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미래의 협업 모델

by kim hojin

인공지능의 창작의 시대가 왔다고 가정해보자. 이때는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에 진입하면서 협업의 의미는 다시 쓰기 시작될것이다. 즉 인공지능이 창작을 실현할 수 있는 시대가 오면 그것은 인간의 도구로서가 아니라 또 다른 예술가로서 존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협업은 우리가 서로 다른 예술가들끼리 협업하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의 감각과 언어, 예술적 해석 방식을 존중하며 대화하는 관계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단순한 결합이 아니다.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예술적 협의 모델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협업의 형태는 기존의 예술가들 간의 협업과 구조적으로 비슷하다 볼수 있지만 서로가 가진 감각의 체계가 다르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른 구조와 창작결과를 만들어낸다.


또한, 만약 인공지능이 신체를 갖게 된다면 예술의 양상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인간은 눈송이가 손끝에 닿을 때 느껴지는 차가움과 부드러움, 녹아내리는 속도와 온도의 변화를 기억으로 남긴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같은 순간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감각할 것이다. 눈송이의 움직임과 공기의 흐름, 온도 변화의 수치를 데이터의 파동으로 인식하며, 그 진동을 하나의 감정으로 변환할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의 학습은 인간의 감각을 단순히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감각 구조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된다. 인공지능의 창작은 패턴이나 계산의 조합이 아닌 자신이 몸으로 느낀 감각을 바탕으로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또 다른 방식의 창작이 될 것이다.


이 시점의 예술은 회화나 조각, 설치와 같은 기존의 장르적 분류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그것은 새로운 사고의 구조에서 출발한 인간과 완전히 다른 감각적 사고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 전자기적 흐름, 시간의 밀도 같은 요소를 감각으로 인지할 것이며, 그 감각이 새로운 예술의 언어로 작동하게 된다. 따라서 미래의 예술(인공지능의 창작 가능한시대의 예술)은 사조의 변화가 아닌 감각의 분화와 존재 방식의 완전한 전환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동시에 새로운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인공지능이 창작의 주체로 등장하는 순간, 인간 사회는 예술의 정당성과 가치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정교한 예술을 창작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창작을 동등하게 평가할 수 있을까?. 자본주의의 구조 속에서 인공지능 예술가가 인간 예술가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존재로 여겨진다면 인간 예술은 어떤 위치에 서게 될까?.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의 이름을 빌려 대신 활동하는 ‘대리 예술가’의 형태가 등장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인간의 이름을 달고 인간의 감정을 흉내내는 인공지능 예술가가 탄생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술적 사건이 아니라 예술의 윤리와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논쟁의 시작이 될 것이다.


아주 희망적으로 유추한다면 미래의 협업 모델은 결국 인간과 인공지능이 각자의 감각적 세계를 인정하면서도 서로를 존중하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그것은 경쟁의 구조가 아니라, 서로의 창작을 이해하고 확장시키는 하나의 대화의 형태이다. 인공지능의 예술이 인간의 예술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과 감정이 만나 새로운 예술의 질서를 만들어가는 시대가 온다. 그리고 그 협업의 과정 속에서, 인공지능 미학은 단순히 기술의 결과가 아닌 예술의 또 다른 언어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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