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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르 Sep 09. 2023

좋은 스마트도시란?

좋은 스마트도시는 탄소중립,  도시민주화, 포용성를 어떻게 해결하는가?

WSCE 2023(23.9.6.~9.8, 킨텍스)의 부대행사중 하나로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 주최하는 ‘스마트도시 정책전문가 라운드 테이블’ 마련하였다.  학회연구회로부터 이달 중순에 <스마트시티와 인공지능> 주제로 발표를 요청받은 터라 미리 학회분들과 인사도 할겸해서 토론회를 지켜보았다.

토론회는 <스마트시티관점에서 좋은 도시에 대한 담론: 좋은 스마트도시란?> 주제 하에 ①탄소중립과 스마트도시 두컨셉 간의 양립가능성, ②플랫폼을 통한 권력집중과 도시관리의 민주화, ③스마트도시의 새로운 기술 기술취약층의 포용과 상생 세토론 제목으로 하여 순차의견을 주고 받는 방식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두 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우겨넣다보니 논의는 깊어지지 못하고 문제의식만 공유한 느낌이다. 가치중립적인  ‘스마트시티’ ‘좋은 스마트도시’라는 가치투입적인 용어로 사용하였기에 거기에 걸맞은 토론을 기대하였다.

시간에 쫓겨 급히 마무리한 토론회는 여러 질문을 남긴다. 더구나 사회 구성체로서 시민의 역할에 대한 논의시작도 해보지 못한채 끝나버렸다. 


1.‘좋은 스마트도시이전에 좋은 도시에 대한 합의부터.

한국(정부)는 스마트시티를 수단으로 보지 않고 목적으로 인식한다. 스마트시티를 계획하고 건설하여 수출한다는 정책 드라이브를 보면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법률에서  스마트시티를 과정이나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전세계 최초 스마트도시법이라고 자랑하지만, 스마트도시에 대한 정의는 다분히 하드웨어와 결과 중심적인, 좁은 의미의 스마트도시를 표현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란 도시의 경쟁력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스마트 도시기술을  활용하여 건설된 스마트도시기반시설 등을 통하여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도시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를 말한다(스마트도시법 제2조)”

이는 ‘인프라, 기술, 서비스’로 대별되는  ‘유비쿼터스’ 문자적 인식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도시의 개념이 과정, 지향성, 삶의 양식으로 진화하는 시대의 변화를 담지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도시경쟁력을 추동하는 혁신 산업은 기반시설로 만들어지지 않으며, 기반시설 확충으로 삶의 질이 향상하는 것도 아니다.

     

임윤택 교수는 ‘좋은 도시’를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에 기반을 두어 그들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도시’이며, 좋은 도시를 규정하기 전에 ‘우리는 어떤 삶을  원하는가’에 대한 도시민의 선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말은 도시를 인식하는 시민의 수준이 좋은 도시의 수준을 결정한다는 뜻이다.

좋은 도시란 누가 미리 규정하여 제시하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공동체의 합의, 수용, 행동하는 과정속에서 (명시적이나 암묵적으로) 규정된. 이 과정이 없다면 없는 그자체가 그 도시의 수준을 규정한 것이며, 그 수준에 맞는 스마트도시를 이미 선택한 셈이다. 한국사회는 ‘좋은 도시’에 대한 정의 조차도 외재적으로 (전문가에 의해, 정책에 의해) 하향식으로 주어진다.


2. 좋은 도시를 만드는 첫 관문

정책의 사전적 정의는 ‘결정사항을 안내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원칙이나 규율'을 가리킨다. 정책은 보통 절차나 의정서를 가리킨다. (정부 부처나 지방정부에서 발표하는 정책이 구체적 사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책은 거버넌스(=통치력, 의사결정방식)에서 도출된다. 좋은 정책 나오려면 ‘결정사항’을 만드는 통치구조가 좋아야 한다. 좋은 스마트도시를 결정하는 것은 현재의 통치 구조다.


다시 말하면, '시민에게 좋은 스마트 도시'라는 프로파간다가 성립하려면, 시민에게 좋은 통치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시민은 전체로 합쳐진 시민이 아닌 개별 시민 모두에게 좋은 통치구조여야 한다. 통치구조에 ‘시민'이 참여하는 지위를 얻기까지도 지난한 역사였다. 하지만 여기의 시민은 평균적이고 추상화된 대표성을 지닌 시민이다. 여전히 개별성을 가진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통치체계는 미망의 꿈이다.

지금까지 시민의 평균값(mean)에 기댄 통치구조가 최선이었다. “다수결”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스마트도시기술은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통치체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 할지라도 그 도구를 사용하는 주체의 각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다수결은 소수의견(minority report) 생략며,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전문가조차도 (특정 조건이 없으면) 다수를 이기지 못한다. 평균은 창의적 발상을 무시한다. 혁신은 대중이 혁신의 유효성을 검증하거나 경험치를 높아지는 일정 시간을 견뎌야 하는 시간함수다. 초기 선각자, 혁신가, 전문가에게 눈물, 가난, 희생이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여기서 전문가 그룹은 조금 특이하다. 그들은 혁신의 촉매로 쓰이기도 하지만, 기존 통치구조에 쉽게 포획되어 원래의 거버넌스를 공고하게 유지하거나, 통치 권력투쟁의 승자에 맞는 논리를 설계하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전문가의 이런 속성은 바퀴벌레와 닮았다. 강성의 통치 구조에서는 침묵하는 다수가 되고, 연성의 통치 구조에서는 시끄러운 다수가 다. 연성정부가 넓은 분산의 시민계급을 수용할 때 시끌벅적했던 그 많던 전문가들은 강성정부에서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그들에겐 여우처럼 피할 구멍이 많다. 여러 구멍을 파기위해 시간과 비용을 지불했기에 그렇게 미워할 대상은 아니다. 전문가의 속성이 그렇다.


도시에서 좋은 정책, 좋은 스마트도시를 규정하려좋은 통치구조가 필요하다. 지배와 피지배, 행정과 시민이라는 이분법은 인간 공동체의 운명이다. 둘 이상이 모이면 긴장이 생기고 위계를 위한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그러하기에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 정책을 만드는 환경은 권력투쟁 방식을 어느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 합의 거버넌스로 바꾸고, 더 많은 물질, 지식, 환경을 가진 자가 적게 가진 자를 위해 희생하거나 '자기검열'하는 것이 미덕(규율, 원칙, 문화)의 기준이 될 때 가능하다.  


3. 좋은 도시를 위한 세가지 소프트파워

좋은 거버넌스는 필연적으로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스마트도시의 기본적인 목표는 여기에 있다. 시민을 깨우는 것! 스마트도시는 비대칭 권력구조를 만드는 정보, 데이터, 지식에 대한 접근을 이론적으로 무한대 대할 수 있다.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와 데이터를 개방하고,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시민들이 자기가 취급하는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평균 노동력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시민들이 전문적인 소양인이 되도록 훈련해야 한다. 나아가 포용적이고 협력적인 공동체 문화를 훈련과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 좋은 스마트시티는 이러한 분산적 통치구조에 우선 봉사해야 한다.

누가 이일을 할 수 있나? 서로 되먹음 구조에서(권력지배  → 시민편의성 제공이라는 미명하에 기술의 수단화 → 시민의 각성 기회상실 → 새로운 기술로 이전 기술 업그레이드 → 권력지배 강화) 혁신적인 실험과 증명, 확산이 필요하다. 이는 시민 개개인의 관점전환이 병행되어야 도달한다.


도시전략디자이너(urban Strategy designer)가 필요하다. 도시는 기능적으로 파편화되고, 전문 영역은 조각나  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회색지대가 넓게 분포한다. 도시설계자, 도시계획가, 건축설계자, 조경설계자, 시민활동가 등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며 합의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각 부처별로 사일로(silo)가 있으며, 지방정부는 실국별로 다른 공화국이다. 도시전략디자이너는 이들을 조정하고 새로운 거버넌스모델과 경제적 혁신모델을 제시하며 조정과 합의를 만드는 사람이다. 도시전략 디자이너는 좋은 도시의 모델을 이해하며 개방적이고 유연하되 도시공동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참여적 의사결정구조를 구현하고,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만드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디자인하는 역량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이해관계자를 조율하고 그들이 말하는 것을 쉽게 하도록 촉진하는 도시코디네이터들이 필요하다. 도시코디네이터는 도시의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책임진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시지를 교환하고 공감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도시안에 공동체(community)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4. 도시문제은행 관리와 스마트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좋은 도시는 깨시민, 도시전략디자이너, 코디네이터라는 인적 소프트웨어와 함께 도시의제커뮤니케이션을 관리하는 소프트웨어가지고 있다. 이는 좋은 쌀을 맛있는 밥으로 만드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도시문제는 공동체의 합의 과정을 거쳐 올바르게 정의하고 은행으로 관리한다. 도시문제의 해결과정에서 축적되는 정보와 파일럿, 해결단계와 이해관계자 정보는 도시 전체가 타운왓칭(town watching)한다. 해결된 문제는 도시문제 박물관에 아카이빙한다. 스마트 커뮤니케이션은 도시 문제에 대한 시민개발자의 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연구소의 해결책 제안을 검토하여 실험예산을 투입하며, 실험을 통해 점증(scaling protypes)하고, 솔루션을 비즈니스모델로 확산을 돕는다.

탄소중립문제, 디지털 격차문제, 데이터점유에 따른 민주화 문제도 넓은 범주에서 도시문제의 하나이다. 도시문제는 잘 설계된 탑다운의 해결책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5. 스마트도시의 미래: 도시공동체의 회복  

도시문제는 풍선과 같아서 하나의 해결책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기도 하고, 시민의 행동변화가 선행되어야 해결 가능한 문제들도 있다. 하나의 문제에 하나의 해결책이라는 단층이 아나라 다층적 접근(multi-layer)으로 문제의 근본을 다뤄야 한다.

지금까지 스마트도시의 실패는 도시문제를 규범적으로, 일방적으로(하향식, 전문가중심), 단층적(single layer)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다. 당장은 해결될 것처럼 보이더라도 효능감이 낮아 폐기되거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였다. 기술만능주의도 한 몫한다. 기술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낡아지는 속성이 있다. 지금의 데이터 만능주의도 이런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누구를 위한 데이터인가에 대한 명확성이 없으면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다.


좋은 스마트도시는 통치구조의 혁신, 인적 소프트파워, 도시문제 해결과정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좋은 스마트도시는 지배권력의 통치 수월성을 위해, 권력에 봉사하는 전문가/정책가들이 '시민중심’을 상상으로 설계하는 도시가 아니라, 진정한 통치의 균형적 거버넌스를 만드는 환경을 제공하고 시민들이 성숙하여 스스로 도시문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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