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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킴디쉬 kimdish Mar 22. 2023

소박한 요리의 힘

첫 번째 미완성 인생레시피, 나폴리탄

   일본 유학시절 나폴리탄이라는 음식을 처음 접하였다. 달달하며 시큼한 케첩의 향이 입안을 가득 채울 때면 어릴 적 먹었던 계란프라이가 떠올랐다. 아낌없이 케첩을 뿌려 먹었던 계란프라이의 기억은 아직 잊히지 않는다.




이탈리아 음식인 스파게티인 줄만 알았던 나폴리탄은 사실 일본에서 만들어낸 일본 음식이라고 한다. 소시지와 야채들을 볶아 케첩만 넣으면 되는 간단한 음식으로 웬만해서는 실패하기 힘든 음식.




사실 스파게티면과 케첩만 있어도 만들 수 있는 요리이다. 케첩을 볶으면 신맛이 날아가고 단맛이 강해져서 한층 맛있는 케첩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알고 보면 참 꾸밈이 없는 소박한 요리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나폴리탄을 추억의 맛, 추억의 요리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릴 적 내가 먹었던 계란프라이처럼 간단하지만, 맛있게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케첩이 주는 강렬한 추억의 맛 때문일까?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추억의 맛은 모두 소박한 음식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냉장고에 늘 있었던 밑반찬들과 어제 먹고 남은 미역국의 맛은 행복한 추억 그 자체인 것 같다.




혼자 살면서 요리를 즐겨하게 되었다. 지금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소박한 요리들이 어린 시절의 계란프라이, 밑반찬, 미역국만큼 특별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10년 후 나에게는 10년 전 만들어 먹었던 오늘의 나폴리탄이 10년 전의 기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추억의 요리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나폴리탄 미완성 인생레시피]

★케첩양의 조절이 정말 중요해요. 너무 많이 넣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너무 달고 신맛이 강한 나폴리탄이 되더라고요.

★★스파게티 면을 너무 푹 익히지 않도록 해야지 맛있어요. 저는 면을 8분 정도 삶고, 마지막 프라이팬에서 야채와 함께 볶으면서 아주 살짝 덜 익은 것 같다는 시점에서 마무리해요.

★★★마지막에 불을 끄고, 버터를 아주 조금만 넣어주면 나폴리탄의 풍미가 좋아져요. 불을 끄고 남은 잔열로 버터를 녹여주는 것이 포인트예요.

★★★★플레이팅을 할 때, 계란을 풀어 익힌 계란프라이를 아래쪽에 깔아주면 더욱 좋아요. 일본드라마 "심야식당"의 나폴리탄을 한번 찾아보세요. 케첩과 계란프라이의 궁합은 백점만점에 백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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