가락을 연상케 한다.


이렇듯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곡가, 드보르작에 관해 먼저 살펴보고,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의 의미를 알아보자,




고향에 대한 그리움, 형식미, 멜로디
드보르작

드보르작을 쉽게 3가지로 표현하면 위의 내용으로 요약가능하다. 마나 고향이 그리웠는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의 테마가 교향곡과 첼로 협주곡에 여기저기 반영되어 있다.

내가 드보르작이어도 프라하 가고 싶었을듯

 나이팅게일을 연상케 하는 플루트의 연주, 신세계교향곡에서는 잉글리시 호른의 보헤미안 선율 등이 바로 그러하다.


단순히 고향의 그리움만 표현한 것이 아니라 드보르작 교향곡 7번, 8번, 9번 등을 들어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의 형식미를 갖춘 교향곡이라 생각된다.

브람스

실제로 형식미의 대가라고 할 수 있는 브람스는 드보르작을 후원해 주고 응원해 줬는데, 두 작곡가의 교향곡을 듣자면 엄청나게 비슷한 부분이 많다. 각 악장마다 소나타 형식을 차용해서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는 법, 엣지있는 코다, 코랄로 뿜어내는 작곡가들의 메시지들이 그러하다.

실제로 이렇게 브람스 헝가리 무곡과 엮어서 내기도 한다.

실제로 무명작곡가였던 드보르작을 일약 스타로 만들게 해 준 작곡가도 브람스다. 1874년 오스트리아 국가 작곡 경연대회에 드보르작이 자신의 자작곡으로 경연에 참가했을 당시, 심사위원이 브람스였고 브람스는 당연히 이 작곡가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드보르작은 상을 받았고, 브람스는 자신의 출판사'심록'에 드보르작의 곡들을 추천해 줬다.  이후 그는 슬라브 무곡 등으로 유명해졌고, 프라하 음대 교수직을 역임하다가 뉴욕으로 진출하게 된다. 이렇듯 고전주의의 형식미와 구조를 중시하는 것이 드보르작의 특징이다.

비올라를 능숙하게 다룬 드보르작이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또한, 멜로디가 기가 막히다는 것. 보통 악장마다 메인 주제가 있고 그 메인주제를 변주하여 교향곡을 전개해 나가는데, 이 작곡가는 온통 악장마다 새로운 멜로디와 아이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디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끼는 작곡가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그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테마로 고전주의 형식미와 구조안에서 자신의 멜로디와 아이디어를 거침없이 전개해 나갔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드보르작의 첼로 협주곡


브람스도 첼로 단독으로 협주곡을 작곡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드보르작은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게 된다. 첼로 협주곡을 작곡하기가 힘든 이유는 음역대와 관련이 있다. 


첼로는 바이올린 같이 여러 음역대를 오가며 다양한 오케스트레이션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고음역대로 가면 드보르작은 '밍밍한 소리가 난다'라고 까지 말할 정도였다.


그런 그가 아래의 곡을 만들어낸 것이다.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와 로스트로포비치의 연주이다. 오케스트라와 어울려 보헤미안 선율을 뿜어내는 연주도 기가 막히지만 울림이 풍부하고 서정적으로 곡을 전개해 나가며


첼로가 멜로디를 제안하기도 하고, 오케스트라의 주제를 다시 받아 정리하기도 하는 곡이다.

나이팅게일을 연상케 하는 목관들과 서로 오묘하게 듀엣을 하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함과 동시에 특유의 멜랑꼴리함은 과거의 고향을 생각하는 듯하다.

첼리스트의 기교를 요구하면서도 음악성을 표현해 내야 하는 이 곡을 들으며 관객들은 여러 가지의 요소를 즐길 수 있다. 드보르작의 생각, 첼로의 남다른 기교, 그리고 오케스트라와의 조화이다.


1악장은 소나타 형식, 2악장은 A-B-A구조, 3악장은 론도형식으로 고전주의의 형식과 구조를 정확히 이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창의적으로 들리는 이 음악은 분명 천재가 작곡한 게 틀림없다는 말이 나오게 만든다. 


다시 돌아가 그래서 삼성필하모닉 공연 프로그램에 브람스 교향곡 1번과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보고 단번에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 희망과 극복' 생각했다.


직장인에게 사회는 혹독한 겨울 같다. 차가운 시선, 냉정한 조직문화 등. 차가운 눈밭을 걸어가는 기분이 든다. 항상 긍정적으로 이겨내야지라고 힘을 내보기도 하지만, 매번 노력하는 것도 힘들 때가 있다.


이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은 그래서 나에게 차가운 사회로부터 '나를 감싸 안아주는 음악'이다. 희망과 극복을 이야기해 주면서도 힘들었던 나의 심신을 보헤미안 선율로 편안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차가운 겨울이 되면, 희망을 이야기하면서도 구슬프게 나를 위로해 주는 드보르작 첼로 협주곡을 듣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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